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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리 (조록나무과)
2013년 04월17일 (수) / 박대문
 
 
벚꽃, 개나리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꽃다지, 냉이, 제비꽃 앞을 다투는 4월 상순,
고흥반도의 영산, 팔영산을 찾았습니다.

상큼한 봄 내음 감도는 산길에는
진달래, 생강나무 꽃이 한창이고
한려수도 스쳐오는 갯바람에는
짭조름한 냄새가 배어있었습니다.

정상 오르막에 희끄무레한 꽃 무더기 숲이 나타났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국 특산종으로
지리산 지역에서 자라는 멸종위기종(2급)인 히어리였습니다.
최근 몇 군데서 그 자생지가 추가로 밝혀지고 있는데
이곳 팔영산 정상 부근에도 무리를 지어 자생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봄 마중 나온 초롱 같은 꽃을 매달고
오는 길손을 반기듯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 꽃은 1924년 일본인 학자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씨가 송광사에서 처음 발견한,
벌집처럼 생긴 꽃이라 해서 ‘송광납판화’라고 부르다가
원산지 방언인 '히어리'로 개명되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꽃나무로 일본산인 도사물나무, 일행물나무가 있는데
히어리는 이들보다 꽃 이삭이 크고 수가 많으며 꽃자루에 털이 없습니다.

이 꽃은 지난달 (2013.3.20)에 연합뉴스, 인터넷 그리고 지방신문에서
전남 화순군 남면에서 새로운 자생지가 발견되었다고
크게 보도된 적이 있는 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사를 보면 반갑기도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정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여 보호까지 하고 있는 우리 특산물인데
깊은 산 속에 꼭꼭 숨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을 인근 야산에 천여 그루가 넘는 자생 군락지가 있었음에도
이제야 알아보고 법석을 떠는 무관심이 야속하기 때문입니다.

외래 명품이나 액세서리, 자동차 등의 구분은 귀신처럼 잘도 하면서
조상 대대로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 온
우리 꽃, 우리 나무는 너무도 모르는 무관심과 홀대가
언제나 없어지려는지 안타까운 마음 한량없습니다.

(2013.4.7 고흥군 팔영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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