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한다는 지난 세밑의 일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미술을 전공하는 이의 자조 섞인 넋두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많은 실험을 하고, 그래서 탄탄한 실력을 갖추어 누구보다 패기만만할 그의 가슴에 그같이 짙은 그늘이

신경 쓰이는 일이 있던 차에 옛날 ‘학원‘ 잡지에서 읽었던 미샤 엘만과 하이페츠에 관한 에피소드가 생각났습니다. 1960년대 고등학교 다닐 적 이 일화를 처음 접한 후 가끔 머리에 떠올리곤 하였기에 갑작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기억을 되살려 재구성해 봅

걸어서 탐라(耽羅) 일주-후편(5) 서귀포 70리 길. 신흥리를 막 벗어나 송천교를 건넜을 무렵이었다. 왼쪽 발바닥에 뭔가 넓적한 것이 달라붙어 계속 절거덕거리는 느낌이 들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럴 수가! 멀쩡했던

정부가 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바꿔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롯데가 금명간 서울시의 건축허가를 받으면 2014년까지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 8만7,182㎡ 부지에 연면적 60만7,849㎡, 높이 112층의 초고층 빌딩을

몇 해 전 어느 일본 식당에 갔다가 스시바 옆에서 아름다운 잎을 피우고 있는 실내 식물을 보았습니다. 병의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분을 공급 받아 키가 50cm 가량 자란 식물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워 주인에게 어떤 종류인지를 물었습니다. 너무나 뜻밖

세밑 둘째 딸을 끝으로 세 딸을 모두 출가시킨 친구가 연초에 인사장을 보내왔습니다. 신랑이 우주인 후보 高山군이어서 놀라웠는데, 인사장 내용마저 색다른 사실이 담겨있어 새해 벽두부터 청징한 기분이었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둘이 사귈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긴 학교생활에서 몸에 밴 습관들이 있습니다. 좌측통행, 일기 쓰기, 새해 계획 세우기 따위가 그것입니다. 선생님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따르다보니 어느새 평생의 습관이 된 것이지요. 특히 새해 첫 날, 새 수첩 첫 장에 한 해의 계획과

걸어서 탐라(耽羅)일주-후편(4) 우리나라에는 막강한 단결력을 자랑하는 ‘조직’이 3개 있다. ‘조직’이라는 말이 좀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면 ‘단체’ 또는 ‘세력’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집단이므로 굳이 설명이 필요 없지만 그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의 무승부를 희망합니다. 남을 이기는 것도 싫지만 남에게 지는 것도 싫습니다. 남을 지배하는 것은 체질적으로 어울리지 않고, 그와 마찬가지로 남의 지배를 받는 것도 참을 수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 몫을 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아름다운 서해 바다와 그 위에 뜬, 그림같이 아름다운 작은 섬들을 내려다보는 유달산 중턱에 목포공생원(木浦共生園)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제치하 1928년에 기독교 전도사 윤치호 씨가 일곱 명의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운영을 시작한 이 시설이

가장 잘 하는 정치는 국민들이 정치인을 모를 때라고 합니다. 최근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남녀 인물로 정치인인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을 뽑은 것을 보았습니다. 미국이 어지간히 어렵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1위를 기록한 것은 50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해 9월경 시작된 금융위기에서 전 세계경제가 휘말려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점치기 어렵지만 향후 3년 정도는 어려운 형편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 같아 우울합니다. 현 정부는7%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국

연말에 광화문 거리를 보셨습니까? 가로수들이 온통 은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택시 운전기사 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말에 마음도 경제도 얼어붙었는데 저 싸늘한 트리 빛깔이 뭡니까. 더 따뜻한 색깔 없나요? 가로수를 전깃줄로 칭칭 동여매었던데 그렇게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제 작은 아이는 대학 시험 결과 발표를 기다리며 12월 한 달 동안 풀타임으로 용돈 벌이를 했습니다. 대학생이 되는 것을 자축하는 의미로 새해를 한국에서 맞고 싶다면서 그간 열심히 돈을 모아 이제 며칠 후면 한국가는 비행기를 탑

靑草(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紅顔(홍안)은 어듸 두고 白骨(백골)만 묻혔는다 盞(잔) 잡아 勸(권)할 이 업스니 그를 슬허 하노라 조선시대의 문인 백호(白湖) 임제(林悌)는 선조 때 문과에 급제해 예조정랑, 홍문관 지제교(知製敎)를 지냈습

알랭 들롱(Alain Delong, 1935~ )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본좌 미남스타입니다. 짙은 눈매와 깊고 푸른 눈, 단호한 느낌을 주는 얇은 입술, 옥수수처럼 가지런한 치아등 섬세한 용모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헤집었지요. 여자

나쁜 일 많은 한 해가 지나갑니다. 아주 떠나간 친구들, 병마에 잡혀 고생하는 친구들, 힘겨워지는 살림살이에 지쳐가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거리를 떠돕니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걷는 사람

어느 날 느닷없이 ‘당신이 간판에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내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니 당장 간판을 내리거나, 내 허락을 받아 사용하라. 그러지 않으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라는 편지를 받았다면 어떻겠습니까? 가

어영부영하는 사이 12월도 막바지입니다. 속절없는 세월에 새삼 마음이 쓰이고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듭니다. 공수래공수거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빈손으로 한 해를 마감할 줄 알았으면 진작 부지런을 떨 걸, 긴 한숨은 술을 부르고 술은 망년이 아닌 망령을 부릅

내 고향집 뒤 언덕은 온통 대나무 밭입니다. 봄의 복사꽃, 여름 날 감꽃 채송화 접시꽃 맨드라미 해당화, 가을에는 국화꽃이 마당 안팎을 장식하지만 대나무는 사철 푸르름으로 집과 가족을 감싸주는 울타리입니다. 한여름 뒷문을 활짝 열고 대청마루에 누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