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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칼럼 | 김수종 2분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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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의 장례식(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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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코끼리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코끼리와 인간의 갈등을 다룬 기사가 실렸습니다. 아프리카와 인도 등지에서 코끼리들이 촌락을 습격하고 농작물을 파헤치는가 하면 심지어 사람을 공격하여 죽이는 빈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코끼리 연구가들은 오랫동안 평화공존이 유지되던 코끼리와 인간과의 관계가 왜 이렇게 악화했는지를 연구한 결과, 인간과 매우 흡사하게도 코끼리의 행동패턴이 후천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코끼리 가족은 철저한 모계사회입니다. 엄마가 해산하면 할머니 이모 언니 등 모계가족 구성원이 총출동하여 신생아를 돌보기 시작합니다. 엄마는 자매나 딸 중에서 새끼를 전담해서 보호해줄 보모를 지정합니다. 보모는 이동할 때면 언제나 새끼 곁에 바싹 붙어 다닙니다. 유아기간이 긴 새끼에게 젖을 충분히 먹이기 위해서 엄마는 먹는 일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하므로 보모가 필요한 것입니다. 새끼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8세가 될 때까지 엄마 곁에서 5ｍ이상 떨어지는 일이 없습니다. 코끼리 가족은 철저한 남녀8세부동석(男女八歲不同席)입니다. 딸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70년) 모계가족집단에 남게 됩니다. 그러나 아들은 8세부터 엄마 곁을 떠나 수코끼리만으로 이뤄진 독신자 집단에 끼어 일생을 지냅니다. 모계가족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는 혼인할 때 잠시뿐입니다. 모계 코끼리 가족은 대개 6~20마리로 구성되며 가장 나이가 든 할머니가 집단을 통솔하는데, 가족의 집단행동이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결속력이 대단합니다. 그러나 가족구성원간에 마음이 맞지 않거나, 먹이가 충분치 않는 등 환경이 변할 때 분가합니다. 분가를 해도 친족관계는 매우 긴밀해서 멀리 이동할 때는 분가한 가족들이 함께 무리를 지어 행동합니다. 코끼리는 사람과 같이 유아기가 깁니다. 이 기간동안 코끼리 새끼는 가족, 특히 엄마로부터 생존하는 방법을 배우며 터득해 갑니다. 예를 들면, 코끼리가 코를 사용하는 방법은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서서히 터득해 갑니다. 코야말로 코끼리가 생존하는데 절대적인 기관입니다. 다른 동물의 코와 윗입술이 합쳐진 형태로 4만개 이상의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어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구분해서 집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큰 나무를 휘감아 통째로 뽑아냅니다. 그 코로 한번 후려치면 아무리 장사라도 사람은 즉사하고 맙니다. 그러나 새끼 코끼리는 이런 코의 사용법을 모른다고 합니다. 엄마가 코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며 배워갑니다. 코끼리의 두뇌 발달과정은 인간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코끼리는 본능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생존방법의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고 코끼리 연구가들은 말합니다. 혹시 ‘디스커버리’ 채널 같은 데서 코끼리의 장례식을 본 적이 있습니까? 가족 중 일원이 죽으면 코끼리 유가족은 시체 곁에서 일주일씩이나 철야로 극진히 애도하며 장례를 치릅니다. 그들은 흙과 덤불로 정성스럽게 시체를 덮습니다. 그리고 그 후 몇 년 동안 성묘를 갑니다. 어떤 때는 코끼리 가족구성원이 차례로 코로 유골 아래턱을 어루만지며 죽은 자를 기립니다. 이것을 본능으로만 볼 수 있겠습니까? 죽은 가족에 대한 기억과 슬픔의 감정이 없다면 이런 행동이 나올까요. 코끼리는 탄생의 환희와 죽음의 비애를 가족과 함께 공유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설파했습니다만. 코끼리야말로 사회적 동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알고 보면 옛날부터 인도인들이 코끼리에 인격을 부여한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코끼리 눈에 인간은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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