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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칼럼 | 한만수 몽당연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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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전화에 대한 추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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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핸드폰은 거의 한 몸이나 다름없습니다. 외출할 때 지갑을 놓고 나가는 경우는 있어도 핸드폰을 놓고 가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나 카페, 지하철 안에서 보면 졸고 있지 않으면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습니다. 과거 ‘삐삐’라 부르던 무선 호출기가 나오던 시절만 해도 지금의 핸드폰 문화를 상상 못했었습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집에 전화가 있는 집은 드물었습니다. 동네 구장 댁이나, 학교 관사, 장사를 크게 하는 상점 같은 곳에만 전화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꼭 전화를 걸어야 할 일이 생기면 동네 구장 댁에 가서 전화를 하거나 우체국에 가서 시외 전화를 신청했습니다. 우체국에 가면 전화 교환원들이 두 명씩 조를 짜서 밤낮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우체국 업무가 끝난 시간에도 전화교환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시외전화신청서를 내밀면 전화를 연결해 주고 전화요금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입니다. 어느 날 집에 가 보니 안방에 검은색 전화기가 개다리소반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이 오전에 전화를 놨다는 것입니다. 전화번호는 61번이었습니다. 면소재지 통틀어서 61번째 전화를 놓은 셈입니다. 부모님이 라디오를 사셨을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방송을 자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굉장히 설렜습니다. 하지만 전화기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전화 심부름할 일이 생겨서 귀찮아질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부모에게 전화를 걸 때 구장 댁으로 전화를 합니다. 그럼 구장이 앰프를 통해 “설천 댁! 서울 사는 명식이가 전화 했슈. 어여 뛰어 와서 전화 받으셔!” 라고 안내 방송을 했습니다. 구장이 외출을 하면 부인이 앰프를 다룰 줄 몰라서 직접 발품을 팔았습니다. 그도 아니면 구장 아들이 달려가서 전화가 왔다는 통보를 해 주는 것을 자주 봤기 때문입니다. 동네에 전화기를 놓는 집안이 제법 늘어나서 웬만한 집은 이장이 앰프를 통해서 전화 왔다는 안내방송에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즈음 우체국하고 삼거리에 공중전화 부스가 생겼습니다. 공중전화 부스가 생겼다지만 집에 전화를 걸 일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삼거리에 있는 공중전화기 위에 송수화기가 올려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그 시절 공중전화기는 요금이 얼마 남았다는 디지털 화면이 없었습니다. 통화를 하다 보면 뚜!뚜!뚜! 하는 신호음이 들립니다. 그 상황에서 통화를 더 하고 싶으면 5원짜리 동전을 더 넣어야 하고, 동전을 더 투입하지 않으면 일이 분 후에 전화가 끊어집니다. 누군가 통화를 하고 급하게 가느라 송수화기를 올려놨을 것이라는 생각에 부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화기는 송수화기를 전화기에서 내려놓으면 계속 통화 중에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송수화기를 걸쇠에 걸려고 하는데 아직 동전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집에 전화를 거니까 통화가 연결됐습니다. “니, 니가 웬 일이여?” 무심코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가 제 목소리를 듣고 나셔서 깜짝 놀라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습니다. 공중전화기에 누군가 통화 요금을 남겨 놓고 가서 전화를 해 보는 것이라며 깔깔 웃었습니다. “야! 이눔아! 에미 간 떨어지는 줄 알았구먼, 쓸데읎는 전화질하지 말고 어여 전화 끊어.” 송수화기를 통해 들려 오는 자식의 목소리에 어머니가 반가워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 반대로 깜짝 놀라시며 전화를 끊으시는 통에 저도 엉겁결에 전화를 끊었습니다. 쓴웃음을 지으며 부스 밖으로 나올 때야 아직 더 통화를 할 수 있는 돈이 남았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공중전화 소동은 그날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아침 밥상에서 아버지께서는 전화는 반드시 필요할 때만 걸어야 한다, 전화기는 급한 일이 있을 때만 사용하라고 생긴 기계다, 급하지 않은 일이 있으면 돈 들여가며 전화를 하겠냐? 그냥 찾아가서 이야기를 하든지, 오다가다 만날 기회가 있으면 그때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하며 한참 설교를 하셨습니다. 그 일이 있어서는 아니지만 그 후로는 집에 전화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전화는 군대 가서 자대 배치받은 후에 외출 나왔다가 집에 안부 전화를 가끔 했었습니다. 전화요금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PC통신을 하고부터였습니다. 천리안이며, 하이텔, 나우누리에 소설을 연재하다 보니까 전화요금이 한 달 생활비 정도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마저 PC 통신소설이 활성화되고부터는 영문 아이디 앞에 “Z”자가 들어가는 아이디를 통신사로부터 발급을 받고 전화요금 부담이 사라졌습니다. 요즘에는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집에 전화기 한 대로 가족 모두가 이용을 했습니다. 요즈음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각의 핸드폰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핸드폰 요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니까 한 달에 핸드폰 요금이 얼마나 나가는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루는 가족 모두의 핸드폰 요금을 계산해 보니까 30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각각의 핸드폰을 갖고 있어야 할 만큼 바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핸드폰의 편리성이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전화가 그만큼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이유도 있겠지만, 전화로 사랑을 속삭이고,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 소식이 오길 기다리며 살던 낭만은 어느 틈에 사라져 버린 까닭이겠지요. 공중전화를 주제로 한 시 한 편을 올립니다. 그리움은 작은 고양이 사랑을 잃어버린 이들이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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