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문학이 약진하고 있다. K-팝, K-무비, K-드라마, 그리고 K-푸드, K-웹툰 등에 이어 한국문학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다. 문학은 한 시대의 삶과 정신세계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문화를 전달하고 뿌리내리게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번역이라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더딜 수밖에 없다. 여기에 출발어(번역되기 이전의 언어)와 도착어(번역의 목적이 되는 언어. 출발어와 대응하는 개념) 사이에 사회·역사·문화적인 근친성과 공유점이 멀수록 더 지난한 과정을 겪게 된다. 이러한 험난한 과정을 극복하고 K-문학이 각광받는 것은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1월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4대 문학상(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 메디치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상 외국 문학 부문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페미나상 외국 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올랐었는데 세계 문화의 관문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프랑스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수상에 이르지 못했으나 영역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는 지난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올해 미국 최고 권위의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영역 천명관의 『고래』가 국내 출간 19년 만에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르며 역주행하는 등 한국문학에 대한 주목도와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관련 지표들을 보면 최근 세계무대에서의 한국문학의 기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한국문학 해외 출간 도서의 양적, 질적 신장이 눈부시다. 최근 5년간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은 연평균 10% 이상의 높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1년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으로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작품이 186종인데 여기에 민간인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도서를 포함하면 연간 200종 이상이 해외에서 출간되는 시대가 열렸다. 단일 예술 콘텐츠가 연간 200종 이상 해외에서 현지의 독자를 만나고 있는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같은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몇 년 내 연간 300종의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출간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판매량도 기대 이상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이 2022년 초 발표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에 대한 판매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일역판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20만 부 이상, 그리고 다른 10개 언어권에서 판매된 것까지 합하면 3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13개 언어권에서 16만 부 이상, 2019년 일본에서 출간된 손원평의 『아몬드』는 9만 부 이상이 판매되는 등 여러 종의 한국문학 작품이 현지의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한국문학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점이다. 해외에서 출간되는 한국문학 작품의 75% 이상이 해외 출판사에서 먼저 저작권 계약을 체결한 다음 지원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해외 출판사가 한국문학 저작권을 구매한 다음 지원 신청을 하는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 출판사 번역·출판지원’ 사업의 경우 신청 건수가 2014년 13건이었던 것이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2023년 281건에 달할 정도로 10년 사이에 20배가 증가하였다. 세계적인 수준의 작가 반열에 올랐음을 가늠하는 기준인 2만 달러 이상의 해외 판권 선인세를 받는 작가(작품)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등 한마디로 한국문학이 주목받는 상품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 번역, 출간된 한국 작가나 작품이 국제문학상을 수상하는 것 또한 더 이상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2016년 영역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이래 매년 4~5개 이상의 국제문학상 수상 소식이 이어지고 있고 그보다 많은 작가(작품)들이 수상 후보에 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한국문학의 위상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문학이 가진 역동적인 힘이다. “한국 현대문학은 상상력이 결여되고 모더니스트적 미사여구만 늘어놓는 다른 나라의 문학에 영감을 줄 것이다”라는 프랑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의 말처럼 한국문학은 개인 서사에 머물지 않고 시대와 사회의 문제와 질문을 긴밀하게 형상화, 담론화하는 동시에 예술성까지 겸비하는 특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이 오랫동안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시행한 한국문학 번역, 출판, 교류 지원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선순환구조에 들어선 지금의 한국문학을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학 한류 도입기’를 넘어서 본격적인 ‘문학 한류 성장기’로 진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시쳇말에 비유하자면 한참 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인이 함께 읽는 한국문학’을 책임질 전문 번역 인력을 중장기적으로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착어 표현에 능숙하고 출발어와 문학에 이해가 깊은 원어민 번역가(여기서 ‘원어민 번역가’는 국적이나 인종, 피부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금의 번역아카데미를 번역대학원대학교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문학 번역·출판·교류에 관한 모든 정보와 저작권 거래 기능을 집성한 플랫폼 KLWAVE 고도화 ▲한국문학 해외 소개 맞춤형 전략 시행 ▲한국어 예술문화 콘텐츠로의 지원 범위 확장 ▲본연의 한국문학 활성화 등의 핵심 과제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문학의 약진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주변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한국문학 해외 소개’ 그리고 ‘한국문학 세계화’의 단계를 넘어서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으로 나아가는 기로에 서 있는 지금이 진정한 출발점인 것이다. 

곽효환(郭孝桓)

시인이자 한국문학번역원장이다. 섬세한 언어와 깊은 사유로 사회역사적인 상상력에 바탕한 서사적 서정성을 길어 올리는 시 창작과 문학연구를 병행하며 오랫동안 대산문화재단에 재직하였다. 시집으로 『인디오 여인』(2006), 『지도에 없는 집』(2010), 『슬픔의 뼈대』(2014), 『너는』(2018),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2023) 등이 있고,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2008)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와 편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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