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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칼럼 | 김홍묵 촌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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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가 길면 손이 짧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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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평생 동안 세 가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지각이 없는 유아나 정신병자, 치매에 이른 노인을 제외하면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사랑과 미움, 칭찬과 비난, 후대와 박대, 효도와 불효, 선행과 악행, 화해와 갈등, 신뢰와 불신 등 생활 일상의 행동양식 모두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실행하는가의 결과물입니다. 생각과 말과 실천이 사회적 국민적 민족적 합의나 이데올로기라는 탈을 쓰면 협력과 분쟁, 충성과 배신, 호혜와 약탈, 포용과 응징, 평화와 전쟁 따위의 극단적인 대립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참으로 말도 많습니다. 생각의 저의는 알 길이 없고 실행도 뒤따르지 않는 말들만 무성합니다. 그것도 혀에 가시가 돋았거나 대꼬챙이를 쏟아내는 말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놓은 듯합니다. 최근 몇몇 주요 일간지의 제목들을 보면 섬뜩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현 정권서 폭락한 것은 장관 값” (국회 대정부 질문) “유시민 장관 때문에 당 망하기 일보직전” (열린우리당 의원) 식으로 같은 편 때리기에 날이 서 있습니다. ‘부동산 민란’이라고 지칭되는 집값·땅값 정책에 대해서는 “무능력·무책임 정책은 범죄, 전세 올라 아이 낳기도 겁나” “청와대가 하면 투자, 국민이 하면 투기?” 라며 국민들은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그러면서 “빌린 돈으로 수십억을 만들었다는데, 대출·분양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해 달라”고 강변했습니다. 화살의 표적은 끝내 대통령에게 돌아갔습니다. 야당은 “‘反美면 어떠냐’가 비수로 돌아와” “노대통령, 한·미도 서울도 갈라놔” “주인이 도둑이면 개가 안 짖어” “대통령이 군 원로 만날 시간은 없고, 노사모는 하루에 2번씩이나 부르나” 라며 막말로 몰아세웁니다. 대통령의 측근과 여당도 불신과 불만을 분출하고 있습니다. 한 여당 의원은 “국민의 꿈 배신한 죄 매로 쳐 달라”며 “정부·여당은 무능에다 오만 독선의 혐의까지 썼다”고 자탄했습니다. 여당 원내대표는 심지어 “노대통령, 정치에서 손 떼라”고 까지 창끝을 내밀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참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집권당의 전·현 의장이 나란히 “열린우리당 창당은 잘못”이라고 고해했고, 당의장 비서실장은 ‘비겁함과 직무유기’에 대해 ‘비통한 참회’를 한다며 자리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고위직과 지근 인사들의 말들이 비산변박(辨駁)이든 자성자괴이든 어딘가 실없어 보입니다. 그것은 말의 시점과 실행여부의 모호함 때문입니다. 정권 말기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가시화되고 있는 때에 ‘네 탓’으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상징조작(symbol manipulation)이거나 난파선을 떠나려는 쥐 무리의 변명이어서는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습니다. 말은 인류가 만든 가장 유용한 약이자 무기입니다. 사람이 짐승보다 나은 연유도 바로 말 때문입니다. 혀는 강철이 아니어도 촌철살인하는 위력이 있지만, 말에 진실이 담기지 않으면 화를 자초하고, 혀가 길면 손이 짧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 현인들은 “입을 열면 침묵보다 뛰어난 모든 것을 말하라”고 일렀습니다. 소신을 가지고 직언을 하라는 말입니다. 선비의 말이 맵다고 혀를 뽑으려는 독재자가 없는 요즘 같은 민주사회에서는 직언이 더욱 절실한 국민의 바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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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mook.kim@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