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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0만원이 뚫는 작은 구멍
2019년 06월 24일 (월) 00:03:44 박상도

“결국은 또 돈이네요."
영화 ‘친구2’에서 유호성이 김우빈에게 같이 부산을 접수한 후에, “따르는 식구가 더 많은 쪽이 대장을 하는 걸로 하자.”고 하자, 김우빈이 탄식하듯 내뱉은 말입니다. 주먹과 의리의 건달 세계도 결국은 돈에 의해 굴러간다는 걸 암시하는 대사입니다.

최근 김제동 씨의 고액 강연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며, ‘이 사람은 너무 자주 정치적인 공격을 받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90분 강의에 1,550만원’은 요즘 같은 때에는 아젠다 세팅이 가능한 액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돈을 지불하는 주체가 재정 자립도가 낮아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지자체라는 점 또한 이 이슈의 파괴력을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칼럼을 쓰면서 각종 매체들이 이와 관련한 내용을 기사로 올린 것을 쭉 살펴보았습니다. 노골적으로 김제동 씨를 옹호하는 주장을 쓴 기사와 정치적으로 공격을 하는 기사, 이렇게 명확히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옹호를 하는 쪽은 “강연료는 시장이 결정한다. 그게 보수가 그렇게 신봉하는 자본주의 논리 아니냐?”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공격을 하는 쪽에서는 “이 정도면 문재인 정권의 화이트리스트 아닌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듣다 보면 이쪽 주장도 맞고 저쪽 이야기도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진실을 가리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바로 돈을 보면 됩니다. 김제동 씨의 과거 강연료는 얼마였는지와 지금 논란이 된 강연료와 얼마만큼의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그렇게 차이가 나는 시점이 언제였는지를 알면 대략적인 답이 나옵니다. 물론 연예인의 몸값은 인기에 따라 수시로 오르고 내립니다. 따라서 이 부분도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김제동 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중에 논란이 된 프로그램은 있었으나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없는 것 같습니다. 즉, 새롭게 인기를 끌 만한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김제동 씨의 경우 불상의 이유로 과거보다는 최근에 금전적 이득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그렇다면 블랙리스트에 오르기 전에는 강연료가 얼마였는가?”라는 점입니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 책정된 금액이 ‘회복’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김제동 씨 개인에 대해 다뤄져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의 방만한 운영이라고 생각됩니다. 모르긴 해도 실무자가 “이번 강연에 김제동 씨를 섭외했습니다.”라고 보고했을 때, 지자체장이 “오, 김제동 씨가 온다고? 잘했어, 수고했어!”라고 말했을 겁니다. 지자체에서 연예인을 섭외할 때, 돈 문제는 두 번째 고려사항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습니다. 자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나랏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 비난하는 것보다 김제동 씨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는 유명인과 연관된 뉴스가 더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보수 세력이 김제동 씨 이슈를 부각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자신들도 그럴 자격이 없다는 잘 알면서도, “우리도 나쁘지만, 너희도 똑 같다.”라며 진흙탕 싸움을 시작한 셈입니다.

여기에 “너희는 더 했잖아? 너희들이 그런 지적을 할 자격이 있니? 우리는 너희만큼은 아니거든.”이라고 얘기하는 순간 진보 진영은 수렁에 빠져들게 됩니다. 자신들이 그동안 쌓아 올린 프레임에 역행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판사의 망치나 목수의 망치가 동등한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운운한 김제동 씨의 발언이 지금 자신이 받은 1,550만원 강연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진보가 보수를 공격할 때 썼던 프레임 중 하나가 도덕성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면 공정하고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 얘기가 양날의 검이 되어 자신들을 옥죄는 빌미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자신의 강연료를 알아보고 있는 한 국회의원에게 “가능하면 사양하지만 학교는 100만원, 지자체나 단체는 300만원, 기업은 1,550만원 균일가를 받는다."고 얘기해서 또 한 번 구설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기사는 확대 생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과거 여성 비하 발언과 BTS의 프랑스 공연 섭외 이야기로 앞의 기사를 가리고 있습니다. 김제동 씨의 경우, 연예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슷한 수준의 연예인이 행사에서 받는 액수를 고려하면 강연료 1,550만원이 과하긴 해도 터무니없는 금액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지만, 탁 씨가 기업에서 받는 강연료 1,550만원은 유시민 이사장이 과거 썰전에 출연해서 ‘1,000만원이 넘는 강연료는 뇌물’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얼마 전에 모 신문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로 있는 후배와 저녁 모임에서 만났는데, 그 친구가 SBS 기자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를 출입했던 모 기자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 올해 초 증권사 임원으로 입사한 것을 두고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를 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임원 연봉이 3억에서 4억 정도 되니, 방송사 기자도,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직함도 결국은 돈 벌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한탄을 하는 모습을 보며 ‘정권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해먹는 인간들은 항상 존재하는구나’라는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권력의 주변에 있다가 사사로이 자리를 꿰차는 모습을 수십 년 동안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라서 새삼 놀라울 것은 없었으나, 이번에는 실망감이 큰 이유는 아마도 기대가 컸던 탓일 겁니다.

돈은 그 자체로는 정직해서 항상 그 값을 치르게 됩니다. 내 능력에 맞는 돈을 받는 건지 아니면 다른 후광으로 감당 못할 돈을 받는 건지는 본인이 더 잘 알 겁니다. 물론 지금은 그게 다 내 능력처럼 보일 테지만, 권력이 유행처럼 지나가도 자신의 강연료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의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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