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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2018년 11월 12일 (월) 00:10:33 박상도

대한의사협회가 어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환자 사망에 따른 의사 구속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편치 않았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의료사고가 있었습니까? 가수 신해철 씨가 명백한 의료사고로 사망했으며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오염된 주사제로 인해 신생아 4명이 거의 동시에 사망했습니다. 강남의 성형외과에서는 양악수술을 하던 젊은 환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위에 예로 든 경우는 명백한 과실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명백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 법원은 전문가인 의사의 손을 들어줘 왔습니다. 왜일까요? 첫째, 의료사고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피해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의료사고에 대해 판사가 판결을 할 때 조언을 듣는 전문가 집단이 의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의사들 또는 대형 병원은 경제력이 있어서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의료사고의 과실을 규명하는 것이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 수십 년을 이어져 온 것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에, 이번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에 국민적 호응은 별로 없습니다.

의사는 돈을 많이 법니다.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말을 돌려서 하면 전문가답지 않게 어설프게 진료하는 경우는 돈 값을 못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앞서 의사가 구속된 사건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지난 2013년 5월 27일 소아가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갔습니다. 응급실 전문의는 관장을 하고 상태가 호전되어 귀가시켰고 이후 외래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2~3회 진료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증상에 대한 치료를 했다고 합니다. 며칠 후인 6월 8일 다시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지만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도 원인 파악을 못한 채,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횡격막 탈장 진단 하에 응급처치를 했으나 끝내 사망했습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의사들의 반응 중 눈길이 가는 것이 ‘내가 진료를 했어도 오진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만큼 횡격막 탈장이 흔한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얘기입니다. 필자는 의학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들이 그렇다면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흔한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오진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인가?’ 하는 반문을 하게 됩니다. 과거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의사 단체가 주장했던 구호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였습니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감기에 걸리면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었습니다. 약국이 동네 병원 역할을 했던 겁니다. 의사들이 주장한 바에 의하면 의약분업은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흔한 질병이 아니라서 오진을 했다고 하면 환자가 굳이 비싼 돈 내고 병원에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필자의 충치를 치료해 주는 선배 한 분은 환자 한 명당 치료시간이 무척 깁니다. 그 선배의 말을 빌리면 “치아를 대충 깎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그만큼 멀쩡한 부분의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치료시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고 그만큼 돈을 더 벌겠지만 그런 욕심을 부리면 결국 의사 자신의 건강도 잃고 평판도 잃게 되어 손해라는 것입니다. 매우 양심적으로 진료를 하는 정형외과 의사 한 분은 최근 인공관절 수술로 급성장한 병원에 대해 비판적으로 얘기를 합니다. 재활치료로 좋아질 수 있는데도 굳이 수술을 하는 방법을 택하는 이유는 수술을 해야 병원에 이득이 더 생기기 때문이고 수술을 해야 환자가 차도를 확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공관절보다 자신의 뼈를 살려서 쓸 수 있으면 그게 당연히 더 좋은 건데, 재활치료가 힘이 들고 더디게 호전되는 것을 이용해서 수술적인 방법을 권하는 병원은 환자를 생각하는 병원이 아니라 돈에 눈이 먼 병원이라는 것입니다. 가끔 그런 병원에서 수술을 한 환자의 상태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관절을 깎아 놓은 상태를 보면 깍두기 썰듯이 모가 나게 뼈를 깎은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의사의 요청으로 수술실에서 자사 제품의 사용법을 환자에게 직접 시술을 하며 보여주는 일이 많다는 겁니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인데 이 같은 일이 의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뉴스에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경력이 오래된 영업사원은 심한 경우는 척추수술을 하면서 스크류라고 하는 나사부분을 의사 대신 이렇게 돌려주고 하는 것까지 합니다. 뭐 정형외과 같은 경우는 망치질을 영업사원이 대신 해줄 정도입니다.”라는 인터뷰를 한 것을 보면 단순히 자사 제품의 이용법을 알려주기보다 부족한 일손을 영업사원이 도와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니 잠재적 환자인 국민들이 불안 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임플란트 전쟁’이라는 책을 쓴 현직 치과 의사 고광욱 씨는 책을 통해서 치과의 과다한 임플란드 비용에 대해 고발하고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재료비 10만 원 정도의 임플란트 비용을 300만 원이나 받는 것에 양심적인 부담을 느껴 100만 원으로 내렸다가 지역 치과협회로부터 왕따를 당합니다. 지역 치과협회는 자신의 치과에 재료를 납품하는 업체에 압력을 가해 재료를 공급받지 못하는 등 치과 영업에 지속적으로 지장을 주는 치졸한 보복을 가해옵니다. 저자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가격담합이라는 의사들의 불편한 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 1, 2, 3차 궐기 대회는 의사의 특권과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가?’ 하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돈만 우선으로 생각하는 일부(일부인지 다수인지 요즘은 헛갈립니다만) 의사들의 그릇된 행태에 대한 자정(自淨)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우월적 지위를 통해 의료 사고의 은폐를 시도하는 비양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언론에 보도된 의료사고의 경우, 몇 년이 지난 후 가까스로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경우만 알려집니다. 이 얘기는 그 긴 시간동안 의사들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고가 났을 때, "내 책임입니다.”라고 양심적으로 얘기했다면 긴 시간 동안 사고 피해자 또는 유족이 상처를 안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소송을 하는 억울함이 없었을 것입니다.

끝으로 존경받는 이국종 교수의 외로운 외침을 옮깁니다. “응급헬기가 인계점이라는 곳에만 착륙이 허가되니까 골든타임을 줄이지 못해서 인명을 살리지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문제를 여러 번 지적했지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골든타임을 줄이는 문제인데 소음 민원 때문에 현장 접근이 어렵고, 관공서 잔디밭에 착륙하려고 하니 잔디가 상한다고 뭐라고 합니다.” 대한의사협회의 주요 활동에 ‘의료제도 및 의료체계 개선’이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려는 이국종 교수의 외침에 대한 의사협회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현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돈과 관련 없는 일에는 힘을 모으지 않는 것 같아서 물어봅니다. 참고로 중증외상센터는 미국에서도 돈먹는 하마 같은 곳이라서 늘 존폐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필자가 아주대병원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적자가 뻔한 곳을 의료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유지하는 병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인지 계층간 업종간 격차가 벌어지고 서로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고 하는 아귀다툼의 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얘기하는 것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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