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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타이머의 어벤져스 관람기
2018년 07월 12일 (목) 00:21:18 김창식
 
(네이버 영화_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분기에 한 번 만나 영화를 보는 고등학교 동기 모임이 있습니다. 음주가무는 비용 문제가 있고 체력도 달리니 이참에 문화생활을 하자는 건전한 취지에서 비롯한 모임이죠. 지난 5월에 만나 함께 본 영화가 하필 <어벤저스:인피니티 워>였어요. 개봉 전 예약만 100만 명에 달했고 누적 관람객 수 1,100만을 가뿐히 넘긴 바로 그 영화 말이지요.(7. 8 현재)

약속 시간을 잘못 계산해 만남 장소인 종로3가 지하철 출입구에 30여 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그런데도 나보다 먼저 와서 다른 친구들의 현재 위치와 동선을 부지런히 파악하는 성격 급한 친구가 있더라니까요. 그처럼 ‘쓰 잘 데’ 없는 데 관심을 두고 신경을 쓰니 백수가 바쁘다는 말을 듣나 봅니다. 하긴 백수가 과로로 응급실에 실려도 간다잖아요.

종로3가에 한번 가보세요. 그곳은 정말 이상한 곳이에요. 노인들의 천국이랄까, 지옥이라고나 할까, 아니 그냥 ‘거주지역, 또는 보호지역(Oldies Reservation)’이죠. 그곳에 가면 특이한 경험을 합니다. 노인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술래처럼 빙빙 돌지를 않나, 마이클 잭슨처럼 뒷걸음치거든요. 그곳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멈추어 있거나, 돌고 있거나, 뒤로 간답니다.

어쨌거나 영화 한번 ‘자알~’ 보았습니다. 네이버 영화에서 줄거리를 확인해 봅니다.

‘새로운 조합을 이룬 어벤져스, 역대 최강 빌런 타노스에 맞서 세계의 운명이 걸린 인피니티 스톤을 향한 무한 대결이 펼쳐진다!’

무척 짧군요. 근데 이게 다입니다. 한마디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스파이더맨을 비롯 역대 마블 출신 캐릭터들이 총출동해 거대 악과 대결하는 명절맞이 종합선물세트 영화예요. <어벤저스 시리즈>와 스핀오프(Spin-off)에 나오는 인물들을 모은 것으로 모자라 다른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까지 같은 ‘보도방(마블)’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검은 봉고차’에 실어 강제 출연시킵니다. 그러니 이야기 구성이 촘촘하지 않고 인과관계 또한 ‘나무에 대를 붙인 듯’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관람석이 꽉 찼는데 ‘노인 어벤저스’는 우리 넷밖에 없더라고요. 늘 그러듯 영화가 끝났다 싶어 엔딩 시퀀스에 이르러 ‘눈치껏’ 자리(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영화 시작 전 ‘눈여겨’ 보아둔 비상구로 나오는데 움직이는 관객은 우리밖에 없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움찔거리지도 않고 그냥 숨죽이며 앉아 있더라니까요. 쿠키영상을 볼 요량이었다는 것은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타박받으며 알았지요.

근데 그나저나 젊은 층들은 왜 이런 잡탕 같은 영화에 열광하는 것이람? 어렸을 적부터 보아온 영웅들에 대한 향수 때문에? 딸(그것도 수양딸) 바보로 나오는 ‘역대급’ 악당 타로스의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거나, 아니면 홍콩 느와르를 떠올리게 하는 막판의 비감함 때문일까? 어벤저스 태반이 먼지로 사라지거든요. 속편에서 일부, 아니면 모두 다시 살아날는지 모르지만.

다음은 영화를 본 우리들 간에 오간 실없는 이야기를 간추린 것입니다.

-영웅들이 많이 바뀌었네?
(긍께 세월이 가긴 간 겨!)
-여기서 제일 센 놈이 누구야?
(슈퍼히어로를 이놈, 저놈 부르다니!)
-왜 슈퍼맨이나 배트맨은 안 나오냐고?
(소속사 구분 못함. 마블과 DC의 거리!)
-세상이 망해 가는데 하느님은 어디에 있지?
(걱정도 팔자시네요. 다 보고 계시다고요!)
-저 방정맞게 촐싹이는 애송이도 어벤저스야?
(스파이더맨과 데드풀을 혼동. 일지매나 홍길동이나!)

근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종로3가는 끈 떨어지고 줄 잘린 노인들 출몰지역이라 음식 값이 싼 데다 맛 또한 그저 그래요. 그래도 이왕이면! 갑론을박, 갈팡질팡, 궁리와 방황 끝 찾아든 곳이 낙지전문집이었어요, 음식을 주문하기 전 무리 중 누가, 그것도 퉁명스레 내뱉는 물음이 “이 집에서 제일 잘하는 것이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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