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뉴스 > 연재칼럼 | 고영회 산소리 지화자 조~옿다! 2010년 12월 24일 (금) 03:33:53 고영회 또 한 해를 보내면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해를 넘기기에 앞서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건강하게 살아있는 얼굴을 보고 넘어가고 싶은 생각에서 모임을 합니다. 아쉬움이 있더라도 송년모임은 즐거운 자리이고 다음 해를 기약하는 자리입니다. 송년모임에서 술이 빠지기 어렵습니다. 어떤 모임에서든 술을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꽤 달라집니다. 분위기를 띄워야겠다고 억지로 매달리다 보니,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건배제의를 하면서 ‘오바마’를 외쳤습니다. 좋은 뜻이 많이 있는데도, 엉뚱하게 풀이하는 바람에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술을 마실 때 분위기를 띄우는 건배구호가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로 ‘위하여’를 외치다가 이를 바꾸어 ‘위하야, 위해서, 위하고, 위하연’으로 외치던 게 고작이었습니다. 간혹 외래어를 가져와서 ‘브라보, 화이팅, 치어스’를 외치는 사람도 있지만 어울리지 않는 구호입니다. 변리사는 업무성격상 외국인과 만나는 자리가 자주 있습니다. 업무 관계뿐만 아니라, 변리사 단체끼리 교류하거나,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같이 식사를 합니다. 이때 잔을 함께 부딪치며 술을 마시는 절차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 일본과 중국 변리사는 ‘건배’를 각자 자기 소리로 외칩니다. ‘건배’를 힘차게 외치면서 술잔을 부딪쳐 보지만 별로 흥이 나진 않습니다. 시큰둥하게 그냥 통과의례쯤으로 이해합니다. 이런 건배는 영 싱겁습니다. 요즘 건배구호가 다양해졌습니다. ‘나가자, 개나발, 진달래, 당신 멋져, 변사또’와 같이 긴 말을 줄여 구호로 많이 씁니다. 위 ‘오바마’도 그런 종류 가운데 하나죠. 말마다 재치가 있긴 하지만 분위기를 띄우기에는 모자란 느낌입니다. ‘위하여’나 ‘나가자’ 계열의 구호 말고 더 신 나게 분위기를 높일 수 있는 구호는 없을까를 고민해봤습니다. 우리 민족이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술로써 흥을 돋우며 살아왔을 것이란 것을 생각해 본다면 뭔가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국악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악에는 우리 선조의 정서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니까요. 국악 공연하는 곳에 가보면, 그들은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조~옿다!’를 음정과 박자를 넣어 소리하면서 술잔을 부딪칩니다. 마지막 ‘조~옿다'에서는 다 같이 소리를 높입니다. 그렇게 같이 소리하며 술잔을 들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여기에서, 앞부분이 길므로 조금 바꾸어 여러 단계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얼씨구‘를 선창하면 다른 사람은 ’절씨구‘로 받고, 다음에 ’지화자‘를 외치면 다른 사람은 ’조~옿다‘로 화답하는 형식입니다.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다 같이 외치면 흥이 오릅니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서는 ’지화자‘ 대신에 ’모임 이름, 상대방 이름‘과 같이 다른 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신 나게 분위기를 만들려면 민요 '진도 아리랑' 후렴을 가져와 보십시오. 진도 아리랑은 노래 가락이 경쾌하고, 노랫말도 재미있는 게 많습니다. 한 사람이 노랫말을 소리하면, 모든 사람이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음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부분을 다 같이 부르는 것이죠. 가사는 돌아가면서 불러도 좋고, 장소 상황에 따라서는 노랫말 없이 후렴만 가져다 건배구호로 써도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밋밋하게 ‘위하여, 나가자, 건배...’ 하는 것과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낍니다. 모임에서 밥 먹고 술 먹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밥과 술은 만남을 뜻 깊게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수단은 수단으로 잘 활용하면 됩니다. 올해 연말 모임에서는 ‘아리 아리랑...’으로 건배해 보세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면 맨 끝에 ‘조~옿다!’를 덧붙이고 한 잔 쭉 들이켜 보십시오. 수천 년 우리 몸에 배인 우리의 정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