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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신부님, 왜 그러시는데요?

2010년 12월 21일 (화) 01:01:08

방석순

학교에서 글을 가르치는 교사, 병원에서 병을 고치는 의사에게 우리는 꼬박 ‘선생님’이라는 존칭을 붙입니다. 사람의 정신과 육신을 깨우치고 돌보는 귀한 일을 업으로 하는 이들에게 합당한 칭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잘못된 변화 탓인지 요즘 학교에서는 어이없게도 학부모에게 멱살 잡히고 제자에게 폭행당하는 선생님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학교 교육의 책임 이전에 가정 교육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의사들 가운데서는 돈벌이 잘되는 분야를 찾아가고, 힘들고 책임만 큰 분야는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돼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건지겠다고 밤잠 안 자고 수고하는 의사 선생님들이 있기에 평균 수명도 점점 더 늘어나는 것이겠지요.

학교 선생님과 병원 의사 선생님 말고도 ‘님’자를 붙여 부르는 존귀한 분들이 있습니다. 스님,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 종파에 구분 없이 범인(凡人)들에 앞서 인간세상의 부조리와 무질서와 덧없음을 깨닫고 고뇌하다 속세를 떠나 신앙의 세계로, 구도(求道)의 길로 들어선 분들입니다. 홍진(紅塵)의 명리(名利)와는 담을 쌓고 속세의 바람에 초연히 서서 하늘의 큰 사랑과 자비를 이 땅에 펼치려는 분들입니다.

세파에 시달리던 사람들도 잠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이분들이 전하는 하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위안을 찾습니다. 세상살이에 지친 영혼들을 위로하고 흐트러진 마음을 교화하는 성스러운 임무를 가진 분들이니 존경심으로 우러러 부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스님, 신부님들이 좀 이상합니다. 온갖 이해득실로 뒤얽힌 세상사에는 초탈하리라 생각했던 분들이 지금 정치단체, 사회단체보다 더 세속의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속인들의 마음속 부담을 덜어주고 우리 사회의 안정을 기원해 줄 것으로만 믿어온 성직자들이 오히려 더 큰 부담과 불안을 안겨주는 듯이 보입니다.

정의사회구현사제단이라는 신부님들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개발에 정색을 하고 반대하고 나서더니 며칠 전에는 “4대강 개발이 좋은지 나쁜지 미리 말하기 어렵다”는 정진석 추기경을 공개적으로 공박했습니다. 한 술 더 떠 원로주교라는 분들도 이들의 편을 들어 추기경에게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했습니다.

어느 종교보다 온건하고 매사에 정연하다는 평을 들어온 천주교 내부의 이 돌연한 충돌사태, 아니 하극상에 평신도들이나 우리 사회가 느끼는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신부님들은 짐작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신부님들의 일과 4대강 개발은 과연 어떤 관계인가요. 4대강 개발 반대가 신부님들에게 내린 하늘의 뜻인가요. 왜 신부님들이 정부의 국토 개발정책에 그렇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지, 왜 그렇게 집요하고 극렬히 반대운동을 벌이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4대강 개발에 대해서는 불교의 스님들도 마찬가지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해 듣기로는 생명 존중이 반대의 명분이라고 합니다. 또 강 주변 주민들에게 오히려 해를 끼칠 것이라는 소리도 들립니다.

솔직히 저도 4대강 개발이 정말 좋은 것인지, 혹시라도 자연재해를 키우지는 않을지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환경 파괴나 오염의 위험, 자연재해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태학자나 토목 기술자 등 전문가들이 갑론을박, 결론을 낼 일이지 저 같은 문외한, 또 성직자들이 나서서 떠들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전문지식도 없는 이들의 공론(空論)은 공연히 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수가 있으니까요.

생명 존중이라는 명분도 좀 아리송합니다. 스님에게나 신부님에게나 뭇 생명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간의 영혼을 구제하는 일이 보다 큰 소명이 아닌가요. 사실 사찰의 대대적인 창건이나 중창, 100년 동안 짓는다는 대 성당의 건설에서 얼마나 뭇 생명들이 보호를 받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형식적인 방생 행사를 위해 부당하게 붙잡히는 생명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렇게 떠들썩한 사안에 목사님들은 왜 조용한지도 궁금합니다. 불교 천주교 원불교와 연대회의에 참여하고 있다지만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혹시 장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일이라 마음에 안 들어도 참고 있는 것일까요. 거꾸로 설마 스님과 신부님들이 개신교 장로의 정부가 벌이는 일이라 옹졸한 마음으로 더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선 건 아니겠지요.

불교 조계종단이 최근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사찰 출입을 금지하라고 지시했다지요. 국회 예결위가 내년도 예산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여당이 불교 측에 약속한 템플 스테이 사업비가 크게 삭감되었기 때문이랍니다. 조계종은 한 발 더 나아가 4대강 개발 반대운동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랍니다.

템플 스테이는 좋은 사업인 것 같습니다. 사찰은 스님들의 구도를 위한 도량이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불교를 국교로 떠받들어온 이 나라의 문화유산이기도 하지요. 아늑한 산사에서 세파에 찌든 심신을 닦는 일은 건강한 사회생활에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러나 조계종의 이번 조치는 아무래도 종교 단체로서는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불교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이 줄었기 때문에 하는 4대강 개발 반대라면 과연 명분이 서는 일입니까. 마치 철부지의 투정처럼 보입니다.

종교 단체들이 너도 나도 정부 길들이기에 나선 느낌입니다. 무슨 깊은 뜻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리석은 중생에겐 세속의 욕심이나 세력화와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다. 속세를 떠난 구도자들의 과도한 사회 간섭, 권력화 현상은 아무래도 위험해 보입니다. 그게 그들을 따르는 수백만 신도들의 뜻도 아닐 것입니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언론의 권력화를 우려하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언론이 권력 감시라는 본분을 잊고 자기 독자들을 볼모 잡아 스스로 권력화한다면 사회에 예상치 못했던 큰 우환덩어리가 될 것입니다. 또한 독자들이 그런 위험을 깨우치는 순간 그런 언론은 더 이상 존재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종교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가난한 영혼들을 위로하고 바른 길로 인도할 성직자들이 오히려 사회에 불안과 부담을 준다는 건 누가 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맹추위 속에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몸도 마음도 차갑게 얼어 있을 우리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스님, 신부님들의 따뜻한 위로가 더욱 아쉬운 계절입니다. 스님, 신부님, 그리고 모든 이웃들에게 먼저 마음의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