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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칼럼 | 김수종 2분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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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롱베이의 일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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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박여행은 비행기 축지법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영 딴 맛을 줍니다. 홍콩을 출항한 후지마루가 베트남 북부 하롱베이까지 항해하는 데는 35시간이 걸렸습니다.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거리입니다. 느림이 주는 여유가 있습니다. 통킹만의 풍랑이 밤새 잠을 설칠 정도로 거대한 선체를 흔들어댔습니다. 그리고 여명과 함께 배는 호수같은 하롱베이로 접어들었습니다. 바다위에 병풍처럼 떠 있는 석회암 섬들이 실루엣처럼 눈에 들어왔고, 그 위로 시뻘건 태양이 떠오르는 광경은 필자가 본 일출 중 최고의 걸작이었습니다. 필자는 이 기묘한 해안절경을 보는 순간 바로 ‘바다에 떠 있는 계림(桂林)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암벽 상층부에 짙은 숲이 우거진 석회암 봉우리가 바다에 촘촘히 서 있는 독특한 경관입니다. 유네스코는 1994년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뛰어난 석회암침식 지형, 다양한 생태, 그리고 고고학적 가치를 인정한 것입니다. 유네스코 문서를 검색해보니 작은 것은 해발 5m정도의 바위섬도 있지만 대개 해발 50m에서 최고 200m까지 다양한 높이의 타워형 석회암 섬이 120㎞의 해안선을 따라 1600개가 산재해 있습니다. 이런 석회암 봉우리는 육지로도 한참 이어집니다. 바위의 모습이 형형색색으로 1000개 섬에 형상을 묘사한 이름이 붙여질 정도입니다. 키스바위가 그 한 예입니다. 현지 관광유람선을 타고 섬과 섬 사이를 돌며 구경하는 대여섯 시간이 상당히 짧게 느껴집니다. 석회암침식지형의 묘미는 3가지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 그 위에 형성된 숲, 그리고 종유석동굴입니다. 몇 개의 개방된 동굴 중 ‘승솟’동굴을 보았습니다. ‘승솟’은 베트남 말로 ‘놀랐다’입니다. 용암동굴이 기괴하기는 다 비슷합니다마는 이 동굴은 무지무지하게 넓은 지하궁전 같았습니다. 베트남 삿갓(론)으로 얼굴을 가리고 갑판 소파에 기대면 시원한 미풍에 한순간 단잠이 감미롭습니다. 가는 곳 마다 한국말 감탄사가 많이 들렸습니다. 한해 30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있으니 그 중 상당수가 이 절경을 마음속에 비워두고 갈 리가 없을 것입니다. 부모님에게 구경시켜 드리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분들이 많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절경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지질학적으로 설명하면, 억겁의 세월동안 이뤄진 석회암 침식 지형이 불어난 바닷물에 잠긴 것입니다. 석회암은 물에 잘 녹습니다. 그래서 기괴한 모양의 절벽과 동굴이 지하수, 빗물, 바닷물에 침식되어 생깁니다. 또 석회암의 모태는 수억 년 전 산호초가 지각변동으로 땅속에 묻혀 변화된 것이라는 학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 환상적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옛적에 베트남이 중국의 침입을 받아 전쟁을 할 때, 하늘이 용의 가족을 내려 보내 침입자를 막도록 했습니다. 용 가족은 하늘에서 내려오면서 보석을 뱉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보석들이 바다에 떨어지자 섬으로 변하고 서로 연결되어 적의 침입로를 봉쇄했습니다. 하롱은 바로 한자어로 下龍(용이 내려온다)입니다. 전설이 맞기라도 하듯 베트남은 북방의 중국과 몽골 함대를 이곳에서 괴멸시켰다고 합니다. 하롱베이 전설에서 우리는 베트남과 중국과의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롱베이에서는 아쉬운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해안가에 기묘한 자태를 뽐내던 석회암 봉우리들이 시멘트원료로 잘려나가 마치 살이 빠진 고래뼈처럼 형해만 남은 모습이 군데군데 보였습니다. 또 하롱베이 개펄을 검푸르게 뒤덮고 있는 맹그로브 숲이 대거 벌채되고 그 자리에 새우양식장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맹그로브 숲은 해일 완충지이자 호랑이까지 산다는 생물다양성 보고입니다. 베트남 도이모이의 또 다른 측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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