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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칼럼 | 김수종 2분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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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걸어 나오는 세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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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쯤 전 강원도 오대산에 갔습니다. 35도의 열파가 서울을 녹여버릴 듯이 더울 때였습니다. 오대산에는 월정사와 상원사를 둘러싼 전나무 숲이 일품입니다. 침엽수가 뿜어내는 상쾌함은 냉장고에서 갓 꺼낸 사이다 한 모금을 삼켰을 때의 맛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오대산의 시원한 삼림 속에는 공포의 흔적도 있었습니다. 숲길 곳곳에 흙더미와 돌무더기가 널려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숲 속을 들여다보았더니 산비탈이 패이고, 굴러오다 멈춘 돌덩이들이 사람몸집만한 크기였습니다. 태풍 위에니아가 쏟아 부은 집중호우의 상처였습니다. 바윗돌을 굴리는 물살의 위력인데 산비탈 농경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200㎜니 300㎜니 하는 강우량과 텔레비전에 비치는 수해현장을 보았을 때는 그저 비가 엄청 쏟아졌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홍수의 습격을 직접 당했던 사람들이 전하는 말을 들으니, 그 날 밤 강원도 수해지역 사람들이 겪었던 공포가 고립무원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컴컴한 숲 속에서 물이 걸어 나오는데 혼비백산했습니다.” 물 사태를 설명하는데 이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소슬바람이 불면서 우리는 고통스럽던 8월의 더위를 잊어버립니다. 올해는 더 이상의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연재앙이 근년에 문제가 되는 걸까요. 태풍도 집중호우도 새로운 일은 아니며, 과거에도 사람이 죽고 재산을 앗아갔습니다. 자연은 그대로 있는데, 배가 부른 인간이 안전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매스컴의 발달로 구석구석의 일이 보도되면서 문제가 사실 이상으로 과장 부각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일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현상이 이상해진 것도 분명합니다. 태풍이든 국지성 호우든 최근 우리나라에 퍼붓는 집중호우는 더욱 살인적입니다. 올해 수해도 심했지만, 몇 년 전 강릉에는 87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언덕이 계곡으로 변하고 강이 물길을 바꿨던 모습이 아직 생생합니다. 과거에는 사나흘에 불과하던 열대야 현상(밤 최저기온 25도 이상)이 8월 내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록과 통계가 이상현상을 입증합니다. 과학자들은 이걸 기후변화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재앙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위험에 대비를 잘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하는 일은 기껏해야 응급구호와 복구 및 보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앙정부에는 종합적인 기후변화 대응체계가 없고, 지방정부는 장기적인 계산 없이 산비탈을 부수며 토목공사에 열을 올립니다. 우리의 마을과 도시는 난개발로 재앙을 맞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 듯합니다. 다행히 올해 인구가 밀집된 서울지역에는 수해가 상대적으로 덜했습니다. 방비를 잘 한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800㎜의 비가 내린다면 서울이 안전할까요. 기록을 경신하는 집중호우는 서울에 대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올해 오대산 숲에서 걸어 나왔던 물이 내년에 서울, 또는 다른 대도시의 골목길에서 걸어 나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선진국에서는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물의 수급에서 토목공사의 안전계수 설정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를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그런 방향의 정책변화가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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