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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국가 개혁이다(3)
일등보다 일류
2017년 04월 28일 (금) 00:05:10 신현덕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이후 참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졸저 <오재경>을 집필할 때 만난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와 제가 찾아본 각종 자료에 나타난 과거의 일들이 요즘 일이 되어가는 과정이나 형편과 참 많이 겹칩니다.

1960년 4월 28일 이승만 전 대통령은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를 나와 이화장 사저로 거처를 옮깁니다. 경무대를 나서기 직전까지 이 전 대통령은 굳이 도보로 이화장까지 가겠다고 우겼습니다. 측근 여러 사람이 나서 말렸지만 고집을 꺾지 않을 위인이었지요. 소문을 들은 시민들이 연도에 모여들었습니다만, 수도 경비를 맡았던 보병 15사단장의 설득으로 이화장까지 자동차로 이동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4·19의거(당시 언론 표현)로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자 국회에 사표를 냈습니다.

이날은 아침에 이기붕 일가가 경무대 별관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 날이기도 합니다. 오재경은 이 전 대통령이 믿고 맡겼던 황실재산사무총국장 자리에서 사퇴하겠다고 기별하러 갔다가 이기붕 일가의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곧바로 경무대로 뛰어 올라가 검시가 시작도 되기 전에 현장을 보았습니다. 그는 넋을 잃고 있다가 검시관이 왔을 때야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오재경은 그 일과 관련해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그래서는 안 됐었지요. 그러나 (잘못을) 죽음으로 청산한 그 결단을 대견하게 여깁니다. 그 무서운 결단에 존경심마저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부정과 부패를 저지르고도 떳떳한 것처럼 살아가는 인사들에게 들으라는 듯 “세상에는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고 부끄럽게 살고 있는 것을 많이 보고 있지 않습니까”고 개탄했습니다. 그는 이기붕 일가를, 아니 자유당 정권을 그렇게 만들고도 떳떳하게 살아간 사람들을 참 싫어하고 경멸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데모가 극을 향해 달려갈 때인 3월 말 부정부패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던 황실재산사무총국장에 오재경을 앉히고, 다음 날은 이 전 대통령의 내각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한 홍진기를 내무부 장관에 임명해 사퇴를 수습해 보려고 했으나 헛수고였습니다.

동아일보는 이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간 다음날 ‘역사를 창조한 학생들에게’란 이희승 교수의 글을 실었습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은 국정 전기(轉機)의 대사업을 이루었다”며 “한두 가지 심각하게 주의하고 경계하여야 할 일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자애와 자중의 정신을 종전보다 가일층(加一層) 발휘하여야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그중의 하나로 “대업을 이룬 자는 그 성공에 도취되기가 쉬운 일이다. 말하자면 자부심과 자신력이 지나칠 정도로 증장(增長)되어 어깨가 으쓱하여지는 반면에 안하무인의 오만과 불손의 맹아(萌芽)가 돋아나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합니다.

이어 “우리가 오늘날까지 상대하여 싸운 그 집단도 역시 그들의 과거의 성공에 심취하여 교만 횡포 억압 등 갖은 부패상을 극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일조일석(一朝一夕)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날마다 조금씩 저희도 모르는 중에 증대되었던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중에 증대된다는 일, 이것이 실로 무서운 것이다. 보통 이상의 비범한 예지와 총명의 활동을 게을리하지 말아야만 이러한 과오에 빠지지 않는 것을 깊이 심간(心肝)에 명기하여 두어야 할 것이다”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앞서 자유당 정권에 의해 강제 폐간되었다가 28일 복간한 경향신문은 젊은 시인 고원 씨의 글을 실었습니다. 스스로 낙오자라고 밝힌 그는 “지금 우리는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혹자는 위대한 지도자가 없음을 한탄한다.”면서 “우리에게 현재 요구되는 것은 특출한 하나의 영웅이 아니라 가장 민주적이고 실정에 맞고 장래의 역사를 내다보는 훌륭한 제도 자체라고 믿는다. 인물은 우선 청렴하고 성실하며 건전한 상식인이면 그만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그의 말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에게 하는 역사의 경고처럼 들립니다. 일등보다 일류를 지향하는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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