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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삭막한 세상!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말라!”
2018년 12월 14일 (금) 00:10:19 박대문

참으로 삭막하고 참담한 세상이다. 무슨 연유인지 한 달 새에 세 번의 기막힌 사기를 당할 뻔했다. 보이스 피싱과 스미싱에 감쪽같아 속아 넘어갈 뻔했고 해킹 E-mail에 그들이 요구한 48시간의 송금 시한 내내 뭔가 찜찜했다. 더구나 참담한 것은 이 사실을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해도 신고받은 경찰이나 인터넷 상담센터의 도움 안 되는 무대책이다. 기껏해야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말고 응대하지 말라,” “전화나 인터넷 보안을 강화하라.”는 정도의 훈수이다, 어떻게 모르는 전화 안 받고, 모든 전화를 의심하면서 세상을 살 수 있단 말인가?

인터넷이나 전화 사기범들의 수법은 어수룩하고 마음 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빈틈을 파고드는 참으로 교활하고 못돼 먹었다.
첫 번째 보이스 피싱은 지난 11월 5일이었다. 해외에 있는 딸 K에게 사고가 생겼다는 중년 남자의 전화였다. 교통사고인 줄 알고 겁에 질린 나에게 울먹이는 딸아이와 통화하게 함으로써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사연은 이러하다. 집 전화벨이 울렸다. 대뜸 “K 아버님 아니신가요? 여기 해외 00(K가 살고 있는 나라)인데 K에게 사고가 생겼습니다.”하는 전화였다. 딸이 이곳에 있는 친구 M(실제와 같음)의 대출금 보증을 섰는데 M이 행방을 감춰 하는 수 없이 딸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현금을 찾아서 한국에 있는 자회사 직원에게 넘겨주어야 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집 전화번호가 감이 약하고 뭔가 이상하니 나의 휴대전화로 바꾸라며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울먹이는 전화 목소리가 딸과 너무도 비슷한 것으로 착각되어 아이 신상이 걸린 문제라 생각하니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휴대폰이 울려 전화를 받으니 일체 휴대폰을 끊지 말라고 하면서 통장을 들고 거래 은행으로 가라고 했다. 현금으로 찾아야 하니 가방을 챙기고 휴대폰은 끊지 말고 호주머니에 넣고 가라 신신당부한다. 은행 앞에 가면 은행에 들어가지 말고 그 앞이라고 전화에 대고 말하라고 했다.

휴대폰을 끊지 말라고 당부하는 통에 보이스 피싱이라 생각했다, 이들을 잡아야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집 앞에 있는 은행이지만 조금 먼 거리라 말하고 나서 바로 은행으로 갔다. 휴대폰을 은행 문 앞에 두고 은행 청원경찰과 직원에게 다가가 보이스 피싱 통화 중인데 이들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는지 문의했더니 은행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파출소에 전화를 연결해 주었다. 연락했더니 빠른 시간에 경찰 두 명이 오고 뒤따라 형사 두 명이 추가되었다. 경찰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전화번호(070-4046-4228)를 알려 주니 현금 전달 장소를 빨리 확인하라고 한다. 경찰 입회하에 그때야 은행 앞에 왔다고 전화했더니 은행에 바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서 사전 교육을 했다. 왜 현금을 찾으려 하느냐에 대한 답변에서부터 현금 신청서 기재 요령, 경찰 수행 권유 시 거절 방법 등 세세한 내용이었다. 교육 후 다시 자기들이 은행 직원 입장에서 질문할 터이니 답변을 하라는 등 예행연습까지 시켰다. 나는 딸 안전 여부가 걱정되어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한데 그런 이야기를 새겨들을 수 없다고 하면서 경황이 없는 척했다. 현금 인도 장소를 말하면 찾아서 바로 가면 될 거 아니냐고 그 장소만 말해 달라고 항의했으나 막무가내였다. 그들은 절대로 다음 행동을 미리 말해 주지 않았다. 통화를 유지하면서 바로바로 한 가지씩만을 따라서 하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 사이 경찰은 현금 인도 장소만을 알아내라고 쪽지를 건네며 내가 알려준 그들의 전화번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경찰은 “손해 보지 않았으니 전화 끊고 응대하지 마세요.”라고 권했다. 현금을 찾아도 바로 접선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전화번호는 대포폰이나 해외에서 하는 것이라서 추적할 수 없다고 했다. 나의 휴대폰 번호가 상대에게 알려진 상태라서 찜찜했지만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 후 계속 집으로, 휴대전화로 전화가 빗발쳤으나 받지 않았다.

두 번째 E-mail 해킹 스미싱은 11월 25일 03:00이었다.
아침에 E-메일을 여니 이상한 영문 메일이 하나 있었다, 발신인도 수신인도 나의 어드레스였다. 내용인즉 “6개월 전에 너의 E 메일함을 해킹했는데 바이러스를 심어 놓아 너의 모든 E-메일 내용과 계정, 소셜 네트워크, 검색 기록. 연락처와 파일을 다 알고 있고 그 기록들을 저장, 보관하고 있다. 네가 메일을 여는 동시 나에게 자동으로 연락된다. 못 믿겠으면 네 자신에게 메일을 직접 보내봐라. 그게 되는가? 네가 비밀번호를 바꿔도 상관없다. 바이러스가 너의 캐싱 데이터를 다 가로채고 있으니까. 네가 만일 48시간 이내에 BTC 지갑(비트코인) 19kXyFbvetft819v4QV5g9vzrjwNqRtvgA 으로 635$를 보내지 않으면 너의 계정과 자료, 연락처, E-메일 등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e콜센터(118)에 상담했더니 “대응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는 답변뿐이었다. 내용이 하도 엉성하고 졸렬해서 이러한 유치한 장난에 속지 않도록 알리고자 이 사실을 페이스북과 밴드에 당일 공개했다. 하지만 48시간이 지나기까지는 컴퓨터 자료가 훼손되거나 나의 정보가 공개되지는 않을까 염려되고 불안했다. 48시간이 아무 탈 없이 지났지만 지금도 혹 자료 파손이 되지 않을까 심어 놓았다는 바이러스가 작동하지 않을까 염려가 아직 남아있다.

세 번째 스미싱에 연결된 보이스 피싱은 12월 10일 10:00 시였다.
은행에서 발송하는 것과 같은 ‘Web 발신’ 문자메일이 ‘해피머니’ 발신으로 왔다. 발신자 전화는 070-5083-4413이었다. 253,000원이 모바일로 결제 완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황당했다. 그냥 넘길까 했지만, 왠지 찜찜해서 전화를 했더니 아가씨가 전화를 받았다. 자기들은 ‘해피머니’ 대행업체인데 600만 원짜리 안마의자 구매 값 선급으로 모바일 결제한 사실이 맞으며 그 이후 결제는 나의 00은행 계좌에서 자동 이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밖의 것은 판매자가 아니라서 모른다고 했다. 동시에 최근 이러한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데 본인이 구매한 것이 아니라면 경찰서 사이버 수사대로 신고할 터이니 그때 자세한 것은 얘기하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한 참 후에 ‘00경찰서 경사 김 정윤’이라고 하면서 여자로부터 전화(1811-9019)가 왔다. 스미싱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차 전화했다고 한다. 상황을 묻고 나서 최근 신분증을 분실하거나 이상한 전화를 받고 인증번호를 알려 준 적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 일 없다고 하면서 어떻게 본인도 모르게 모바일 결제가 이루어지고 통장 이체가 되느냐고 했더니 아마도 나의 신상 정보를 도용하여 모바일로 결제하고 은행 직원과 공모하여 통장을 개설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통장이 지난달 18일 영등포 00동 00은행에서 그 개설됐는데 계좌 끝 번호가 751이라고 했다. 동시에 범인이 또 다른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지금 주로 거래하고 있는 계좌 은행과 휴면계좌 은행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 거래 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은행에서 더는 통장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금융감독원에 연락하고 나머지 통장은 동결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화가 녹취되고 있으니 계좌번호를 말하면 안 되고 수사를 하는 자기들도 묻는다면 처벌을 받으니 통화 도중에라도 나의 은행계좌 번호나 비밀번호 등은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인터넷 뱅킹하면서 보안카드 쓰지 말고 시간 나는 대로 은행에 가서 보안성이 강한 OTP 카드로 대체하라고 조언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수사관으로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나의 휴대폰 보안 상태가 약한 것 같으니 자기들이 보안 강화 프로그램을 나의 휴대폰에 깔아 주겠는데 그렇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휴대폰 'play스토어'에서 ‘팀뷰어퀵서포트’ 앱을 다운로드 하여 설치하라고 했다. 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다고 했더니 가르쳐 줄 테니 그대로 따르라고 했다. 구글의 'play 스토어'를 다운로드 하는 것이라 의심 없이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서 앱을 설치했다.

결국은 자기들이 나의 휴대폰과 연동화해서 나의 폰을 원격 조작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았다. 마지막에 그들 휴대폰과 연동화 하는 본인 ID 인증 비밀번호 10자리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때야 뭔가 이상해서 거절하고 "제가 수사관님 신분을 확실히 알아보고 알려주겠습니다." 하면서 연락처를 물었더니 ‘00경찰서 02-530-3112. 김정윤 경사’라고 친절하게 답했다. 그 00경찰서에 다른 번호로 전화를 해서 ‘알려준 전화번호와 김 경사’를 찾았더니 “그런 사람 없다.”고 하면서 “보이스 피싱인 것 같으니 인터넷 보호나라로 신고하세요.”라고 했다. “그 번호는 인터넷에서 찾으면 됩니다.”라고 하면서. 그 이상은 더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 허탈했다. 다시 ‘인터넷 진흥원 118 사이버민원센터’로 신고했더니 ‘은행 방문 본인 확인절차 강화’ 등이 적힌 명의도용 예방법 5가지가 적힌 문자와 보호나라 홈페이지에 접속 신고를 안내해주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주었다,

한 달 새에 위와 같은 세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보이스 피싱이나 스미싱 사기단이 종횡무진으로 활개를 치고 수법은 다양하게 발전해 가는 데 시민을 위한 인터넷 사기 피해 예방 조치나 대책은 너무 미약해 보였다. 신고해 봐야 형식적이고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과 걱정만 오히려 커졌다, “전화번호 추적해 봐야 대포폰이거나 해외 사이트이니 소용이 없다.”고 하며 “070 전화는 받지 말고 모르는 전화도 받지 말고 이상한 전화면 응대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그들은 버젓이 전화번호나 인터넷 사이트 내놓고 활동하는데 일반 시민은 누구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못 받고 그저 스스로 똑똑해서 그들에게 속지 않아야 하는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어떻게 하면 내놓고 활동하는 이들 조직과 집단을 규제하고 활동을 제한할 수 있을까? 휴대폰과 E-메일 없는 세상 살기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매번 바꿀 수도 없으니 참으로 삭막한 세상이다. (위에 적힌 전화번호는 실제 전화번호이며 지금도 통화가 가능합니다.)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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