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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하지 않고 잔인할겁니다
김수종 2007년 02월 12일 (월) 13:09:00

제주도 남쪽해변에 ‘용머리’라는 관광명소가 있습니다.
옛날 용암이 구불구불 흘러내리다가 바닷물을 만나 굳어진 괴암인데, 용의 목 줄기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해수의 침식작용으로 절벽이 패여, 썰물 때면 마치 회랑 같은 긴 통로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썰물이 되면 누구보다도 먼저 이 회랑으로 달려 나가 좌판에 소라와 소주를 올려놓고 관광객에게 파는 할머니들이 있습니다. 이 바다에서 일생을 보낸 마을 해녀들입니다.
나이든 해녀들이 요즘 이런 말을 자주 한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썰물 때 좌판을 벌일 수 있던 바위가 이젠 물 밖으로 나오질 않아. 바닷물이 불어난 게 틀림없지.”

 ‘지구온난화’니 ‘기후변화’니 하는 말은 이 할머니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일 뿐입니다. 석유를 쓰면 이산화탄소가 공기로 배출되고 이 기체가 지구를 덥게 만든다는 이론을 말한다면 이 할머니들은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할 것입니다.

어쨌든 이 해녀할머니들은 생활현장에서 바닷물이 불어났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반세기 이상 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살아온 그들은 온난화가 뭔지는 모르지만, 썰물 때 어느 바위가 얼마나 물밖에 드러나는지를 눈을 감고도 훤히 압니다. 바로 바위 돌에 그들의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이 이 해녀들의 말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20세기 동안 온난화 영향으로 전 세계 바닷물이 불어나 그 수위가 15~23㎝ 높아졌다고 추정해내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은 20세기 동안 0.6도가 상승했고, 그게 대부분 지난 50년 동안에 집중됐으니 바다수위도 이때 많이 불어났을 게 분명합니다. 

곳곳서 발생하는 불길한 징후들

‘지구 온난화’가 연초부터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지구촌 곳곳서 100년만의 이상난동 이라고 야단입니다. 미국에는 철이른 살인 토네이도가 플로리다를 덮쳤고,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폭우로 물속에 잠겼습니다. 지난 가을엔 물의 천국인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가 말라붙었는가 하면, 그린랜드 빙하가 급속히 녹아 내려앉고 있습니다. 느낌이 매우 나쁩니다.

전세계 110여국의 과학자와 전문가 2,500명으로 구성된 유엔 산하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가 2월2일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인간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분명하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최소 섭씨 1.8도에서 최고 4도까지 상승하며, 바다수위가 18~58㎝ 높아질 것 같다. 고위도 지역에는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저위도 건조지역에는 더욱 가뭄이 심해질 것이다.” 

이 보고서를 보고 너무 얌전하게 예측하여 미래의 위험을 축소했다고 비판하는 과학자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예를 들면 바다수위가 상승하는 원인도 수온이 올라 물이 팽창하는 것만 고려했지 남북극과 고산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불어나는 부분을 계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런 변화까지 고려하면 바다 수위가 80㎝ 이상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국경 없는 기후재앙

과학자들이 그리는 시나리오를 보면 온난화에 의한 기후재앙은 세 갈래로 올 것입니다.
 
첫째, 기상의 폭력화입니다. 이상난동, 한발, 사막화와 황사, 살인적인 폭우, 카트리나 같은 초대형 태풍 등 이미 벌어지기 시작한 일들입니다. 빈도와 강도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기준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 생태계의 대변혁입니다. 기상이 변하면 생물은 임시 대피를 하지만 기후가 변하면 이동해야 합니다. 이동하지 못하면 멸종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농업과 목축업은 물론 어업에도 대 변화가 일어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파장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곤충의 서식지 변화와 신종 미생물의 출현입니다. 새로운 질병이 인류를 위협한다는 겁니다. 조류독감은 그 전초병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셋째,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불어나는 것입니다. 그린랜드에는 바다 수위를 7m 높일 수 있는 만년설이, 남극대륙에는 바다수위를 70m이상 높일 수 있는 얼음이 잠자고 있습니다. 해양수위가 1m만 상승해도 중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이집트 등에서 수억의 환경난민이 발생하면서 전세계를 핵충돌의 위기로 몰아갈 것이라는 안보예측까지 나옵니다.

히말라야 안데스 알프스 록키산맥 등에 쌓인 만년설은 아마존 양쯔강 인더스강 등 세계의 주요 하천에 물을 공급하는 급수탑과 같습니다. 그런데 산악빙하가 급속히 녹아 줄어들면서 이 급수탑의 물이 마르고 있습니다. 황하상류가 말라가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 전쟁의 도화선이 타들어가는 형국입니다.

지구온난화는 이런 재앙적 변화가 동시 다발적으로 악순환을 일으키며 온다는 것을 뜻합니다. 온난화는 이름처럼 온난하지 않고 잔인할 것입니다. 온난화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한국의 여론형성층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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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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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김 (211.XXX.XXX.232)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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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0 18:26:43
2 2
lohyunoo (123.XXX.XXX.31)
누군가 식자는 과감하게 이런글을 써댜합니다.
기상의 폭력화 . 생활이바뀐다. 인생이 바뀐다.
거절할수 없는 현상등 식자는 미리 ㅊ앞을보는 글을 써야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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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5 23:58:41
2 2
snkang@knou.ac.kr (121.XXX.XXX.72)
김수종 주필께서는 환경문제 전문가로서 이미 그의 저서인 <0.6도>를 통해 이러한 지구온난화(golbal warming)문제의 심각성에 관해서도 지적한 바 있지요. 환경문제는 단순히 환경의 차원을 넘어, 정치경제학적인 함의를 지니고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환경의 폐해와 영향의 범위는 의외로 광범위하고 심대합니다.
좋은 글을 읽게 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답변달기
2007-02-15 11:15:10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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