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멀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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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멀리하기

황경춘

2009년 08월 01일 (토) 09:24:38

저로서는 실로 대단한 결심을 하고 언제까지, 또 어느 정도 이 결심을 실천할 수 있을는지 마음 졸이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나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술ㆍ담배와 강박장애’라는 최근 글에서 저 자신이 강박장애 환자이며 그 두드러진 증세의 하나가 아침 눈 뜨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는다는 것이라고 실토했습니다.

언젠가 어떤 자리에서 옆의 분이 “하루에 몇 시간이나 컴퓨터를 들여다 보십니까” 라고 묻기에 무심코 “한 여덟 시간쯤 될까요” 라고 대답하고 난 뒤 생각해 보니 정말 하루의 3분의1쯤을 컴퓨터 부근에서 서성거리는 저 자신이 머리에 떠올라 깜작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일하던 언론사는 본사가 미국에 있어 컴퓨터가 지금처럼 개발되기 전에는 주로 무선송신시설인 텔레타이프를 통해 업무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업무연락은 시차 때문에 자정이 지난 새벽시간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연히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하는 일 중 하나가 이 업무연락을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컴퓨터가 생긴 후에는 많은 업무연락이 인터넷 메일을 통해 들어왔기에 컴퓨터와 친해지는 시간이 많아졌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때 익힌 직업상의 강박감에서 오는 습관이 직장생활을 그만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일할 때처럼 업무연락이 밤사이에 들어 올 리는 없는데도 아침에 눈 뜨자 신문을 현관에서 주워오기 전에 먼저 컴퓨터를 켭니다.

고령자가 컴퓨터를 가까이하는 것은 여러 모로 그들의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 경우는 오히려 컴퓨터를 만지는 시간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제 건강유지의 한 과제가 된 것입니다. 때마침 노인들이 컴퓨터에 무리하게 몰입함으로써 얻는 갖가지 건강상 폐단에 관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시력이 약한 노인들이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부자연한 자세로 오랜 시간 작업을 하거나 그렇잖아도 허약한 허리나 고관절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취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이 지적된 것입니다.

저 자신 컴퓨터의 딱딱한 사무용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살이 얼마 붙어 있지 않은 엉덩이 부근에 통증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큰 확대경을 사용해 화면의 잔글씨를 오래 읽다가 보면 눈에 피로를 느껴 잠시 거실로 나와 먼 산의 푸른 숲을 보며 눈을 쉬게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폐단을 지난번에 쓴 글을 계기로 하여 좋은 방향으로 좀 고쳐보자고 마음먹고 우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서재에 가 컴퓨터부터 켜는 습관을 바꾸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내에서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은 빼고 오전 열한시까지는 컴퓨터를 켜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 2~3일은 계획대로 잘 실행되었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엔 점심약속 때문에 혹시 바쁜 연락사항이 있을지 몰라 열시 반에 인터넷 메일을 챙겨보았습니다. 이럭저럭 첫 한 주일은 마음먹은 대로 일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밤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프랑스 여자 오픈 골프대회의 최종일 결과가 자정까지도 나오지 않고 선두를 달리던 두 사람의 연장전이 있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한 달에 한 번 있는 번역 일의 원고까지가 밤에 들어왔습니다.

좋은 핑계다 생각하고 월요일 아침에는 평소같이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공동 선두에 섰던 일본 여자골퍼가 연장전을 거쳐 우승했었습니다. 이 일을 제외하고는 열흘 가까이 큰 차질 없이 이 계획을 실행하고 있어 저 자신 약간 놀라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컴퓨터에 뺏기는 시간을 줄이는 결심은 의외로 손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아침 열한시까지 컴퓨터를 멀리한다는 계획은 좀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열흘 동안 시험해 보고 약간의 시행착오를 발견한 것입니다. 저는 아침에 컴퓨터를 통해 일본 주요 신문의 조간 제목을 훑어보는 것을 일과처럼 해왔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활약하는 우리 여자골퍼들의 뉴스도 주로 새벽시간에 들어옵니다. 그 뿐 아니라 글 쓰는 것도 비교적 정신이 맑은 아침시간에 작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강박감에서 오는 버릇을 고치고 컴퓨터에 몰입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매일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하는 시간도 적당히 조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통한 클래식 음악 감상의 시간을 전보다 늘려 컴퓨터 작업에서 오는 피로를 줄여보도록 했습니다.

다만 그걸 핑계로 종전 같이 무절제하게 컴퓨터에 몰두하는 나쁜 습관에는 결코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고 있습니다.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주한 미국 대사관 신문과 번역사, 과장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TIME 서울지국 기자
-Fortune 등 미국 잡지 프리 랜서 역임

오 마 리 (24.XXX.XXX.206)

선생님

저도 비슷한 문제로 건강에 무리가 오기도 했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저도 컴퓨터에 가까이 하는 시간을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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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2 11: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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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64)

컴퓨터를 켜는 시간엔 주로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데 요즈음에는 마음을 어지럽히는 뉴스 때문에 화가 나서 댓글을 달다보면 서너시간 넘도록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게됩니다.
온국민이 아니라!!! 아니라!!! 외쳐도 꿈쩍도 하지않는 불통의 시대에 화를 내는 것조차 부질없어보이는데....
이제 될대로 되라!!! 관심을 거두고 평정심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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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2 01: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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