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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소리
박시룡 2009년 07월 23일 (목) 08:54:48
요즘 논에서 개구리 소리가 요란합니다. 모두 청개구리입니다. 소리는 암수가 짝을 맺기 위해 내는 소리입니다. 개굴개굴은 수컷이 내는 소리이고, 암컷은 그 소리를 듣고 수컷을 선택합니다.

암컷은 아무 수컷이든 개구리 소리를 다 좋아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의 경우 여자가 남자를 고를 때 나이도 보고 외모도 보고 학벌도 보고 재산 등을 보는 것처럼 개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말하자면 컴컴한 밤에 암컷 개구리는 무엇을 보고 수컷을 선택할까? 그건 당연히 소리밖에 없지 않은가! 소리…, 소리 속에 비밀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쓰는 주파수라는 단어를 기준으로 말하면 주파수가 크면 높은 음이고, 작으면 저음입니다. 덩치가 작은 개구리는 높은 음을 내지만 덩치가 큰 개구리는 저음을 냅니다. 사실 암컷은 고음보다 저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제 겨우 번식능력이 있는 수컷은 크기가 작지만, 경험이 있는 수컷은 대개 크기가 큰데, 아마 암컷들은 보다 경험이 풍부한 수컷을 더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리에는 주파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음의 세기, 질감 등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서 적합한 배우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단순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개구리 소리를 연구하려면 녹음을 해야 하는데, 녹음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여러 마리의 소리를 녹음해서는 안 되고, 한 마리 한 마리씩 녹음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울고 있는 개구리의 위치를 찾아내야 하고, 찾은 개구리에 근접해야 합니다. 녹음기의 마이크는 개구리 앞에서 약 50㎝ 내로 접근시켜야 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만 방해를 받는 조짐이 보여도 개구리는 금방 사라집니다.

그리고 옆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를 가급적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콘덴서 마이크를 씁니다. 장대모양으로 생긴 긴 마이크가 콘덴서 마이크입니다. 이 마이크를 쓰면 정면에서 들어온 소리는 뚜렷하지만 옆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는 약하게 들어와 한 마리씩 우는 소리를 녹음할 수 있습니다.

녹음한 소리를 스피커로 들려주는 실험을 영어로 플레이백(Playback)이라고 하는데, 플레이백해서 소리를 들려주면 수컷 개구리의 반응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옴개구리는 아주 쉽게 반응을 보입니다.

옴개구리 수컷들은 자신의 영역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영역 가까이서 소리가 들리면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스피커를 향해 기어올라 가는데, 아마 그곳에 수컷이 있었더라면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을 겁니다. 암컷의 반응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암컷의 반응을 보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수컷보다 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물론 우리는 가끔 소리를 변형해 암컷을 유인해 봅니다. 주파수를 높여 정상적인 소리를 함께 틀어주면 어떻게 반응할까? 물론 같은 종의 소리 선택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은 가끔 자신의 종의 소리보다 높은 주파수를 선호할 때가 있어, 이런 경우를 발견하게 되면 실험은 보다 흥미로워집니다.

생각보다 맹꽁이는 지저분한 곳을 좋아합니다. 가축분뇨가 버려진 논두렁이나 풀이 우거진 곳에서 웁니다. 울음소리를 들으려 접근하면 소리를 그칩니다. 맹꽁이는 은폐된 곳을 좋아합니다. 장마철이 되면 거대 집단을 이루어 웁니다. 비가 와 늪으로 변한 곳에서 모여 웁니다.

그 늪은 장맛비로 인해 일시적으로 조성된 곳이기 때문에 금방 말라 버립니다. 그래서 맹꽁이는 다른 개구리와는 달리 엄청나게 빨리 생겨납니다. 무당개구리, 청개구리, 북방산개구리가 적어도 2~3개월 걸리는 것에 비해 맹꽁이는 한 달이면 성장과장이 끝납니다.

이렇게 기간이 짧은 것은 일시적으로 조성된 늪의 생활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 장마기간은 대략 1개월 정도인데, 맹꽁이는 바로 이 기간에 맞춰 알을 낳고 알에서 부화한 새끼가 맹꽁이로 변화를 겪습니다. 특히 올챙이시기가 아주 짧습니다. 올챙이시기는 순전히 물에 의존하여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번식방법이 이처럼 특이한지도 모릅니다.

나는 맹꽁이가 왜 “맹꽁” “맹꽁”하고 우는지 관찰해 보았습니다. 내 연구가 있은 후 맹꽁이 울음소리의 비밀이 많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두 마리가 서로 간격을 두고 우는데 서로 다른 소리를 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하나가 ‘맹’하면 다른 하나가 ‘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체 간의 음성의 차이이지, 한 마리가 맹과 꽁을 바꾸어 소리내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맹꽁이는 자신이 맹맹하고 울 때 다른 개체의 소리를 녹음하여 틀어주면 스스로 소리가 겹치는 것을 피하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들 들어 녹음된 소리가 꽁꽁꽁하고 소리를 냈다고 합시다. 그러면 처음에는 맹하고 울던 개체가 꽁소리와 겹쳐서 소리를 내지만, 시간이 가면 맹하고 소리 내던 개체는 꽁꽁꽁하는 녹음소리 사이사이에 자신의 맹소리를 갖다 붙여 보조를 맞춥니다.

그러나 이웃과 떨어진 먼 개체와는 어떤가? 소리 보조는 이웃개체에게 해당하지 먼 개체와는 이런 보조를 맞추지 않습니다. 그러니 대집단으로 울 때는 와글와글하는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그렇다고 규칙이 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와글와글 소리는 암컷들을 모이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집단 내 도착한 암컷은 수컷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곳에서는 와글와글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라 바로 암컷 옆에서 우는 소리의 맹꽁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맹과 꽁, 어느 소리를 내는 수컷이 암컷에게 더 인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수컷들은 서로 자신의 특징을 소리에 실어 암컷을 유인할 뿐입니다. 만일 큰 맹꽁이라면 바리톤의 음색을 갖지만, 작은 놈은 테너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 선택은 암컷에 있지만, 대개가 바리톤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아 암맹꽁이는 큰 수컷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개구리들이 최근 자꾸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개구리는 환경의 지표종입니다. 개구리는 다른 종에 비해 환경에 매우 민감한 종에 속합니다. 개구리가 사라진다는 말은 우리 환경이 자꾸 나빠져 가고 있다는 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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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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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자 (121.XXX.XXX.16)
박교수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아주 유익한 공부를 했습니다. 개구리의 울음소리에 대해서 읽으니 마치 시골에 와서 있는 느낌입니다. 정말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워싱턴에서 조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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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5 06: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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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jk (121.XXX.XXX.250)
'개구리 소리'라고 하셨는데 '울음'보다 좋은 표현 같습니다. 나는 개구리의 '노래'라고 생각하는 편이지요. 짝을 짓기 위한 것이므로 실제 노래쪽이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가끔 상암공원에 밤 산책을 나가지요. 공원한가운데 연못이 있고 연못 한쪽의 수변공간을 수초가 들어찬 늪지로 가꾸어 놨어요. 밤이면 개구리 합창이 요란하지요. 바리톤의 황소개구리 노래도 들을수 있죠. 옆의 난지공원은 맹꽁이 산입니다. 평소에도 개구리 노래보단 영롱한 맹꽁이 노래를 들을 수 있지만 비오는 날은 맹꽁이 합장으로 산이 떠나갈 정도라고 관리원이 귀띔하더군요. 제가 밤에 차를 몰고 상암 난지공원을 가는 까닭의 절반은 개구리 맹꽁이 노래 때문이죠. 여름 지나기 전에 한번 가보시기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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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3 10: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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