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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삼국지(2)
김창식 2009년 06월 13일 (토) 08:09:48
미염공 운장 관우(關羽)

연의 삼국지의 뭇 영웅호걸들 중 심정적으로 지지를 받는 인물은 유, 관, 장 삼형제이지만,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두 사람은 조조와 제갈량입니다. 조조는 삼국지 초, 중반을 좌지우지했고, 중, 후반부는 제갈공명의 독무대였습니다.

조조는 카리스마의 정치가이자, 천재전략가, 시문(詩文)에 능한 예인(藝人)이었으며, 인간심리를 꿰뚫어 보았고, 혁명가로서의 기질도 엿보입니다. 한(漢)의 마지막 승상이었으며 가장 세력이 강한 위(魏)나라를 이끌어 유비나 손권과는 체급이 다릅니다. 자부심도 강하여 유비를 돗자리 팔다 어쩌다 자수성가한 '보통 사람'으로', 손권은 아비 잘 만나 행세하는 애송이 '재벌 2세' 정도로 폄하합니다.

제갈량은 삼국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전략가로서 호풍환우(呼風喚雨)하였고 세상 이치에 달통하였음은 물론 천기를 헤아렸습니다. 부하 장수들의 심리를 활용하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능력도 천부적이었습니다. 또한 발명가(남만 정벌 시 木牛流馬를 만듬)이며 천재 요리사(만두를 빚음)이기도 하였지요. 그밖에 출사표로 대표되는 나라에 대한 충정은 무한 감동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쓰임과 부림을 당하는 장수로서 이들에 필적하는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한수정후(漢壽亭侯) 미염공(美髥公) 관우입니다. 그는 조조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존경하는 무장이며, 조조군의 장요, 서황 같은 역전의 장수들도 관우를 외경하여 싸울 때에도 군후(君侯)의 예를 갖추어 대접할 정도입니다.

그는 안량, 문추를 시살하였고 오관참육장(五關斬六將) 하였을 뿐 아니라 위의 맹장 우금을 사로잡고, 용장 방덕을 참하였지요. 방덕은 원래 마초의 부하였으나 조조 휘하에 든 후 관우와 싸움을 자원, 관을 끌고 다니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진 배짱 있는 인물로 유명합니다.

혁혁한 무위와 이에 걸맞은 공적, 드높은 충절과 의기로 무신(武神)으로까지 추앙받는 관우는 그러나 전략 요충지인 형주성(荊州城)을 지키다 육손과 여몽의 꾀에 빠져 뜻을 펴보지 못하고 비교적 이른 나이(조운, 황충에 비해)인 58세에 순사(殉死)합니다.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익숙한 주인공들이 줄줄이 퇴장하는 빌미가 됩니다. 충격 받은 장비와 유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죽고, 조조도 꿈 속에서 관우의 혼령을 본 이후 신경쇠약과 정신착란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하는 것이지요.

관우의 인간적 약점은 무엇일까요? 후세에까지 회자되는 관우의 세 가지 성정은 충절, 의기 그리고 자부심입니다. 특히 관우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하여 조조, 손권 등을 '쥐새끼들(鼠輩)'이라고 싸잡아 부를 정도입니다. 그는 오호대장군의 수석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였으며, '나를 대적할 자 천하에 과연 누구냐?' 하는 끝없는 교만함에 사로잡혀 있었지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한 사람은 디테일에 약하고 재점검 확인을 소홀히하는경향이 있습니다. 관우가 가장 믿었던 것은 위, 오의 접경지대에 강을 따라 형주성까지 점점이 설치해 놓은 통신기지국의 봉화(烽火) 네트워크였는데, 시스템의 오작동 여부를 점검치 않아 패전의 결정적 단초가 되었습니다.

또한 관우의 마지막 장면을 살펴보면, 형주성 재탈환을 위해 귀환하던 중 적의 심리전으로 많은 군사를 잃고, 당황하여 척박하고 작은 산성인 맥성(麥城)으로 일시 도피하였다가 또다시 탈출을 시도하는 등 지모가 있는 큰 장수답지 않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실패에 대비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지 않았음을 방증(傍證)하는 것이지요.

단순한 자만심으로 인한 피해는 무섭지 않습니다. 금방 밑천이 드러나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실력이 뒷받침된 데다 자부심으로 포장된 지나친 자만심은 자신에게 뿐 아니라 주위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콘텐츠(실력)가 있고 일견(一見) 신념과 명분이 있으니 주위의 추종과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때문이지요. 아들 관평을 비롯하여 요화, 주창, 왕보, 조루등 열렬한 관우의 팬들은 모두 비극적 최후를 맞습니다. 관우의 패사(敗死)는 현대에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슬프도다! 관운장의 마지막 길. 삼국지 최고의 무장 운장(雲長) 미염공 관우의 죽음에 대해 후세 사람은 이렇게 조상합니다.

기상은 바람 우레와 같아 짝할 이 없고(氣挾風雷無匹敵)
뜻은 해와 달 높게 드리워 빛을 뿜도다(志垂日月有光芒)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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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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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10)
김윤옥님, 한창호님, 다비님, 관심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특히 중문학을 전공하신 한창호 선생님이 계셔서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습니다.
사실 제가 삼국지에서 제일 흠모하는 인물이 관공입니다.무예,의기, 충절,
자부심에 더하여 삼국지의 뭇 장수들 중 최 장신(9척)이었죠.
중국에서는 관공의 함자를 함부로 부르지않고 항상 '관공(關公)'이라고 칭하지요.
삼국지-시즌 3에서는 제갈량이 주인공이지만 관공과의 갈등도 비중있게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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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18: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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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99.XXX.XXX.163)
한 때 삼국지의 제갈공명에게 푹 빠져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현실과 꿈 속을 넘나들다 그만 제갈공명을 사랑하였던지, 그가 마지막 사마중달이 계곡을 들어서자 화공법으로 협공을 쏘아대는데 그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자 절망하는 모습에 같이 따라울고, 그가 죽자 같이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한사람을 사랑해 본 기억은 오직 삼국지였습니다. 물론 관우도 멋있었지만, 나중엔 좀 바보처럼 쫒기고 포로가 되어 씁쓸했어도 그의 의기, 충성심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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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11:55:03
0 0
한창호 (115.XXX.XXX.3)
관공의 장렬한 최후의 직,간접 원인을 후세 한,중,일,대만, 홍콩 등지의 많은 역사가들이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가지로 분석한 논문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당시 승승장구하던 제갈량과의 미묘한 신경전, 장기간 형주성에 머물런던 탓에 한고조 유방 및 제갈량과의 소통 부족으로 구원군을 제때 받지 못한 것, 그리고 김 작가가 지적한 관공의 특유의 자만심(예:손권의 사돈 관계 제의를 완강히 거절함에 따른 손권의 자존심을 뭉겜 등)을 많이들 거론합니다. 그러나 관공은 충의, 의리의 화신, 용맹한 장군의 표상, 신용을 매우 중시함 등, 등의 많은 장점이 있었기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대중적인 추앙을 받은 것이겠지요. 선조때 지은 동대문 인근의 동묘도 관공 제사를 모시던 곳이고, 제가 살던 홍콩의 경우도, 경찰서 내에 관우신을 모셔놓고, 사건이 터지면 조기 해결을 기원하고 출동하는가하면, 대만에서도 거의 각 가정마다 관우신을 모셔놓고 장사 잘되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향불을 키고 기원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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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10: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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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3)
김창식님의 붓끝에 오르면 어떤 장수도 명장이 아니 될 수 없습니다.
아니, 명장이라기 보다 情이 가는 인간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글로 어떤 장수든지 다 그만한 이유로 좋아 할 수 밖에 없어집니다.
저도 장수가 아니면서 '디테일에 약하고 재점검 확인을 소홀히하는 경향이 있어서'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 실수를 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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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3 18: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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