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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운하 정치
김수종 2006년 12월 13일 (수) 00:00:00
청계천 고가차도 철거공사가 시작된 얼마 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세미나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시장은 청계천 복원에 대처하는 방식을 거침없이 설명했는데, 두어 가지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철거공사를 하기 전 언론이 먼지와 소음공해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했을 때 이 시장은 내심 ‘됐다’며 안도했다고 합니다. 특수 톱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소음과 분진 없이 싹둑싹둑 잘라 감쪽같이 한밤중에 치워버리면 시민들이 불평하기보다는 신기하게 볼 것이라고 자신한 것입니다.

또 수많은 철거대상 상가의 반발과 보상 문제에 대한 대응전략은 말단 공무원에서 과장 국장은 물론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똑같은 답변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문제가 꼬이는 이유는 관계자에 따라 답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건설회사 사장 경력이 돋보인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필자도 동감했습니다.

청계천 복원이 이 전 시장의 정치적 자산이 될 정도로 성공적인 것은 두 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봅니다. 첫째는 중앙정치가 교착상태에 빠져 되는 일이 없는 동안 그가 보여준 추진력이었습니다. 둘째는 청계천 복원이 마구 파헤치는 개발공사가 아니라 서울시민의 잠재적 욕구의 하나인 문화 및 환경 복원공사의 상징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요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아드레날린 호르몬 샘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청계천 효과’로 강력한 대선예비후보의 위치를 차지한 그가 경부운하구상을 띄운 후 여론조사 지지율이 더욱 올라 단연 선두주자로 부각 되었습니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뱃길을 만들어 고속도로와 철로 같은 수송로를 만든다는 구상은 이 시장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합니다. 권위 있는 연구기관에서 검토했으나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내린 구상입니다. 그래선지 “이명박이 오버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사실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토목기술의 시대이니 터널을 뚫고 갑문을 만들고 강바닥을 파서 운하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이야 하겠습니까.

문제는 경제적 타당성과 환경영향입니다. 운하보다 몇 배 빠른 고속도로와 철도가 있고, 운하를 파지 않아도 더 빠른 바닷길이 있습니다. 환경파괴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생태계 변화도 그렇지만 수질관리 체계는 근본적 변화를 맞게 될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비교해서 절대 우월적이지 못하다면 대체수단을 활용하지 않고 굳이 자연을 훼손하며 경부운하를 파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논쟁의 초점이 될 것입니다. 이 시장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유럽의 라인-도나우 연결운하를 갖고도 내리는 평가가 한결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현장에서는 반응이 다를 것입니다. 내륙도시의 고민을 안고 있는 대구 경북 사람들은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것입니다. 건설업계는 공사를 딸 수 있으니 내심 반대할 리가 없습니다. 국민경제에 주는 건설경기 파급효과를 중시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전 시장과 경쟁하는 한나라당 경선 주자들은 조심스럽습니다. 집단의 이성에 호소할 수 있게 운하 반대의 논리를 개발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 건설 당시 타당성이 있었느냐는 역공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지사, 그리고 당내 경선에 나서겠다는 원희룡의원 중에서 누가 이 전 시장의 ‘청계천 마법’에 정면으로 도전할까요. 국민의 고민을 자신의 가슴속에 용해하고 나라 운영의 큰 그림을 국민의 가슴속에 그려내지 못하는 한, 경쟁자들의 벙어리 냉가슴은 당분간 깊어질 듯합니다.

경부운하구상은 위력적인 폭탄일까요, 물 풍선일까요. 그 첫 실험무대가 한나라당 경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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