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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삼국지(1)
김창식 2009년 05월 30일 (토) 04:25:04
핵심 세 대목과 오호대장군

저는 삼국지(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및 모종강 계열의 각종 판본)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아니지만 열렬한 팬입니다. 박태원의 정음사간 삼국지, 월탄 박종화의 어문각간 삼국지를 읽었고, 그밖에 신문에 연재된 다른 분들의 삼국지를 띄엄띄엄 읽었습니다. 삼국지는 구전으로도 널리 알려졌고 어떤 무협지보다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서사가 많은 영원한 고전입니다.

삼국지 전반을 살펴볼 때 이야기 흐름을 일거에 바꾼 결정적인 분수령이 된 핵심적 사건은 '적벽대전', '관우의 분사', '공명의 출사' 세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삼국의 정세에 미친 영향, 중심인물들의 충절과 탁월한 심리묘사, 박진감 넘치는 전투장면이 모두 녹아있어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위 하이라이트 대목들의 역사적 의의를 짚어 봅니다. '적벽대전'은 지난 칼럼(2009. 5. 2)에서 다루었습니다만 이 전투의 결과로 삼국정립(鼎立)의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조조의 위(魏)나라가 촉(蜀), 오(吳) 동맹군에 승리했다면 당연히 우리가 읽는 삼국지는 없었을 것입니다.

촉나라 형주(荊州)성의 총사령관이었던 관우의 분사(憤死)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봅니다. 관우의 죽음은 지금껏 삼국지를 이끌어 오던 올드보이들이 대거 퇴장하는 계기로 작용하였습니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이지요. 이후 이야기 흐름은 제갈량과 사마의의 대결구도로 전개됩니다.

삼국지 후반부에 제갈공명은 후주(後主) 유선에게 눈물없이 읽을 수 없다는 저 유명한 출사표(出師表)를 품신하고 여섯 번에 걸쳐 기산으로 나아갔으나(六出祁山), 사마중달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뜻을 이루지 못하고 졸(卒)함에 삼국지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삼국지 제일가는 무장이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 보는 것도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는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삼국지에는 범 같은 맹장들이 저마다 무위를 뽐냅니다. 머리수로는 위나라가 제일 많고, 오나라는 이보다 못하지만 역시 날랜 장수들이 즐비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수들은 따로 있으니 바로 촉의 오호 대장군(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 이상 서열 순. 마초가 노장 황충보다 앞서는 것이 특이함.)입니다.

그래도 우선 여포를 거론치 않을 수 없습니다. 워낙 그의 무예가 대단한 때문입니다. 방천극의 달인(達人) 여포는 유, 관, 장 삼형제와의 1 대 3 대결도 팽팽히 이끌었지요. 나중에 지치고 힘이 다하여(勢窮力盡) 결국 도주하였습니다만. 무력(武力) 1위로 추정되는 여포는 그러나 의리와 줏대가 없는 졸장(卒將)이니 열외입니다. 조조에게 사로 잡혔을 때 목숨을 구걸하여 빈축을 사기도 했어요. 경기 중 비겁하게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은 무지막지하고 엽기적인 복싱선수 마이크 타이슨이 떠오릅니다.

익덕 연인(燕人) 장비는 성미가 급한 '단무지' 스타일이지만 의외로 머리도 쓸 줄 알고(꾀로 날랜 장수 엄안을 사로잡음.), 유머감각(유비가 제갈량을 맞아 스스로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이라고 비유함에 공명을 '물'로 불러 좌중을 웃김.)도 있습니다. 1대1 대결로는 천하에 당할 자가 없는 여포와 팽팽히 맞섰고 적장 목 따기를 주머니 속 물건 꺼내듯(探囊取物)하는 용맹한 장수입니다. 조조군 최고 역사(力士)인 허저를 찔러 쓰러뜨린 적도 있지요. 그러나 주사(酒邪)가 있고 부하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요. 관우의 죽음에 열 받아 대취한 채 눈뜨고 자다가 허무하게 살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창술의 일인자 상산(常山) 조자룡(조운)은 일찍이 조조의 백만 대군을 헤집고 아두를 구해 탈출하며 화려한 무예를 뽐낸 바 있습니다. 황충과 함께 오랫동안 활약을 펼치며 나라에 공헌합니다. 거의(아마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상승장군(常勝將軍)이었지요. 그러나 관우나 장비 캐릭터에 비해 무언가 임팩트가 약한 느낌이 흠입니다. 오호장군 중 유일하게 병사(病死)하는 복을 누렸지만, 이 또한 장수로서의 삶을 극적이지 않게 한 부정적인 측면으로 평가 될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사려 깊고 욕심이 없는 데다 충직하여, 오너가 이런저런 이유로 자리를 비울 때 법인인감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일한 참모장수이지요.

마초는 비단(錦)마초라는 별명답게 날렵한 스타일리스트로 짐작되지만, 변방인 서량(西凉)출신인 데다 오랑캐 종족인 강(羌)병을 거느린 전적이 있습니다. 성골은 아니었고 범주류에 속하는 인물이었지요.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자이면서도 명성에 걸 맞은 활약은 펼치지 못하였습니다. 외모가 너무 출중하여 어딘가 2프로 콘텐츠가 부족한 듯, 오히려 손해를 본 측면이 있습니다.

노장 황충은 몇 차례 구조조정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조자룡과 함께 오랜 기간 국가(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였습니다. 용맹이 절륜하여 관우와도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고 조조 막하의 맹장 하후연을 주살한 적도 있습니다. '젊음은 숫자에 불과하며 나이순이 아니다.'라는 격언을 실증해 보인 충신이었지요. 활의 명수인 그가 오나라 마충의 활에 맞아 생을 마감한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가장 무게감 있는 장수는 아무래도 오호대장군의 수석 미염공(美髥公) 관우입니다. 그는 삼국지의 기라성 같은 영웅들 중 가장 돋보이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동탁이 총애하던 장수 환웅과 원소 휘하의 맹장 안량, 문추(그들이 어떤 장수들입니까!)를 참하였고, 조조 진영을 탈출할 때 단기(單騎)로 다섯 관문의 여섯 장수를 주살(五關斬六將)하여 혁혁한 무위를 떨친 바 있습니다. 또한 충절, 의리, 기개가 하늘처럼 드높아 중국 역사상 송나라의 악비와 함께 유이(唯二)하게 무신(武神)으로까지 추앙받는 인물이지요.

그러나 운장 관공(關公)은 오나라 여몽의 계책에 속아 패사(敗死)하며, 이에 삼국지의 흐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삼국지 최고의 무장 관우의 약점과 그가 후세에 남긴 교훈은 무엇이었으며, 공명과는 어떠한 (갈등)관계에 있었는지에 대하여서는 다음 칼럼에서 다루려 합니다.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blog.naver.com/nix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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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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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22)
관우가 맥성을 빠져나가다 사로잡히고, 오호애재(嗚呼哀哉)라!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졸(卒)함에 삼국지는 동력을 잃고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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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5 13: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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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99.XXX.XXX.163)
전 삼국지에 빠져서 잠시 넋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제갈공명이 죽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마치 사랑하던 연인 사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제가 상상 안에서 아마 공명을 사랑했던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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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3 10: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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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115.XXX.XXX.3)
전 세계의 소설 책 중에 가장 많은 인물을 등장시켰고, 그 인물들을 하나 하나 특색있게 표현한 소설은 삼국지 이후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는군요. 김 작가께서 과거에 근무하였던 H구룹의 선대 회장님께서도 중국을 너무나 사랑하셨는데, 청년 시절엔 삼국지를 수십번이나 독파, 전편 내용을 달달 외우고 계셨답니다. H구룹을 설립, 사업 확장시, 사업 계획 수립시에도 참작하셨고,신입 사원 면접시,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들과 연계하여 점수(好,不好)를 매겼다는 말도 직접 들은바 있고, 미국 육사에서도 강좌에 넣어 가르쳐 왔다는군요. 현재 중국, 대만,홍콩에서도 일반 사람들이 장비,악비,조운 등 무신상을 집안이나, 도교 사당에 모셔놓고 각종 소원을 빌고있답니다. 이중에 관공신이 단연 으뜸으로 많습니다.後續篇 乞期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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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1 12: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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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75)
워낙 무협 소설에는 흥미가 없어서 초등학교 때 멀리 부산에 있었던 큰 오라버니가 보내주신 만화 삼국지를 끝내 읽지않을 것을 가끔 후회는 했으면서도 차일 피일 소설 삼국지 읽기를 미루어왔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김창식님의 박진감 넘치는 '하이라이트 삼국지'를 읽으면서 *손에 땀을 쥔다*고 하면 너무 과장하는 건가요?
과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승 장군, 아니 상승 이야기꾼 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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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30 22: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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