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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로 갈등 푸는 보노보
박시룡 2009년 05월 28일 (목) 08:41:39
생물학에서 성의 목적은 생식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부부들이 무엇 때문에 사랑에 많은 시간을 바치는 걸까요? 아니 요즘 같이 자녀 한둘 정도밖에 낳지 않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낭비가 아닐까요?

대부분의 동물들은 일정한 시기, 즉 특정한 계절이나 생리주기의 며칠간만 교미를 합니다. 그들에게는 생식 목적 외에는 성적 욕구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노보:1929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그냥 침팬지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침팬지와는 다른 종으로, 현존하는 영장류 가운데 가장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이다. 사촌인 침팬지보다 좀더 늘씬하며 얼굴이 검고 입술은 붉다. 머리에는 가늘고 검은 머리털이 자란다. 현재 중앙아프리카 콩고분지에서 약 2만 마리 정도 서식.  
그러면 오직 인간만이 강한 성적 욕구를 갖고 있는 동물일까요? 이런 점에서 인간과 상당히 비슷한 동물이 있는데, 바로 피그미 침팬지라고 하는 보노보입니다. 이 보노보는 진화적으로 말하면 침팬지보다 인간과 더 가깝습니다. 침팬지는 절대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고 교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노보는 인간과 같이 얼굴을 마주 보고 교미를 합니다. 전체 횟수의 30% 정도를 그렇게 합니다. 보노보 암컷의 생식기가 앞쪽으로 향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생식을 위해 성행위를 하는 대부분의 동물과 달리 보노보는 구성원 간 화해의 제스처로 성을 이용합니다. 특히 먹이를 앞에 두고 다툼이 있을 때는 성행위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 집단 내에서는 늘 평화가 유지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오랫동안 이 보노보를 관찰해 왔습니다. 사육사가 먹이를 가지고 우리로 다가가면 보노보 수컷들은 발기를 하는데, 먹이가 우리에 채 던져지기도 전에 보노보들은 서로 섹스를 권합니다. 수컷은 암컷에게 암컷은 수컷에게, 암컷끼리의 GG마찰(음핵과 음핵의 마찰을 줄인 말)도 식사 전에 진지하게 행해집니다.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한 설명은 보노보들은 음식에 대한 기쁨으로 성적 자극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마치 음식에 대한 즐거움과 섹스에 대한 즐거움이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 정도까지 들어맞는 말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음식으로 야기되는 경쟁심에 있습니다. 어떤 동물이든 근사한 먹이를 받거나 발견하게 되면 긴장이 생기고 그로 인해 공격을 하게 됩니다. 보노보들은 이럴 때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 반응을 보입니다.

물론 음식물에만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상자 하나를 우리 안에 던져 넣으면 그 물체에 궁금증을 가진 보노보들은 그것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기 전에 잠깐씩 서로 올라탑니다. 음식이나 이런 상자를 공동으로 받게 되는 것이 바로 위협적인 갈등의 소지가 됩니다. 소유가 불분명할 때 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많은 동물 종에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보노보는 이러한 경우 유난히 관대합니다. 이 보노보들한테는 경우가 전혀 다른 공격적인 여러 상황에서 섹스는 평화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합니다.

혼인제도도 인간과 매우 흡사합니다. 여자들이 시집간다고 하지요. 보노보도 암컷이 시집을 갑니다. 보노보 암컷들은 자신이 소속된 무리를 떠나 낯선 무리 속으로 들어가 생전 모르는 무리의 수컷과 혼인하여 그곳에서 새끼를 낳고 삽니다. 그런데 아주 신기한 것은 이렇게 남의 가족에 새로 들어간 보노보 암컷은 수컷보다 서열이 우세하다는 점입니다.

침팬지는 수컷이 암컷보다 우위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보노보집단에서 수컷들의 지위는 별로 높지 않습니다. 관찰에 의하면 보노보 암컷이 동성인 암컷에게 훨씬 더 호의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암컷들은 같은 무리의 수컷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자기들끼리 함께 앉아 털을 골라주며 장난칠 때가 많았습니다. 암컷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이런 접촉을 즐겨 합니다. 암컷들끼리 함께 하는 경우는 수컷과 함께 하는 경우보다 7배 정도 많았다고 합니다. 또 암컷들은 대개 새끼인 어린 보노보들과 좀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어른 수컷들은 무리의 생활에서 집단의 주변부에 머무르는 경향을 띱니다.

보노보를 알면 알수록 유사 인간을 보는 듯합니다. 아마 우리 원시조상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흔적을 오늘날 인간에서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우리 인간 남성의 지위가 바로 이 보노보 수컷의 지위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느 일간지에서 읽은 “남성들이여, 주방을 점령하라(정년을 맞게 되면 여자들은 할 일이 많지만, 남자들은 그냥 삼시 세끼 집에 눌러 밥을 얻어 먹다보면 부인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이야기로, 구박을 받지 않으려면 음식을 손수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는 제목의 칼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현대 남성들의 지위가 어쩌면 보노보 수컷의 지위와 같은 진화적 관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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