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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 선 이야기
고영회 2009년 05월 21일 (목) 07:10:06
지난 4월 하순 후배의 결혼식에 주례를 부탁받았습니다. 주례는 몇 번 선 경험이 있었고, 우리의 결혼식 문화에 대해서는 평소에 제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자유칼럼 2009년 3월 12일 글 참조). 결혼식에 가보면 신부 입장과 행진에서 연주되는 노래가 우리의 정서와 거리가 있고, 이어지는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은 모든 신랑신부에게 같습니다. 지금의 결혼의식이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도 수천년 동안 결혼식을 치러왔는데 결혼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우리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고, 내용도 모두에게 똑 같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결혼식 문화도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니까 이번에 일부의 변화라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결혼식에서는 주인공인 신랑 신부는 축복을 많이 받고, 중요한 약속도 하는 곳이고, 하객은 신랑 신부를 많이 축하해 주어야 하고, 주례와 사회는 이런 일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참석했던 결혼식에서는 주례가 혼인서약 내용을 확인하고, 성혼선언에 이어 주례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하객석은 소란스럽습니다. 주례사는 짧을수록 좋다고 하고, 심지어 어느 주례는 ‘축하합니다’란 단 한 마디로 주례사를 마쳐 환영을 받았다는 말도 들은 적 있습니다.

우선 혼인서약과 성혼 선언을 맞춤형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사전에 신랑신부에게 하객들 앞에서 공개할 약속을 요구했습니다. 이 약속을 바탕으로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을 다시 작성하여 서약을 받고 성혼선언을 했습니다. 하객들 앞에서 직접 약속했으니 잘 지키겠지요.

다음 하객의 할 일에 대한 것입니다. 하객은 멀리 지방에서 새벽밥 먹고 나서 온 분들도 많습니다. 결혼을 축하하러 저 멀리서 온 것입니다. 그런데 식장에서 축하하기 위해 할 행동이 별로 없습니다. 신랑 신부 입퇴장, 하객 인사 등에 손뼉 몇 번 치다 가는 게 보통입니다. 이는 지금 결혼식 과정에서 축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고, 축하행동을 유도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하여 운동경기 응원방법을 응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식을 시작하기 전에 사회가 하객들에게 응원박수와 연이어 이어지는 구호를 외치는 법을 연습시키고(정말 잘 하시더군요!), 식전, 식 중간, 식 마지막에 몇 번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하객의 잡담이 없어지고 시선은 주례에게로 집중되고, 하객도 축하를 제대로 해 준다는 뿌듯함이 생겼을 듯합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주례사를 했습니다. 제법 길게 했는데도 주례사는 짧게 느꼈고 이런 결혼식 참 좋았다는 빈말도 들었습니다.

결혼식장은 축제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축제의 자리를 딱딱한 분위기에서 근엄하게 이끌어 가니 하객도 재미없어 피로연자리로 빨리 가버리려 하고, 하객의 열기가 없으니 주인공도 굳어 있습니다. 축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시도해 봤는데 주인공은 어떻게 받아 들였을지 모르겠습니다. 불만이었다면 주례를 잘못 선택한 자기 탓이라고 돌려야겠지요.

특허 생각이 납니다. 특허를 받으려면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결혼식 진행방법이 예전에 있었을까요? 없었다면 신규성이 있습니다. 다른 결혼식에 비해 좀 발전한 것 같습니까? 그렇다면 진보성이 있습니다. 그럼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으니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발명의 정의(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항)에서 벗어날 것 같아 특허받기는 어렵겠군요.

   




고영회(高永會) mymail@patinfo.com
1958년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변리사/대한기술사회 회장과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현재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 과학기술공동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www.patinfo.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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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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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119.XXX.XXX.228)
주례가 마음에 걸려 있었던 참이라 메모를 해 놓았습니다.
읽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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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보고 싶은 결혼식을 만들려면”, 조선일보 아침 논단 09005 22
...앞 부분 생략
결혼식은 하나의 기획이다. 이젠 그 기획을 바꾸어야 한다고 믿는다.
너무 많은 하객을 모시지 말자.
의미와 형식을 차별화하자
예식은 충분히 길어도 좋다
진정 축하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자
기억이 나게 하자
....뒷부분 생략
이영혜, 디자인 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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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3 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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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119.XXX.XXX.228)
잘 읽었습니다.
저도 주례를 몇 번 해 봤는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약간의 시도를 했었습니다.
즉 결혼 성혼문을 '예' 만 하게 하지 않고 직접 읽도록 했습니다.
'나 신랑 아무개는 신부 아무개를 ....' 하고 나면 신부도 '나 신부 아무개는 ...' 하고 .
그러나 그 이상의 변화는 시도하지 못했었지요.
6월 초 친구가 딸의 결혼 주례를 서 달라고 부탁해 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주례사를 미리 잘 써서 출력하여 식장에서 읽고 나서 그자리에서 그들에게 주려고맘 먹고 있습니다. 결혼 생활에 하나의 참고자료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지요.
그러니 좋은 말을 써야 할텐데 부담이 갑니다만 그 때문에 좀 더 좋은 주례사가 되겠지요.
하객에게 미리 축하한자고 구호를 외치도록 하는 고영회씨의 생각은 매우 좋습니다.
저도 따르도록 해 보겠습니다.
특허를 받을 수는 없다니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되겠군요.
기회가 닿으면 다른 방법으로 사례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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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2 09: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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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철 (119.XXX.XXX.228)
저도 판에 박힌 결혼식 풍경이 싫어 아주 긴한 자리가 아님 핑계를 대고 축의금만 전달하곤 했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창의적인 발상에 박수를 보냅니다.. 감히
정순철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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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16: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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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윤주 (119.XXX.XXX.228)
오늘 주신 주례이야기 정말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아마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더욱 와닿지 않았나 싶습니다
평소 글 잘쓰시는 분이 제일 부러운데... 고총무님 글은 어찌 그리 간결하고 전달 내용이 명확히 표현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하객들 응원박수와 구호는 어떤걸 적용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머리속으로 상상을 해보니 무척 재미있을것 같은데...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신 용기와 결단이 대단하십니다.
........... (특허료 요청하시면 지불할 용의 있슴) .............
좋은하루... 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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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16: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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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119.XXX.XXX.228)
고 영회 선생님의 글을 늘 고맙게 읽고 있습니다. 오늘 마침 중국 연길에서 한국식 결혼 주례를 설 일이 있는데, 고 선생님의 글이 결혼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게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글 내내 부탁드립니다. 이 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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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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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211.XXX.XXX.199)
특허는 못 얻어도 아이디어상은 어디서 받을 만 하네요. 그 결혼식 좀 소란스러웠겠습니다. 주례 주문에 따르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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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1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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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23.XXX.XXX.28)
글 중간에 이런 결혼식 좋았다는 '빈말'.. 넘 재밌는 표현입니다.^^

엄숙하고 진지하면서도 하객들이 적극 동원되는 밝은 분위기, 확산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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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09: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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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고맙습니다.
(지금 답글 다는 것은 대체 뭐냐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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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4 17: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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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61)
새로운 시도라 짐작되는군요. 판에 밖은 듯한 결혼식 풍경 좀 바꾸었으면.
왠지 요즘 문제가 되고있는 대량생산과 불법복제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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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09: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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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대량생산, 불법복제~
ㅎㅎ 말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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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4 17: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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