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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을 바라보며...
오마리 2009년 05월 14일 (목) 08:48:17
   

후지산(富士山)의 아름다움에 최초로 넋이 나가 그 산을 동경했던 것은 유년기에 오빠가 선물로 주신 만화경을 본 이후였습니다. 하코네(箱根)의 푸른 아시노코(蘆之湖) 호수를 근경으로 멀리 떠오른, 눈이 쌓인 후지산, 분홍색 벚꽃의 풍경과 함께 그 빼어난 자태를 잊을 수 없어, 만화경을 통하여 보았던 풍경을 찾아서 수차례 하코네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날씨 탓인지 아시노코 호수 쪽에서는 후지산을 한 번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이번엔 아예 직접 후지산으로 가기 위한 후지산 하코네 일일관광 단체와 합류하였습니다.. 버스는 1시간 반을 달린 후, 후지산 국립공원 입구에서 짦은 휴식시간을 갖게 됩니다. 다행이 맑게 개인 시간이어선지, 멀리서 바라 본 후지산은 호수 없는 풍경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지만 나름대로 아름다웠습니다.

버스가 해발 2000미터에 있는 전망대로 이동하자 후지산이 바로 코 앞에 보입니다. 후지산 가까이 오기는 왔지만 그 곳에서 보이는 후지산은 내가 그리던 그 모습은 아닙니다. 미모의 여인이 춤추듯, 두 팔을 40도 정도의 각도로 땅 밑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린 완곡한 선, 그 수려한 전경을 볼 수 없었습니다., 전망대에 흘러넘치는 인파와 상점들, 자동차, 피크닉 족들로 인하여 오직 후지산의 부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밭들이 들어선 시즈오카의 평원에서 멀리 후지산을 올려다 보며 전체적 모습을 찍으리라 기대했던 후지산행, 그만 후지산을 깎은 도로를 달려 전망대 까지 가는 줄도 모르고 따라 나섰던 것은 나의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려왔던 후지산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 차라리 마음에 담아두고나 있을 걸 하는 후회까지 하면서 하코네를 거쳐 오다와라 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토쿄로 돌아옵니다. 몇십분 간 열차 안에 있는 동안 불현듯 누군가 제게 해주었던 아름다운 충고가 생각났습니다.

“누구나 인간에겐 두 개의 나가 있다.
첫째는 자신의 드러난 모습이고, 두 번째는 나만이 아는,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다른 모습이다. 이 두 개의 모습은 때에 따라서 이 모습, 저 모습으로 오고간다. 이것은 후천적인 요소에서 비롯되거나 선천적으로 타고 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어느 것이 정말의 내 모습일까 하고 너무 집착하지 마라.“

이 충고를 들은 후, 두 개의 나를 생각해 본 적이 많습니다.
첫 번째의 나는 태생적인 것으로 푼수처럼 제 분수도 모르고 지나치게 많은 동정심으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고, 마음은 여려 내 걱정도 많으면서 남의 걱정까지 쌓아놓고 합니다. 내성적인 면이 많아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여기저기 하는 성격도 되지 못하며, 내 몫을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손해 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두 번째의 또 다른 나는 성인이 되어 외국에서의 사회생활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하여 변한 내 모습일 것입니다. 전문 직업인으로서 약속과 일에 대해선 철저하고, 냉정하며, 비합리적이거나 부당한 상황, 예의 없거나 배려가 없는 극히 이기적인 사람을 만나는 경우에는 드문 경우이지만 화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근래, 평생을 통하여 한두 번 일어나기도 어려운 일이 거푸 벌어졌습니다. 그 일은 이 후지산 여행까지 따라 다니며 나를 부끄럽게 하고 괴롭힙니다.. 일 관계로 한 여성을 만나, 식당에서 그만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순간 언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로든 개인적으로든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매우 특이한 성격의 여성을 만나게 되었는데 몹시 힘들었습니다. 장시간에 걸쳐 이 상황이 몇차례 반복되자 그만 나의 인내심에 한계가 와 공중 장소에서 언성을 같이 높인 것이 못내 지금까지 부끄럽습니다.

   

후지산은 원거리에서 보아야 전체적인 형상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됩니다. 그리고 그 신비함에 그곳에 도달하고자 하는 열망도 커집니다. 그리움도 자라납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보면 거기엔 어디서나 흔히 보는 얼마간의 적송과 활화산의 분출 후에 굳어진 용암덩어리, 특수지형에서만 자라는 오랜 세월 바람에 휘둘려 구부러지고 메마른 나무들, 하얀 눈이 쌓이고 쌓인 설봉이 있을 뿐입니다.. 주변의 풍경과 멋지게 어우러진 황홀했던 그 산이 아닙니다.

사람도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부분만 보게 되어 그 아름다움이 감소되거나, 자질구레한 것까지 보게 되어 쉽게 실망할 수 있습니다. 만나자마자 지저분한 속 얘기까지 쏟아낸다 하여 내가 네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안전거리 없이 내 편할 대로 쉽게 쏟아 놓는 언행이 오히려 상호간에 상처를 줄 수 있으며, 그 아름다움 또한 감소될 수도 있으니 경계해야할 것임을 깨닫습니다.

서로를 알기 위해서는 서서히 대화하며 오래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공부합니다. 조금은 참고 견디고, 아끼고, 조심스러워 할수록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찾게 되지 않을까요! 성급한 관계는 쉽게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거리를 두고 멀리서, 아름다운 것은 멀리서 보리라, 후지산 여행에서 돌아오며 했던 반성이었습니다.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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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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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218)
그만 제가 미안한 마음에 몸 둘 곳을 모르겠네요. 가끔 하고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듣는이를 헷갈리게 하거나 섭섭하게 하는 愚를 범 하기도하지요.
이런 어리석음이 나이는 먹었으되 아직 여물지 못한 어린(?) 할머니의 여정에 걸림돌이 되곤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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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2 23: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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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99.XXX.XXX.163)
바로 그 32개월 된 님의 외손녀 정도의 EQ를 가진 사람 밖에 되질 못하여 제가 제 자신을 푼수라고 쓰지 않았습니까!!

저는 머리를 굴릴지도, 자신이 사는 삶은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글만 멋있는 미사려구를 쓸지도 모릅니다. 솔직하게 남들이 절 평하거나 제 자신 그렇게 살아왔다고 거잣없이 얘기한 것 뿐이온데 그것이 님께서 보기엔 불겸손죄에 해당하는 것 같군요..

가끔씩 의문입니다.
왜 사람들은 사실을 정직하게 써도 그것을 꼭 꼬집어야 할까요?
꼬집어내야 마음이 편하신 분들이 있나봅니다.
그건 제가 어쩔 수 없어..

참 슬픈 일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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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2 21: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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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72)
오마리님의 글을 읽으면..... 이제 32개월 된 제 귀여운 외손녀를 보는 듯 해집니다.
스스로 이쁘다고 우기는 귀여움은 이 연령대의 특권이지, 싶기도 합니다.

나는 태생적인 것으로 푼수처럼 제 분수도 모르고 지나치게 많은 동정심으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고, 마음은 여려 내 걱정도 많으면서 남의 걱정까지 쌓아놓고 합니다. 내성적인 면이 많아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고 여기저기 하는 성격도 되지 못하며, 내 몫을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손해 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이렇게 평가하기는 좀처럼 쉽지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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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14: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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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61)
살아오면서 생각합니다. 혹 멀리 보아야할 것을 가까이서 보고
가까이 보아야할 것을 멀리서 보며 실망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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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5 09: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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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210.XXX.XXX.101)
아직까지도 방영하고 있는지 모르나 후지산이 손짓하는 듯한 참 인상적인 독일 영화입니다. 권유하여 본 분들마다 감동적이었다고 하더군요. 영화에 심취해 가다 보면 후지산에 꼭 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일본은 몇 군데 다녀왔지만 후지산을 언젠가 꼭 가 볼 작정을 하게 만든 영화"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평소 유리알같이 투명하고 왠지 상처받기 쉬운듯 해 보이는 오마리님의 글들이 후지산 배경 사진과 매우 흡사하게 느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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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4 1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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