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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김창식 2009년 05월 02일 (토) 05:47:47
얼마 전 상영이 끝난 '적벽대전 2-최후의 결전'. 삼국지 최고의 긴박감 있는 전투인 적벽대전은 1, 2부로 나뉘어 영화화하였으며 '적벽대전1-거대한 전쟁의 시작'은 지난 해 상영되었습니다. 오우삼(吳宇森,) 감독, 양조위(梁朝偉), 금성무(金城武),장풍의(張豊毅) 주연 영화이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국지(여기에서는 진수의 정사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를 말함) 내용과는 달리 오나라 도독 주유에 초점을 맞춘 영화였습니다.

   
고전을 영화로 만드는 데에는 대략 3가지 정도의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1)원전에 충실 2) 원전을 패러디하거나 전혀 새롭게 해석 3) 원전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되 픽션을 가미함. 적벽대전은 3번째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즉, 조조(장풍의 분)와 주유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되 주유의 부인인 소교(小喬)를 향한 조조의 연정이 거대한 전쟁의 단초가 되었다는 설정인데, 이는 애초에 공감을 얻을 수 없는 허구였습니다. 희대의 간웅(奸雄)이요 실용주의자이자 자부심 강한 조조가 적장의 여자에 대한 순정(?)으로 사활이 걸린 전쟁을 일으켰고 또 그르쳤다는 것은 보편성을 잃은 가설인 것이지요.

홍콩에서 '영웅본색1, 2' 등 느와르 물을 연출하고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2'와 같은 오락 활극을 만든 오우삼 감독이니만큼 이야기의 정교한 진행을 기대하기엔 애초에 무리였을 것입니다. 스케일과 화려한 CG 액션을 앞세워 흥행을 노린 제작 의도가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연전 이 영화가 주유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라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사람들의 기대가 있었습니다. 조조와 함께 전쟁의 주 당사자이면서도 제갈량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많지 않은 나이에 타계한 그의 고뇌에 찬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제갈량과의 지략대결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하는 관점에서 흥미를 끈 것이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관객들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였습니다.

제갈량은 세객(說客)이자 모사였고, 주유는 문무를 겸비한 전략가이자 절대 병권을 쥔 장수였습니다. 그럼에도 비교우위에 있는 이러한 주유의 특장(特長)이 잘 묘사되지 않았습니다. 제갈량과 한 차례 금(琴)연주를 벌이고, 숙소에서 밤중에 검무를 추고, 전투에 임하여서는 일반 군사에 섞여 솔선수범한 정도가 고작이었습니다.

주유의 인간됨이나 장점이 드러나지도 않고 치열한 고뇌도 읽혀지지 않는 영화라면 왜 주유를 굳이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젊은 제갈량(금성무 분)에 비해 주유(양조위 분)는 쇠잔하고 늙어 보였을 뿐이었습니다. 항상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띤 채 잘난 체하는 '완소남' 공명에 비해, 재주는 그만 못하고 성격적 결함도 갖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인물, 그 불완전성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런 인물로 형상화할 수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적벽대전의 3대 하이라이트는 '방통의 연환계', '제갈량의 동남풍과 화살 10만개를 얻는 계책', '화용도에서의 조조와 관우의 조우'입니다. 영화에서는 '공명의 동남풍…'외 다른 이야기는 생략하여 2% 부족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밖에 이 영화는 리얼리티 면에서 곳곳에 허점을 드러내기도 하였는데, 그 중 몇 개를 추려 봅니다.

- 결전을 앞둔 양측 간에 점증하는 긴장감이 묘사되지 않아 박력이 없음.
- 왕과 최고 사령관이 기병(騎兵)도 아닌 보졸(步卒)틈에 뒤섞여서 싸움.
- 성(城) 주변에 높은 야산(野山)이 있어 군사들이 쉽게 성안으로 침투함.
- 조조의 마음을 빼앗은 경국지색인 소교의 인물이 전혀 아름답지 않음. 
- 수전(水戰)에 대패하여 도주하기에 바쁠 조조가 공성전(攻城戰)을 펼침.
- 가상게임에서나 볼 성 싶은 우스꽝스러운 장수들의 과장된 무협 액션.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기는 하였지만 작품성 면에서는 격(格)이 못 미치는 영화였습니다. 원전에 충실치 않음은 그렇다 치더라도, 인물 창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관점이 없기 때문이죠. 만일 '와호장룡'의 이안(李安) 감독이 만들었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동양적 현기(玄機), 섬세한 인물 묘사, 우아한 액션을 갖춘….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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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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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24)
삼국지(또는 적벽대전 영화)를 보는 관점이 김윤옥님, 한창호님, 다비님과
제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민경은님, 삼국지를 아마 한번쯤은 어디선가 대충은 읽어 보시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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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5 16: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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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은 (123.XXX.XXX.39)
난 삼국지를 안읽어봐 잘 모르는데 김형 글을 읽어 보니 나도 삼국지를 읽어 본것같은 착각에 빠지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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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5 11: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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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115.XXX.XXX.3)
어쩌다가 적벽대전 1은 국내에서, 2는 중국 상하이(중국어 자막 처리)에서 보게되었는데, 엄청난 금전을 투자해 만든 것만큼,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고, 화려는 했지만, 삼국지 원작과는 거리가 동떨어졌고, 특히 2편은 엄청 지루했답니다. 중국 특유의 어색한 장수들의 연기하며, 흥행 위주로 제작했다면, 소교(일반 한국 사람들에게는 안 예뻐보임)는 죽게했어야하는데, 살려두었고, 손권 여동생 포함 여자 연기자들의 촬영 분량만 쓸데없이 늘려 놓았더군요. 김 작가가 헛점으로 지적한 것(나관중 삼국지 작가 살아서 보았다면 열받아서 오우삼 감독과 한판 붙었겠죠?)에 완전 동감합니다. 계속 좋은 평론,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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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4 10: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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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99)
엄밀히 말해서 영화도 예술의 한 장르입니다.
아무리 상업영화라 하더라도 제작자의 예술적 가치관이 녹아있지않다면 보는이에 대한 기본적 예의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이런 영화평론이 좋은 영화, 잘된영화의 발전에 기여하리라 생각됩니다.
최근의 *워낭소리*가 많은 관객의 갈채를 받은 것도 감독이 오랜 기간 제작에 몰두한 결과여서 저도 한 관객으로서 무척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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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2 21: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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