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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닭’을 먹었더니...
김수종 2009년 04월 23일 (목) 07:34:09
며칠 전 일이 있어 일행과 함께 충남 금산에 여행을 갔습니다. 일행 중 저녁에 특강을 맡은 분이 있어 일찌감치 저녁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았더니 근처에 닭요리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메뉴판 제일 위에 적힌 옻닭 한 마리를 주문해서 나눠먹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남자 주인이 냄비에 펄펄 끓은 닭 요리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옻닭 괜찮은가요?” 나는 처음 먹어보는지라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먹어본 적 없습니까. 글쎄요?” 남자 주인이 약간 주춤거리면서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자 주인이 나서서 “괜찮아유. 옻 안 오르게 요리했어요.”
여자 주인의 말에 기대를 걸고 닭요리를 먹었습니다.
이튿날 몸에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괜찮은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흘째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리가 후끈거렸습니다. 바지를 걷어보니 정강이가 빨간 반점에 뒤덮인 채 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팔뚝에도 붉은 반점이 돋아났습니다. 등도 근질거렸습니다.

그냥 두면 일이 커지겠다 싶어 피부과에 갔더니 의사가 말했습니다.
“이 정도는 상황이 좋은 편입니다. 심한 사람들은 얼굴까지 부어올라 숨도 잘 못 쉬고 며칠씩 입원하는 등 고통스럽습니다.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주사 맞고 약 먹고 환부에는 약을 바르십시오.”

약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더니 여자 약사가 싱긋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옻닭 먹기 전에 닭요리 집에서 약을 주지 않던가요?”
“그런 약이 있습니까?”
“아뇨, 옻 예방약 같은 것은 없어요. 옻닭 먹고 죽는 경우도 있대요.”
그 약사도 내가 특별히 몸보신을 하기 위해 옻닭을 먹은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옻닭 얘기를 들은 지인들이 몸보신을 위해 옻닭을 먹은 것으로 여기며 “약을 먼저 들고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옻의 효능을 늘어 놓았습니다. 생각보다 옻닭 먹는 사람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렇게 독성을 가진 옻인데 몸에 좋다고 약까지 들어가며 먹는다니 극성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약도 안 먹고 용감하게 옻닭을 먹었으니 더 극성스럽다고 말해도 변명할 길은 없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옻에 대한 광고, 옻나무 재배법, 옻의 독성, 옻의 약효에 대해 정말 끝없는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옻이 오른 사람들의 경험담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산에서 만져서 오른 사람보다 옻닭 등 보신용으로 먹다가 알레르기를 일으킨 경우가 많았습니다. 속설로 떠오르는 약효 중의 하나가 정력제라는 것이었고, 동의보감에는 위에 좋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옻이 올라 고생해보니 속설을 믿고 옻을 치료제로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가당치 않아 보입니다.

인터넷 정보라 정확한지 모르지만 옻에 오를 확률은 10명 중 1명이라고 합니다. 나와 함께 먹은 일행 중 다른 사람들은 탈이 없는 것을 보니 옻을 타는 사람이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확률이 맞는 정보라면 옻닭요리를 그냥 팔게 놓아두는 것도 식품의약행정의 공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한 트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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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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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28)
운이 참 좋아야 살아 남을 수 있겠습니다. 납덩어리, 멜라민, 설렁탕 육수... 그래도 보는 앞에서 닭에서 옻을 넣어 다린 것은 무척 안전한 것 아닌지요? 몸이 따라가지 못해 탈이었을 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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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17:48:00
0 0
그레이스 (124.XXX.XXX.108)
큰 일 날뻔 하셨습니다.
저희 큰 언니는 고혈압환자엿는데 옻닭을 잡수신 후
돌아가셨답니다.

옻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닭에다 옻을집어 넣고 만드는 것이 옻닭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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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12:06:10
1 0
신아연 (123.XXX.XXX.28)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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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09:00:43
0 0
김창식 (222.XXX.XXX.16)
김 대표님, 어찌 옻닭을 드시게 되었는지요?
저는 엄두도 못 냅니다.그 것은 참으로 용기있는 행위입니다.^^
답변달기
2009-04-23 08:27:4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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