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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이 아름다운 노래(2)
김창식 2009년 04월 18일 (토) 08:48:47
수많은 팝의 명곡 가운데서도 가장 시(詩)적이며 상징적인 노랫말을 가진 노래는 아마도 이 노래 '작은 새(This Little Bird)'일 것입니다.

작은 새 한 마리
누가 이 세상에 내려 보냈나
바람결에 태어나 바람결에 잠자며

하늘색 깃털을 가졌고 우아하여
햇살도 그냥 통과해 버려
누가 이 세상에 내려 보냈나

하늘 높이 날아서
사람의 시선이 닿질 않네
새가 땅에 내려올 때는 오직 한번
그건 죽으려 할 때

이 노래에 나오는 작은 새가 상징하는 것은 상처 입은 순수한 영혼인 것 같은데, 기독교적인 관점에서의 해석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영어의 원문을 보면, 새는 누가 그냥 보낸 것이 아니라 '지구 바깥 미지의 세상에서 내려 보낸 것'(There's a little bird that somebody sends down to the earth to live on the wind)이며, '그 새가 땅에 내려올 때는 딱 한번 죽을 때'(And the only time that touches the ground is when that little bird dies)이거든요. 과연 누가 또 있어 죽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일까요?

이 노래는 1964년 영국 가수 마리안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l,1946~ )이 불러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녀는 롤링 스톤스의 리드 보컬인 믹 재거의 연인으로도 유명하며, 'Luby Tuesday', 'House Of The Rising Sun', 'What They Have Done To The Rain' 등이 그녀가 부른 노래입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 나오는 'The Ballard Of Lucy Jordan'도 그녀의 노래입니다.

그녀의 일생은 술과 담배, 마약, 구금, 재활치료, 동거, 이혼 등으로 얼룩졌으며 비행소녀의 이미지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녀를 보고 '악녀(惡女)'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어둠의 늪속으로 몰아넣은 불우한 여인이었지 남을 파국 속으로 끌어들인 팜므 파탈이 아니었습니다. 숏 커트한 머리에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약간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스틸 사진을 보면 그녀가 추위에 떠는 한마리 '작은 새'처럼 보입니다.

이 여가수의 목소리는 여느 가수처럼 아름답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에 따라 듣기에 거북함을 느끼며, 연무가 낀 늦가을 날씨처럼 스산합니다. 황량한 흑백 풍경화처럼 심란하게 마음을 긁는 때문이지요. 하지만 흐릿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위태로운 목소리 속에 묘한 감미로움이 있으며 이것이 그녀만의 매력입니다. 그녀는 원래 귀족 가문의 출신이었고 한때 젊은이들의 아이콘이기도 하였지요. 최근에는 불행을 딛고 일어서 아시아 순회공연에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쯤해서 꼭 한번쯤 언급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아비정전(阿飛正傳, 1990)'에 나오는 '발 없는 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스타일리스트 왕가위 감독 팬들이 신주처럼 모시는 영화인데, 고(故)장국영이 유가령과 '원 나잇 스탠드'를 하며 읊조리는 대사에 '작은 새' 가사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 쉰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오는데 그건 죽을 때라지."

영화 상영 후 '죽을 때 단 한번 땅에 내려오는 새' 이야기가 마치 이 영화가 원전인 것처럼 한동안 회자되었습니다. 이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어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왕가위 감독이 어떤 경로로 이야기를 끌어다 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저 역시 왕가위 감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blog.naver.com/nix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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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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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42)
백정자님, samchung님,
덧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큰 힘을 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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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5 14: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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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chung (211.XXX.XXX.160)
마치 비가 온 뒤의 맑게 개인 하늘 같은 노랫말이네여..
올만에??갑자기 뵈서 그런지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여전히 왕성한 작업에 여념이 없으시네여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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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5 03: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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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자 (118.XXX.XXX.14)
저 아래 김윤옥이라는 분의 꿈 꾸듯 영롱한 시귀에 화답하는 허섭스레기 댓귀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 창식 선생님께...감사하다는 표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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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21: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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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48)
신채호 선생님, 제 글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덕의의 하얀집(까사 비앙카)를 부른 가수는 그리스의 비키 레안드로스로 기억합니다.
정훈희도 번안해서 불렀지요. '작은새', '긴머리 소녀'를 부른 김정호는 송창식과 함께
제가 제일 좋아하는 포크 가수입니다. 언제 한번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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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0 20: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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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호 (210.XXX.XXX.145)
마리안 페이스풀...60-70 년 대 서양 고전 음악에 빠졌기도 하지만 팝송,칸소네,샹송 등에도...ㅋㅋ 하긴 제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 뭐 있을까만...이름이 참 예쁘구나 한 듯도 하고요...노래나 춤은 무조건 좋아하여 최희준의 인생은 나그네길...도 좋고..양희은과 윤형주,김민기 등의 통기타와 노래도 좋았고...온갖 서양 팝송 다 좋아했는데..하도 오래 되어서인지 "언덕 위의 하얀 집" 노래 부른 여자 가수의 이름도 이젠 생각이 나지 않네요...ㅋ 중증 노망..그래도 페이스풀의 노랫말이 가슴 시리게 와 닿습니다. 가시 나무새를 연상시키는...또 우리나라에서 한 때 힛트한.."..새 한 마리.."그 노래와 함께 긴 머리 소녀가 제 가슴 속에서 저절로 흘러 나옵니다...비 오는 이 시간 님의 글은 더욱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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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0 17: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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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54)
김윤옥님, 시도 쓰시는군요.
여름날 장대비의 이미지가 선연하게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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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9 17: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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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99)
나 이 세상 떠나서
아름다운 천국에 가도
이른 봄날 눈 녹아 내려 질척이던
골목길의 고요함이 그리울 게다.

알 수 없는 새 생명 불러오던 쌀쌀한 바람의 속삭임
잊을 수 없을 게다.

싱싱한 젊음으로 남쪽에서 달려오던
초여름 빛을 추억하게 되겠지.

어느 새 뻐꾸기도 둥지를 찾아 울텐데
뻐꾸기 우는소리 무심한 척
산과 들과 내를 부드럽게 쓸어주는
유월의 싱싱한 바람을 잊을 수 없을 게다.

그러나 정작 그리워 가슴앓이 할 그 정경은

푸르른 여름날 캄캄한 어두움 몰아오며
낮게 드리운 소나기구름

그 구름 내리 꽂히던 굵은 장대비
장대비가 피워 올리던 부연 먼지냄새
더는 만날 수 없는 그리움을 견뎌야 할게다.

.... 말씀하신 노랫말이 이 봄날에 제 詩와 맥이 닿는 듯 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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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8 14: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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