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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이 아름다운 노래(1)
김창식 2009년 04월 04일 (토) 08:06:12
'노랫말이 아름다운 노래'란 표제를 붙였지만 '노랫말도 아름다운 노래', 혹은 '노랫말과 선율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노래'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래 중에 시(詩)적이고 철학적인 가사가 뒷받침되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팝 음악은 아름다운 노랫말의 보고입니다. 수많은 팝의 명곡 중 싱어 송 라이터인 조니 미첼(Joni Mitchell, 1943~ )이 작곡하고 부른 포크의 가편(佳篇) '인생의 양면(Both Sides Now)'을 소개합니다.

난 사랑의 양면을 보게되었어요.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양면을.
그러나 여전히 떠올려 보면.
사랑의 환상일 뿐.
사랑이 무엇인지는 참으로 알 수 없어요.

눈물과 두려움.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외치는 자랑스러움.
꿈과 계획과 서커스의 관객들.
난 인생을 그렇게 보았어요.
그러나 옛 친구들은 낯설게 행동해요.
그리고 말하죠. 내가 변했다고.

조니 미첼은 포크의 교주(敎主) 밥 딜런(Bob Dylan,1941~ )에 비견될 정도로 비중이 큰 여성 포크 싱어입니다. 미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획기적이며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는 이벤트는 1969년 뉴욕 근교에서 열렸던 '우드스탁 페스티벌(The Woodstock Music And Art Fair)'입니다. 이 축제에서 흑발의 조앤 바에즈는 기타를 치며 'We Shall Overcome'을 불렀고, 조니 미첼 역시 금발의 생머리를 휘날리며 이 페스티벌의 주제곡이라도 할 수 있는 'Woodstock'을 불러 참신한 대조를 이루었죠. 이들과 함께 여자 포크 싱어 3인방에 추가되는 막내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를 가졌다'는 멜라니 사프카(Melanie Safka, 1947~ )입니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랑과 삶은 여전히 알 수 없으며 환상만을 가질 뿐이라는 다분히 철학적이고 관조적인 내용을 경쾌하고 단순한 멜로디에 담고 있는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디 콜린스 버전으로 먼저 소개되었지요. 조니 미첼이 선배인 그녀에게 이 곡을 작곡하여 준 것입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로 친숙한, 청량감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였습니다.

이 노래는 '세상의 끝(The End Of The World)'으로 잘 알려진 스키터 데이비스(Skeeter Davis, 1931~2004) 등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불렀고, 몇 년 전 국내 의류업체인 빈 폴의 광고 카피로 사용된 "그녀의 자전거가 내 마음 속에 들어왔다"에 쓰인 배경 음악도 이 곡이었습니다. 독일의 아카펠라 그룹인 싱어스 언리미티드(Singers Unlimited)가 불렀었지요.

조니 미첼은 1969년 그래미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도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휴 그랜트, 에마 톰슨이 출연한 '러브 액추얼리(Love Actually)'를 보면 그녀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리메이크해 부른 최근의 버전을 들을 수 있는데, 젊은 시절 가볍게 부른 노래와 달리 삶에 대한 엄숙한 자세, 깊은 성찰, 짙은 회한이 느껴집니다.

생각해 보면 삶의 애매함과 불가해성(不可解性)은 문학과 음악의 단골 메뉴인 듯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난해함의 대명사인 소설가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가 생각납니다. 저는 대학 시절 그를 읽으며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불가해한 현실'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지금도 저의 생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blog.naver.com/nix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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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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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44)
댓글 올려주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 시즌2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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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3 12:39:22
0 0
김윤옥 (210.XXX.XXX.99)
맞습니다.
여기까지 오고서도 앞으로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 채 이 밤을 맞았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그저 그런 나날의 끝에서
새삼 생을 이해할 수 없음이 기이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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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2 23:35:24
0 0
다비 (124.XXX.XXX.81)
지금 들어도 항상 가슴에
다가오는 명 팝송들이 많지요..
가사들은 다 잊어버렸어도 맬로디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한 ...
우리 시대의 음악이어서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항상 아름다운 글에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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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6 13:37:07
0 0
민경은 (58.XXX.XXX.233)
팝송이 하도 좋아서 가사는 몰라도 뽕짝은 무조건 저리 가라였던 이유가 이제서야 밝혀진 것 같군요. 깨달음을 준 창식씨 고마워요.
답변달기
2009-04-04 21:42:53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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