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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의 부부애
박시룡 2009년 04월 02일 (목) 08:32:04
지난해 5월 ‘박시룡의 생명 찾기’ 연재를 중단했던 한국교원대 박시룡 교수가 칼럼 집필을 재개합니다. ‘황새박사’ 박 교수의 글을 애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유칼럼>

황새는 우리들처럼 부부관계가 일부일처제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번 부부로 연을 맺으면 이혼하는 법이 없는 점입니다. 그래서 암수가 만나 부부 되기가 워낙 어렵습니다. 황새만큼 암수의 만남에서 신중한 동물도 없을 것입니다.

사육 상태의 황새는 생후 2년 혹은 3년이 지나면 생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생식이 가능하다고 해서 이 나이의 암수를 짝 지어 한 우리에 넣으면 거의 실패하고 맙니다. 수컷이 암컷을 부리로 찍어 죽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황새의 부리는 단도처럼 뾰족하여 무기가 됩니다. 그래서 인위적인 방법에 의한 짝 지어 주기는 황새에게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우리는 황새 복원을 위해 5년 전 새끼일 때 여러 마리를 대형 우리(약 3,000㎡)에 넣어 어려서부터 서로 사귀는 방법을 택해 짝을 맞춰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했다고 해서 나이 든(생식시기에 접어든) 암수가 모두 짝을 짓는 것도 아닙니다.

왜 황새는 이렇게 짝 맺기가 어려운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황새에게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게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생식시기에 접어들면 암수가 짝 짓기를 하는 것은 그리 까다로운 일이 아닙니다. 사육 상태에서 짝을 선택할 기회가 전혀 없는데도 말입니다.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요? 부정하고 싶겠지만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적으로 건강한 젊은 남녀 20명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을 무작위로 짝 맺게 해 무인도 열 군데에서 각자 살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젊은 부부들이 모두 아이를 낳는 것은 그리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황새를 이렇게 하면 성공할 확률은 10%도 안 됩니다.

현재 황새복원센터(한국교원대)에는 짝 지어진 황새 부부가 모두 7쌍 있습니다. 첫 번째 쌍은 청출(암컷) 쌍인데, 수컷의 이름은 자연이입니다. 이 쌍은 우연히 맺어졌습니다. 청출이와 자연이는 철망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청출이 나이가 만 두 살이었으니까, 생식할 수 있는 연령에는 좀 이르다고 봤습니다. 물론 수컷 자연이는 청출이보다 세 살 많았으니 생식할 나이는 충분히 지난 시기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가서 보니 자연이 우리에 청출이가 함께 있는 것이 목격됐습니다. 어떻게 청출이가 자연이가 있는 우리로 갔을까요? 황새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두 우리 사이에 카메라 1대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는 약간의 틈이 있긴 했지만 황새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비집고 들어가야만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청출이는 그 좁은 틈을 이용해 자연이에게로 갔습니다.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한 그 날은 청출이가 날다가 우연히 그 틈에 끼어 자연이 우리에 간 것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청출이를 잡아 제 우리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도 똑 같은 일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자연이가 올라가 있는 횃대에 청출이도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청출이와 자연이는 서로 철망을 사이에 두고 오랫동안 정을 나누어 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이듬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 쌍의 부부에서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황새 복원사업 7년 만이었습니다. 세계에서 네 번째 성공치고는 참 운이 따랐던 셈입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번식에 성공했는데, 복원을 시도한 지 무려 3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금년에도 청출이는 4개의 알을 낳아 품고 있습니다. 7년째 번식을 하고 있습니다. 청출이가 낳은 새끼는 무려 14마리가 됩니다. 원래 황새는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작습니다. 그런데, 청출이는 여느 암컷보다 몸집이 조금 더 작습니다. 그래서 약할 것 같은데, 모성애가 아주 강한 엄마입니다. 사육사가 둥지에 다가서면 자연이는 도망가지만, 청출이는 끝까지 둥지에 남아 강렬하게 저항합니다.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습니다.

황새는 부부 간에도 서로 다릅니다. 청출이처럼 암컷이 헌신적인 부부도 있지만 어떤 쌍은 적이 나타나면 오히려 수컷이 공격적으로 대항하고 암컷이 피합니다. 그리고 어떤 쌍은 거의 50 대 50으로 알을 품지만, 어떤 쌍은 암컷이 대부분 품고 수컷은 놀고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끼를 기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도 암수가 비슷하게 분담하는 쌍도 있고, 수컷 혹은 암컷이 헌신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어람(수컷)이 쌍에서 아주 희한한 부부애를 목격했습니다. 황새들에게는 하루 한 번만 먹이를 줍니다. 그래서 황새들은 모두 이 시간을 기다립니다. 조기 크기 만한 전갱이를 수분 내에 10마리쯤 먹어치웁니다. 그런데 그 날은 사육사가 통에다 담은 먹이를 넣자마자 어람이가 달려왔습니다. 평소에는 둘 다 먹이통에 달려와 동시에 머리를 넣고 허겁지겁 먹이를 집어 먹곤 했습니다. 그 날은 암컷 미미가 알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수컷만 먹이통 앞으로 왔습니다.

하루 종일 굶었으니 최소 10마리는 먹어 치워야 정상인데, 어람이는 3마리만 먹고 재빨리 알을 품고 있는 미미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알을 품겠노라는 신호(둥지 교대신호ㆍ알을 품고 있는 황새의 꽁지쪽 등을 부리로 깊게 쑤시는 행동)를 보내고 미미에게 먹이를 먹게 했습니다.

이것은 완전히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입니다. 미미가 하루 종일 굶었다는 것을 어람이는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가 배 고프니 미미도 배가 고플 거라는 것을…. 그래서 한꺼번에 다 먹지 않고 3개만 먹고 미미에게 먹이를 양보했던 어람이의 행동을 보고, 나는 동물에게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종래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물행동학에 사랑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행동을 사람들은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지만, 동물행동학에서는 어미 신체의 생리적 변화(호르몬의 변화)로 새끼라는 자극에 의해 돌보는 행동이 유발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황새는 알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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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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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희 (210.XXX.XXX.103)
저희 부부를 사이에 두고 보이는 앙살과 섬세한 감정 그리고 변덕을 보면 놀랄 정도에요...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정도가 아니죠...허허벌판에서 죽은 주인을 4 개월이나 지키면서 주변의 쥐 등만 잡아 먹으며 목숨만 겨우 부지하며 굶주림과 탈수증에 지친 채 발견된 세퍼드 이야기를 읽으면서 요즘엔 짐승 보다 못한 인간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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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7 16: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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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아연 (123.XXX.XXX.28)
다시 글을 쓰게 되셔서 정말 좋습니다. '황새의 부활'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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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2 13: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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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자 (211.XXX.XXX.129)
몰랐던 황새의 부부애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진짜로 흥미로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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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2 13: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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