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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매력
방석순 2009년 03월 30일 (월) 08:20:45
스포츠의 매력은 싱싱한 젊음과 그 젊음이 쏟아내는 열정에 있습니다. 스포츠는 신이 인간에게 허용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경연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젊음이 꼭 나이로 따져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삼십 대에도 환갑 넘긴 노인 같은 사람이 있고, 환갑을 넘겼어도 이삼십 대처럼 활기찬 사람이 있습니다. 하긴 요즘엔 환갑이라 해도 노인 축에 들지도 못합니다만.

축구에서건 야구에서건 피겨스케이팅에서건 우선 그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것이 관전의 기본입니다. 지난 주초 우리 야구선수들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바로 어제 일요일엔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우리의 자랑 김연아가 세헤라자데 선율에 맞춘 황홀한 프리스케이팅을 마치는 순간 관중들은 일제히 기립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인종과 국적에 관계없이 최고의 연기에 보내는 당연한 답례요 자연스러운 찬사였습니다.

선수나 관전자나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은 친선을 도모한다는 스포츠대회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누구든 자신이 속한 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기 마련이지만 ‘의사 봉중근’이라거나 ‘이치로 히로부미’ 라는 식의 패러디는 비약이 좀 심한 것 같습니다.

사실 스포츠의 더 큰 매력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 있습니다. 생사를 건 듯 격렬한 경기장에서조차 선수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습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결승전에서 상대선수(그리스의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를 뒤후려차기로 KO시킨 문대성은 금메달을 목에 건 장한 모습보다 KO당했던 상대를 부둥켜안고 격려해주는 장면으로 더욱 스포츠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것도 그 덕이 아닐까 합니다.

축구경기에서는 부상한 상대편 선수의 치료를 위해 자기편 공격 볼을 밖으로 내차 경기를 중단시키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공격권을 넘겨받은 측은 경기 재개와 함께 다시 볼을 내참으로써 상대에게 공격권을 되돌려주는 것이 이젠 축구장의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그라운드를 떠나기 전 격한 몸싸움을 벌인 상대와 땀이 밴 유니폼을 맞바꿔 입는 것 역시 상대에 대한 우의와 존중의 표시인 것입니다.

그러나 명심할 일이 있습니다. 강한 상대가 아니면 우정도 존경심도 우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WBC 지난 대회에서 한국에 패한 직후 일본의 간판타자 스즈키 이치로가 험악한 얼굴로 울분을 토해내는 모습이 TV 중계에 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양국의 실력차로 봐서는 경기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이 친 결정타로 한국과의 결승에서 승리한 이번 대회에서 보인 이치로의 반응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는 “한국팀이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 이기든 지든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절실히 느꼈던 것입니다.

하라 다쓰노리 일본 감독은 “야구의 승패는 종이 한 장 차이, 두 나라가 WBC 결승에서 겨룬 자체가 자랑스러운 일이다. 계속 좋은 라이벌 관계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한국 야구는 세계적 수준이다. 한국은 파워와 스피드를 앞세워 독특한 스타일의 야구를 만들어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치로나 하라 감독의 그 같은 언사는 오직 우리가 강할 때에만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메이저리거가 겨우 한 명 포함된 팀이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강팀들을 압도하는 플레이를 보였기 때문에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약할 때엔? 짓밟히는 것 말고는 달리 받을 대접이 없습니다. 스포츠에서나, 현실사회에서나.

물론 한국 야구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또 이번 WBC에서 준우승했다고 해서 세계 1, 2위의 실력을 가졌다고 우쭐해 할 수는 없습니다. 야구란 의외성이 많은 스포츠여서 단기전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습니다. 또 자국 내 프로리그를 우선으로 치는 미국이나 그곳에서 평생 밥벌이를 하는 그 이웃나라 선수들의 이번 대회 준비자세가 우리보다 충실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거둔 성과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면 어떤 강팀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선수 자원을 찾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그런 우리 선수들을 새로운 눈으로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는 또한 WBC를 통해 ‘작지만 다부진 나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야무진 나라’ 한국을 다시 보았을 것입니다.

스포츠의 마력은 그것에 직접 참여하는 선수들의 몰입과 열중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을 보고 듣는 사람들 모두가 경기장의 선수와 똑같이 몰입하고 집중하게 만듭니다. 두 번째 열린 WBC의 열기는 경기가 벌어진 미국 프로야구장 현장이나 중계방송을 지켜본 잠실운동장이나 동네방네 식당, 안방에서나 다를 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잠실운동장 스탠드의 응원 열기가 미국으로 중계되는 진풍경을 보였습니다. 마치 서울시청 앞 붉은 악마의 월드컵 응원이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전파되듯이.

전 세계를 덮친 경기불황의 그늘에서 하루살이가 힘겨운 서민들로서는 지난 몇 주일 동안 우리 야구 대표선수들의 멋진 경기를 맘껏 즐기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가 처음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는 감동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뜨거운 격려도 받았습니다. 아무리 세가 불리하다 해도 지성으로 최선을 다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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