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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 모자와 말리 아기들
김수종 2009년 03월 25일 (수) 08:19:16
"Save the Children. (어린이들을 구하자)"
이 문구는 구호가 아니라 국제아동권리기구, 즉 비정부기구(NGO)의 이름입니다. 90년 전 영국의 간호사가 처음 만든 아주 유서 깊은 국제 NGO입니다. 현재 전 세계 28개국에 지역본부가 설치되어 120개 사업장(국가)에서 아동구호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도 재단법인 ‘Save the Children Kore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가 작년 10월부터 3월까지 반년에 걸쳐 아프리카 말리의 신생아에게 뜨개모자 보내기 운동을 벌였습니다.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남부 사하라의 말리에서는 신생아들이 영양결핍과 저체온증으로 수없이 죽어갑니다. 무더운 아프리카에서 저체온증이라니,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하라 사막의 하루 기온차는 섭씨 30도나 됩니다. 공기가 차가워질 때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신체부위가 머리입니다. 모자만 씌워줘도 신생아 사망률이 현격히 줄어든다고 합니다. 정말 한계상황에서 생존하는 사람들입니다.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자원개발부장 최혜정씨는 “뜨개모자도 하나 뜨고 칼럼도 써 주십시오.”라며 뜨개실 덩이와 바늘이 든 종이 상자를 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나는 마감 때까지 뜨개 모자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만을 쓰게 됐습니다.

최씨는 이 운동을 벌이면서 뜨개 모자 목표를 3만5천개로 잡았습니다. 뜨개 모자 보내기는 마음과 돈과 시간을 내놓아야 하는 쉽지 않은 기부형태입니다. 그런데 마감 결과 7만6천개의 모자가 들어왔습니다. 예상 못한 대성공이었습니다. 이 모자는 이제 한국서 1만2여천 킬로미터 떨어진 말리로 보내지고 많은 어린이들의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최씨는 이 운동을 벌이면서 참여한 사람들이 보인 질실한 반응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손뜨개질이야말로 시작에서 끝까지 한 땀 한 땀 꼭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입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참여한 것은 자신이 뜨개질을 해서 모자 하나를 만들면 아프리카 신생아 하나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입니다.”

강원도의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이 뜨개질하는 것을 보고 “나도 우리 아이들이 이럴 줄 몰랐습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싫어할까 염려했는데 금방 뜨개질에 몰입했습니다. 치매노인은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통념입니다. 그러나 모자를 너무나 잘 뜨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 할머니에게 아들이 뜨개질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들이 아프리카에 있는 갓난아기를 살리는 일이라고 사연을 설명해주자 그 할머니는 아들에게 가르쳐주지도 않고 사흘 동안 손수 17개를 떴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 “아이들이 죽어 가는데 아들에게 가르칠 틈이 어디 있어. 내가 빨리 만들어야지.”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왜 사람들이 모자 뜨기에 열정을 보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건 비록 구만리 떨어졌지만 금방 피어난 어린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는 절박성과, 뜨개질이 갖는 정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간 내에 뜨개 모자를 떠주지 못한 미안함을 이 글로 대신합니다.
그러나 결국 내 게으름이 아프리카의 갓난아기 한 명을 저체온증에 방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니 미안함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나마 목표보다 많은 모자가 들어 왔다는 게 정말 다행입니다. 뜨개 모자 7만6천개를 만든 그 마음 마음에 존경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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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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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자 (121.XXX.XXX.234)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정말로 좋은일을 많이 하신분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털실 모자는 완성은 못했지만 좋은 글을 완성해서 보내신것에 얼마나 보람된
일입니까? 조금도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될것같습니다.

남자는 여자하고 틀려서 털 모자를 완성한다는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럼 바람부는 봄 나들이에 감기 조심하십요.

워싱턴에서 조 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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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9 08:47:09
0 0
신 아연 (123.XXX.XXX.28)
아프리카 영아들에게 보내는 뜨개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뜨개질이 갖는 따스하고 촉촉한 정서가 가녀린 어린 생명과 잘 조화를 이룬 덕에 호응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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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11: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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