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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뚜아에무아
김창식 2009년 03월 21일 (토) 08:37:53

듣는 이에게 뛰어난 감성을 전해주는 뚜아에무아(Toi Et Moi. 너와 나)가 활동했던 1970년대 초는 청바지,생맥주, 통기타로 대표되던 '청년문화'가 특히 어려움을 겪던 시대였습니다.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무릎 위 17cm면 대상)을 피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거리를 나다닐 때면 전전긍긍, 항상 사주경계를 해야 했지요. 뚜아에무아는 그 시절 청춘백서의 겉 표지에 나오는 그리운 액자 그림입니다.

혼성 듀오인 이 그룹은 3대에 걸쳐 활동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1기 멤버인 박인희와 이필원을 기억합니다(2기 멤버는 한인경과 이필원, 3기 멤버는 음반을 발표하지 않았음). 그들의 화음이 참으로 절묘하여, 미국의 '마마스 앤드 파파스' 또는 '피터, 폴 앤드 메리'(이들은 3인조이긴 하지만)와도 능히 견줄 만합니다. 박인희는 청아하면서 따뜻한 음색이었고, 이필원의 음색은 우울하며 사색적인 멋이 있었습니다.

박인희와 이필원의 앙상블을 생각하면, 비약이 심한 비교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세기적 듀오인 마리아 칼라스와 주세페 디 스테파노가 떠오릅니다. 그들의 음색과 표현기교는 확실한 다름이 있었습니다(칼라스는 드라마티꼬, 스테파노는 리릭테너). 언뜻 이들은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스테파노는 불같은 카리스마의 칼라스를 잘 다독이고 뒷받침하여 품격 높은 조화를 이루었지요. 그는 칼라스의 평생 친구가 되었답니다.

뚜아에무아가 발표한 곡을 살펴 보면 1970년의 '약속'을 비롯하여 줄줄이 구슬을 엮어놓은 듯합니다. '스카보로의 추억', '썸머와인',' 에델바이스', '도나도나', '제네파 주네파', '그리운 사람끼리' 등 제목만 열거하여도 벌써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자작곡도 있었고 번안곡도 있었지만 하나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박인희는 통기타 가수의 전형이었습니다. 온유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그리운 사람끼리' 작곡), 소박한 외모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깨끗한 얼굴에 긴 생머리와 판탈롱 바지를 입은 모습(미니스커트는 입지 않았던 듯)이 눈에 선합니다. 음유시인처럼 조곤조곤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으며, 그 자체로서 문화현상이었던 듯합니다. 그녀의 노래는 따뜻한 데다 삶에 대한 관조와 철학적 정취가 있어 '멍 뚫린' 그 시절 젊은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었지요.

박인희는 1년여의 활동 끝에 솔로로 데뷔한 후에도 많은 히트곡들을 만들어 내었는데, '방랑자', '모닥불', '섬집 아기', '봄이 오는 소리'. '그리운 사람끼리', '목마와 숙녀' 등 모든 곡들이 걸작 소품들이었습니다.

이필원은 1968년 미도파스란 그룹으로 활동하던 중 박인희를 만나 그릅 결성을 제안하였고, 이로써 가요 역사상 가장 음악성이 뛰어난 듀오를 탄생시킨 주역이 되었습니다.이필원은 그룹 해체 후에도 뚜아에무아의 이름으로 한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지금도 팬들의 요청으로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같이 호흡하며 화음을 맞추는 사람은 여리고 정갈한 음성의 소유자 장수경인데. 그녀는 현역 시인이기도 합니다.

뚜아에무아는 이필원의 노력으로 살아 숨쉬는 신화가 되었으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노랫말과 곡이 어우러진 그의 자작 노래들로는 '추억'.'미련', '고독'등이 있습니다. "작은 구슬 모래알이 물결 속에 부서지고..."로 시작되는 '하늘'도 대학 가요제에서 다른 분이 발표한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긴 합니다만 역시 그의 노래로 들어 보면, 우울한 목소리의 톤이 듣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 헤집습니다.

이 혼성 듀오에 대하여 생각하면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라나에로스포(Lana et Rospo. 두꺼비와 개구리)도 떠오릅니다. '사랑해'를 부른 그룹이지요. 두꺼비(남자 가수. 한민)는 붙박이였고, 개구리(여자가수)는 1기 은희를 비롯, '산까치'를 부른 2기 최안순 등 여러 여가수들로 바뀌었지만, 뚜아에무아보다 훨씬 오랫동안 그룹을 유지하며 활동한 점은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뚜아에무아의 박인희와 함께 활동했던 그 무렵의 같은 또래 여성 포크 가수로는 위에서 언급한 은희 외에 양희은, 이연실이 있습니다. 모두 한 시대를 획한 가수들이지요. 양희은은 지금도 방송가의 맏언니로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군요.

외국가수이지만 나나 무스쿠리도 생각납니다. 박인희와 무스쿠리는 목소리의 질감과 가슴에 전해오는 느낌이 사뭇 닮았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언제부터인지 두 여인이 자리하게 되었는데, 나나 무스쿠리와 박인희입니다. 아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물론 그녀가 허락했거든요.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blog.naver.com/nix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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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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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211.XXX.XXX.75)
가뭇없는 추억의 바람벽에 걸려있던 젊은 날의 수채화를 아주 가까이서 만져보는 기분입니다. 김 선생님 덕분에 뚜아에무아를 사랑하시는 분들께서 많이 행복하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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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8 15: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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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49)
뚜아에무아는 1968년 그룹 '미도파스'에서 활약중이던 이필원님의 제안으로
탄생되었고, 70년 발매된 제1집의 대표곡도 이필원님의 자작곡 '약속'이었습니다.
이필원님은 1기 팀 해체 이후에도 다른 여성 멤버를 영입하여 한동안(2, 3기)
뚜아에무아로 활동 하였습니다. 또한 지금도 팬들의 요청으로 시인이자 가수인
장수경님과 함께 무대에서 호흡을 맞춰 활동하고 있습니다.
뚜아에무아의 신화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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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6 1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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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신열 (210.XXX.XXX.177)
요즘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가사의 뜻을 알아 듣는 것은 고사하고 발음조차도 흉내내기 힘들던데 (그래서 아예 듣기를 포기하고 있습니다만) 70년대의 포크송은 노래가 곧 시 그자체였지요. 귀로 듣는 멜로디보다는 가슴으로 듣는 시가 더 오래 남으니까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겠지요? 옛 애인을 문득 생각나게 하는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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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15: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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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은 (123.XXX.XXX.89)
창식아 그 아련하고도 가슴저린 추억들을 이처럼 조근조근 들추어내 이 불쌍한(?) 민영감 가슴을 흔들어 대야 속이 시원하겠냐? 감흥을 너무 쎄게 흔들면 늙으막에 치명적인 병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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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11: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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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99)
박인희의 청아하고 따뜻한 음색은 기억이 나는데 이필원은 이름만 기억에 남습니다.
그들도 지금쯤 노년의 어디쯤에서 가끔 김창식님 처럼 생생한 추억에 잠기겠지요.
말씀 하신대로 그 때 저희들은 판탈롱이란 아랫단이 넓어지는 바지를 입고 거리를 청소(?)하며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바지를 입고 그대로 집안에 들어오면 어머니가 얼마나 역정이 나셨을까,
뒤늦은 후회도 됩니다.
그 때 유행했던 옷중에서 초미니스커트도 빼놓을 수가 없겠지요
저는 연연생 동생과 함께 대학시절을 보냈는데 동생이 저보다 10쏀티미터 쯤 키가 큰관계로 동생이 제 스커트를 실수로 입고 나갔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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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2 0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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