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고영회 산소리
     
우리 것이 아닌 우리 문화
고영회 2009년 03월 12일 (목) 00:48:17

평소 별 생각없이 지나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몇 가지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느 사람이 생일을 맞습니다. 생일은 무사히 한 해를 잘 살아왔고 건강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다음 생일을 맞이하길 축원해 주는 거야 인종 국가를 가리지 않고 공통된 의식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일을 축하할 때 부르는 노래에 눈길을 돌려 보십시오. '생일 축하합니다’로 시작하는 노래에서 우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도 먼 조상 때부터 생일을 축하해 왔을 텐데 어찌 서양에서 들어온 노래가 우리 생일을 독차지하고 있을까요?

결혼식장에 가 봅니다. 신부 입장과 행진에서 연주되는 노래 역시 우리와 거리가 멉니다. 이어지는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은 천편일률적으로 같습니다. 현재의 결혼의식이 비록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도 수천년 동안 결혼식을 치러왔는데 결혼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우리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찾을 수 없고, 내용도 사람마다 똑 같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골프장에 갔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골프장은 우리 것 같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골프장 안내, 쓰는 말, 경기 중 구호 등 거의 모든 것이 외래어 그대로입니다. 그렇다고 그 골프장을 이용하는 외국인이 많은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이용하는 골프장인데 우리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우리 고유문화 속으로 외국 문화가 들어 올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들어온 문화는 고유문화와 융합하면서 그 모습을 바꾸어 정착하는 것이 보통일 것입니다. 그런데 생일, 결혼 등 생활과 밀접한 문화와 결합하면서 저렇게 원형 그대로 들어올 수 있는 지 의아합니다. 생일에 축가를 부르는 문화가 도입될 수 있어도 그때 부르는 노래는 우리의 정서에 맞는 노래를 만들어 즐길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전통 음악 즉 국악을 하는 분들이 생일을 축하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그때 '와 이리 좋노, 와 이리 좋노,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와 이리 좋노’라고 노래 불러 축하해 주더군요. 제겐 그 노래가 생일 축하로 제격이란 느낌이 신선하게 와 닿았습니다.

주례를 설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해에 수십만 쌍이 결혼을 해도 모두 똑 같은 혼인 서약과 성혼 선언문이 낭독된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혼인 서약과 성혼 선언문을 다른 내용으로 바꿔 보기도 하고, 신랑 신부에게 서로에게 지켜야 할 약속을 축하객들이 모인 곳에서 하도록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신랑 신부는 괴로웠을지 모르지만 만인 앞에서 약속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기록해 둔다면 평생의 생활지침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우리 것만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문화 속으로 외부 문화가 다양하게 들어올 수 있고,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외부 문화가 들어오더라도 어디까지나 우리 것을 중심으로 재해석하여 받아들이는 것이 기본자세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새로운 용어, 새로운 놀이 문화, 새로운 의식 등이 처음 들어올 때 우리의 고유문화나 정서와 융합시키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마치 외국 골프장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은 덜 가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한 지붕이 되어 숱한 외래 문물이 매일 밀려들고 있습니다. 밀려온 것이 대대로 내려온 우리 것을 밀어내버리도록 내버려둬서는 곤란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계속될수록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도 점차 바래질 것입니다. 자기 정체성을 잃은 민족이 사라지는 것은 역사 속의 진실이고 우리가 그 비운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고영회(高永會) mymail@patinfo.com
1958년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변리사/대한기술사회 회장과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현재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 과학기술공동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www.patinfo.com) 대표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4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노을 (211.XXX.XXX.125)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렇게 좋은 글로 하루를 시작하니 좋답니다..꾸벅...
답변달기
2009-03-17 07:24:08
0 0
독자 (119.XXX.XXX.228)
1. 저의 경험 하나ㅎㅎ
저희 부에서 부장님 생일축하연?이 있었답니다. 갑자기 주무과장이 저더러 <축하노래>를 별도로 부르라는 것이예요. 편하지는 않았지만 ㅠㅠ 제가 늘 우리가? 부르던 것을 선창하지 않고, <햇빛처럼 찬란히, 샘물처럼 드맑게...>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 함께...그 유명한 <생일 축하합니다...>를 제창하였습니다. 저도 그 유명한 <생일 축하합니다...>로 부르는 것에 조금 식상해 하고 있었거든요

2. 저의 생각?
제가 박사학위를 미국에서 하긴 했는데 박사 후 연수를 미국에서 하지 못하고 바로 귀국해서 물론 영어가 너무 짧습니다. 그런데...그래도 미국에서 학위한 저도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더 섞어 쓰는 것에 가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래도 과학분야, 제 담당은 전문가?랍시고 늘 영어용어를 대하고 있긴 하지만.
<저도...제가 하는 말에 가능한 영어를 섞어 쓰지 않으려고 참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어디까지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것인지..
저도 종종 이모티콘을 활용하는데...문자로 글을 송부시....
어디까지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에 빠지곤 합니다
- 변화가 없었더라면, 제가, 여자가 안경을 쓰고 차를 운전하는, 그런 사회가 올 수 있었을런지..
-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수용되고, 조정되어야 하는 것인지...
- 그런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키려고 해야 하는지, 그런 노력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닌지...
- 짐안에서 아이들의 경어사용이 없어져 가는 것이(우리집은 아직도 거의 완전 경어 사용 강요? ㅋ), 우리 사회의 경어에 대한 완전? 이중구조가 어떻게....되어가야 하는지? 되어 갈 것인지?
덕분에 잠시 정리? 해 보았습니다. 좋은 날 행복하게 보내세요
답변달기
2009-03-12 15:18:32
0 0
다비 (99.XXX.XXX.163)
정체성을 잃은 민족이 사라지는 것은 역사 속의 진실, 이란 말씀
우리들이 깊이 새기고 명심해야 할 과제입니다.
쉽게 생각하고 지나칠 일이 아니라 작은 거 하나 부터
애국심을 고양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답변달기
2009-03-12 11:25:12
0 0
박동섭 (118.XXX.XXX.170)
칼럼님들의 고견을 자주 접하면서 모두가 훌륭하신 말씀들을 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이글은 모두가 읽고 우리의 자주성이 어느정도인지를 자성해봤으면 합니다. 전문의 모든내용에 공감합니다.
답변달기
2009-03-12 10:29:31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