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방석순 프리즘
     
민주화는 공염불?
방석순 2009년 03월 02일 (월) 00:15:58
국회의원 전여옥 씨는 사실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입니다. 때때로 의정활동에서 보여주는 정제되지 않은 과격한 발언, 가시돋친 표현이 친근감을 가질 수 없게 합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입니다. 소위 말하는 국민의 대표인 것입니다. 어떤 범법 혐의가 있다는 이야기도 못 들어봤으니 그의 언행이 언짢거나 밉다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전 씨가 며칠 전 국회 본청 앞에서 그야말로 벌건 대낮에 머리채를 잡힌 채 얼굴을 얻어맞았습니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에 항의하고 저지하기 위해 이날 국회를 찾아왔던 여성들의 소행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건 직후 현장 근처에서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의 공동대표 등이 범행 혐의로 검거돼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학내 문제에서 비롯돼 폭력사태로 확대되었던 ‘부산 동의대 사건’이 새 법률 개정안에 의해 재심받도록 되는 것에 강한 반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 씨가 “동의대 사건은 민주화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대학의 입시부정이 빌미가 된 학내 사건으로 진압 경찰관들이 학생들에 의해 무참히 불태워져 살해됐고, 대법원이 무기징역까지 선고한 폭력사건”이라고 지목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정말 무엇이 민주주의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폭력사건이라고 지목받은 ‘동의대 사건’, 그에 항의해서 대낮에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구타한 또 다른 폭력사태. 전자가 민주화 운동이라면 후자도 그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지키려는 민주화 운동일까요? 민주화 투사들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싸워서 이루었다는 것이 바로 이런 민주주의일까요?

정말이지 이건 아닙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활극이 나라 한복판에서 벌어지다니요. 옛날 멍석말이가 성하던 시대에서도 사사로운 감정을 드러낸 사형(私刑)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를 뿐이기 때문입니다. 폭력으로 일시적 보복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원한 승리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과연 전 씨에 대한 폭력으로 그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그들의 폭력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에 먹칠하는 짓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을까요?

국사를 다뤄야 할 국회 회의장이 걸핏하면 농성장으로 변하고, 국회의원이 국회 문을 망치로 부수고, 단상 점거를 위해 멱살잡이하고, 날치기수법으로 의안이 상정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자는 판사에게 석궁을 날리고, 폭행으로 벌금형을 받은 자는 대낮에 검사실로 들어가 검사의 머리를 둔기로 때리고, 수사에 대한 반발로 검찰청 생수통에 독극물을 붓고, 불 지르고…

시위 군중은 고속도로를 막고, 도심 대로를 점령하고, 시위 현장에선 쇠몽둥이와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이것이 법치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현 주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이름을 들먹이며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선 느낌입니다. 민주주의 원칙은 아득히 사라지고. 사회질서 확립을 위해 존재하는 공권력이 이제는 민중을 위해(?) 타도되어야 할 대상이 된 느낌입니다. 그것도 법을 무시한 폭력적인 방법으로. 나라를 위해서? 민생을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알리의 강 펀치나 포먼, 타이슨의 핵주먹도 룰에 따라 링을 관장하는 심판의 머리를 노리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성행하는 격투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링 위에 룰이 없다면 그야말로 ‘사각의 정글’이 되고 말 것입니다. 현실 사회에서도 법이 무너진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전여옥 의원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판검사를 위해서도 아닙니다. 바로 민주주의의 주체인 국민, 민중을 위해서입니다. 이 사회의 약자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들 한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법질서가 무너지고 공권력이 제 구실을 못한다면 과연 누가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까. 피를 흘리며 이룩했다는 민주주의도 공염불이 되고 말 것입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3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김윤옥 (210.XXX.XXX.25)
아비는 옆으로 걸으면서 자식에게 바로걸어야한다고 가르치는 게같은 세상을 한탄합니다.
답변달기
2009-03-02 23:31:11
0 0
tffseoul (61.XXX.XXX.81)
이쯤 되면 우리국민 수준이 민주주의를 정말 받아드릴 수 있는 정도인지 의심합니다.
더우기 그 폭력이 민주전당인 국회 구내에서 행해졌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답변달기
2009-03-02 15:27:09
0 0
황진이 (210.XXX.XXX.253)
전여옥 그 베라먹을 년 사건만은 뿌린 대로 거둔 것에 불과하외다. 그 년의 비인간적이고 싸이코패스적인 어록을 점검하야 반추해 보면 깊은 쇤네의 뜻을 이해들 하실거외다.
답변달기
2009-03-02 15:09:42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