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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교수들
서재경 2006년 12월 22일 (금) 00:00:00
오늘 글은 좀 깁니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악몽 같은 일을 겪기도 합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 지방 방송국이 주최한 지역개발 토론회에 참석한 날이었습니다. 몹시 추운 날씨였는데 그날따라 스튜디오가 썰렁해서 참석자들은 기침을 참느라 애를 먹을 정도였습니다. 미안했던지 방송국의 책임자가 토론자들을 저녁에 초대했습니다.

따뜻한 온돌에 몸이 녹아들고 음식은 배를 채우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습니다. 서로의 수고를 위로하면서 약주도 몇 순배 돌았습니다. 그때 악몽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도시의 국립대학 교수가 갑자기 방송국 책임자에게 불쑥 이런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취임 초기에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소문이 돌더니 요즈음은 스포일된 것 같습디다.”

순간 일행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런 무례가 어디에 있지? 방송국의 책임자가 물었습니다. “당신과 나는 오늘 초면인데 나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합니까? 내가 스포일 되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렇다는 것인지 이야기를 해보세요.”

그러자 교수가 답했습니다. “그건 다음 기회에 개인적으로 이야기 합시다.” 이번에는 방송국 책임자가 언성을 높였습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내용은 따로 이야기 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이 자리에 계신 다른 분들도 그렇게 오해할 것 아닙니까? 기왕 말을 꺼냈으니 공개적으로 말해 보세요.”

밥상이 날아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오고가는 동안 참석자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했습니다. 교수는 입을 다물고 아무 이야기도 못했습니다. 비록 친구 사이라도 청하지 않은 충고는 재앙을 불러오는 법인데 처음 만난 사람을, 그것도 밥 한 그릇 대접받는 자리에서 무례하게 대한 교수의 처신이 참으로 딱하기만 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일 년 전에 만난 그 대학의 또 다른 교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악몽 같은 기억인데, 일은 친지의 주선으로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벌어졌습니다. 선출직 학장도 지냈고 전공분야에서 알아주는 교수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그가 식당 여종업원에게 건네는 성적 농담이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저질이었습니다. 최연희 의원은 거기에 대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국립대학의 교수지?

한심한 대학교수도 다 있구나! 미친 사람인가? 이런 생각에 제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교수는 한 술 더 뜨는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자신이 최근 색소폰을 불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돈 많은 여자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라는 것이었습니다. 차마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가 없어서 저는 자리를 주선한 친지만 째려보았습니다.

희한하게도 그 순간 잊었던 악몽 하나가 되살아났습니다. 10여 년 전 같은 대학의 보직 교수 한 사람과 방송 대담 때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지방대학의 취업이 어려워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방송국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취업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보직교수와 유명한 리쿠르트 전문가가 참석했고 기업의 임원으로서 제가 참석했습니다.

대담에 앞서 참석자들의 수인사가 있었고 서로의 역할과 논지를 사전에 조율하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여기까지는 잘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생방송이 시작되자 교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기업 공격으로 돌렸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성장한 기업들이 지방대학생을 차별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기업은 지방 대학생들에게 특별코터를 부여해서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채용해야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방청석의 학생들은 박수를 쳤습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실력을 쌓아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분위기였지요. 그 교수는 취업도 투쟁으로 가능하다고 믿는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기업이 국민의 혈세로 성장했다는 것은 계급투쟁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구시대적 주장입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학생들이 일시적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수의 인기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바로 가르쳐주고 학생들이 마땅히 준비해야할 것을 알려주는 것이 참된 스승의 역할입니다.

그 대학에 얼마나 많은 교수가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 대학에는 제가 알기만 해도, 세 사람이나 이상한 교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대학만의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대학교수는 박사학위와 동문이라는 연고 두 가지 기준으로 선발합니다. 사학의 경우는 오너와의 관계가 작용하기도 합니다. 학위나 연고에는 성품이나 인격을 측량할 아무런 장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상한 사람이 채용되고, 일단 채용만 되면 철밥통을 끌어안고 정년까지 버팁니다. 채용이 공정한 것도 아니고 미국식의 피눈물 나는 태뉴어(tenure) 제도도 없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기본 교양도 없는 이상한 교수들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 채용방식의 일대전환이 필요합니다.

독수독과(毒樹毒果)는 법철학에만 머물지 않고 교육에서도 그대로 통용됩니다. 나쁜 선생 밑에서 좋은 학생이 나오기 어렵고, 좋은 선생 밑에서 나쁜 제자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이상한 교수들일수록 패거리를 몰고 다니며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그 위세를 업고 학교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공무원의 정치개입 금지는 법에 명시되어 있는데도 선거 때마다 공무원인 국립대학 교수들 상당수가 선거캠프에 줄을 섭니다. 그래도 그 일로 어느 누구도 처벌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상한 일이 판치는 한국의 대학교, 참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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