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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김수종 2009년 02월 11일 (수) 01:30:58
어제 택시를 탔더니 운전기사가 말을 거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 요새 불타 죽는 사람이 많습니다그려.”

“예, 그러게요.”라고 대답해 놓고 생각하니 정말 나라 안팎으로 화재 사고가 많습니다. 창녕 화왕산 산불 참사, 베이징의 중앙TV빌딩 화재, 계속되는 호주의 산불, 용산철거민 화재참사 후유증으로 어수선합니다. 또 숭례문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됐다고 방송이 복원공사를 집중 보도합니다.

모든 화재가 작은 불씨 하나가 원인이 되어 일어나지만 4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60여명에게 화상을 입힌 화왕산 산불은 좀 어이가 없는 사고 같습니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관광객 1만5천명을 모아놓고 억새 태우기 행사를 벌이다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이 구경꾼 쪽으로 번졌다고 합니다. 세상에 불구경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지만 작은 불장난이 큰 참사를 부른 셈입니다.

화왕산은 해발 757미터의 산꼭대기가 분화구 모양으로 되어있습니다. 매년 이 지방 산악회가 주최하여 산불을 놓아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빈다고 합니다. 주최측은 방화벽도 치고 준비를 했는데 일순간 돌풍이 불면서 불길이 구경꾼을 보호하는 방화벽을 넘어 사람들을 덮쳤다고 합니다.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불러왔던 제갈공명이 살아난 것일까요, 화왕산의 이름 ‘火旺山’이 갑자기 작동하여 불이 세차게 일어선 것일까요.

‘화왕산에 불이 나야 풍년이 들고 재앙이 물러간다.'는 전설에 있다고 합니다. 행사를 주최한 사람들은 이런 옛말을 생각하며 국태민안을 빌었겠지요?
올해 그 지방에 풍년이 들지는 기다려 보아야 알겠지만 재앙을 물리친 것이 아니라 초청하고 말았습니다.

근래 정월 대보름 산불축제는 비단 화왕산 한곳만 아니라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국태민안이 관심이 아니라 전시행정을 위한 지방축제로 산불놀이만큼 화끈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기상이나 기후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입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는 2월 7일 발생한 대형 산불이 닷새째 계속 번지고 있어 사람들이 공포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약 200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서울 면적의 서너 배가 넘게 잿더미로 변했지만 꺼지기는커녕 점점 기세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근 뉴질랜드에서 소방부대를 파견하고 미국도 파견준비를 할 정도입니다.

호주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외신을 타고 전해지는 생존 주민의 증언이 생생합니다.
“멀리 산등성이에 노란 불덩이가 보이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우리 앞으로 불기둥이 달려들었습니다. 거의 피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불이 접근해오면 야외에 그냥 서 있는 것보다는 자동차 속이 안전합니다. 자동차보다는 집안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여기서 안전하다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오래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족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산불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남산 만한 산이 온통 불길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1킬로미터나 더 떨어진 하이웨이를 달리는데도 잿더미와 함께 덤벼오는 열기에 겁이 더럭 났습니다. 더운 여름날 혹시 자동차에 불이 나면 어떡하나 하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불은 물과 더불어 인류에게 가장 긴요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본시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못 됩니다. 통제하기가 어려운 재앙의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니 불은 더욱 두려운 존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축제란 이름 아래 불장난 하는 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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