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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디바 카니 프란시스
김창식 2009년 01월 24일 (토) 00:31:05
우리나라에 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래 가장 먼저 알려진 가수는 냇 킹 콜(Nat King Cole, 1917~1965)입니다. 특유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피난살이에 지친 우리 국민의 마음을 달래 주었지요. 그의 노래로는 'Too Young', 'Mona Lisa', 'Rambling Rose' 등이 있습니다.

한편 초기의 여자가수로는 단연 패티 페이지(Patti Page, 1927~)를 들 수 있는데, 'Tennessee Waltz', 'Changing Partners', 'I Went To Your Wedding'등 월츠 풍의 비련의 노래로 1950년대와 60년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그런데 사실은 그녀보다 더 대단하고 인기 있는 가수가 있었지요. 바로 카니 프란시스(Connie Francis, 1937~ )입니다.

한마디로 그녀는 ‘원조 디바’라 할 수 있습니다. 디바의 호칭을 들으려면, 가창력과 인기가 있고, 상업적 성공을 거둔 외에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대형가수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녀야말로 이런 조건들을 제대로 갖춘 최초의 여가수였던 셈이지요. 디바의 계보는 아레사 프랭클린, 다이애나 로스, 휘트니 휴스턴, 셀린 디온, 머라이어 캐리로 이어집니다. 최근의 비욘세 놀스도 이 대열에 들어갑니다만, 마돈나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훌륭한 가수들임에는 분명하지만 디바라 부르기엔 왠지 어색함이 느껴지는군요.

카니 프란시스의 장점은 아름다운 목소리, 뛰어난 가창력, 그리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목소리의 감칠맛이 돋보였지요. 약간 비음이 섞였는데 청아함과 섹시함을 아울러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한 줄기 애조까지 띠고 있었다니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소위 ‘겹 목소리(목소리 속에 또 목소리가 있으면서도 분리되지 않는 한 목소리)’ 였는데. 우리나라에서 예를 찾아보면 데뷔 무렵, 정훈희가 ‘안개’, ‘무인도’, ‘꽃밭에서’를 부를 때, 그녀의 목소리에서 비슷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니 프란시스는 또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어울리는 대형가수였고, 이는 곧 가창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목소리의 결이 진하거나, 화려한 기교를 뽐내거나 극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스핀토(Spinto: 주로 테너 음색을 구분하는 데 쓰이는 용어. 강하고 날카로우며 빛나는 고음)계열의 음색으로 오케스트라 반주를 압도한 가수였습니다. 여느 가수에 비해 클래식한 창법이 두드러졌음에도 대중적인 인기가 많아 경이롭습니다.

이탈리아계 혈통의 미국인인 그녀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스타일의 노래를 소화한 팝 역사상 최초의 여가수라 할 만합니다. 스탠더드 팝(‘Beautiful Brown Eyes’). 애잔한 발라드(‘Tammy’, ‘Wishing It Was You’), 라틴계통의 음악(‘Granada’ ,‘Malaguena’), 댄스곡(‘Never On Sunday’), 칸소네(‘Lanovia’), 경쾌한 리듬의 소품(‘Vacation’,‘Pearly Shell’)등을 섭렵하는 발군의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녀의 선배들이나 그녀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가수들, 예컨대, 도리스 데이, 위에서 언급한 패티 페이지, 로즈마리 클루니, 델라 리즈, 브렌다 리, 스키터 데이비스 등의 노래가 비슷비슷한 정조(情調)를 지니고 있었음에 비추어 보면, 그녀가 얼마나 방대하고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소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밖에 그녀가 불러 우리나라 팬들에게 친숙한 노래들로는 트윈 폴리오가 번안하여 부르기도 한 ‘Wedding Cake’, ‘Where The Boys Are’, ‘Exodus Medley, ‘Quisas, Quisas’, ‘Aldila’, ‘Lipstick On Your Collar’등 열거하기가 바쁠 정도이군요. 1950년대 중반과 60년대를 석권하며 ’여자 엘비스 프레스리‘로 각광받던 그녀는 1974년 투숙한 호텔에서의 괴한의 습격으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충격을 겪은 데다 유산, 배우자의 이혼요구, 성대수술의 잘못으로 인한 목소리 상실 등이 겹쳐 은퇴하게 됩니다. 그녀는 1980년대 초 재기공연을 갖습니다만 이후 종전의 인기를 얻지 못하였고 무대 뒷켠으로 사라져야만 했지요.

음색과 창법, 장르는 사뭇 다르지만, 특이할 정도로 오묘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바로 심수봉이지요.그녀는 어느덧 중견가수가 되었고 지금도 활동을 펼치며 대중과 만나고 있습니다만, 뜻밖의 횡액이 없었더라면 더 훌륭한 가수가 될 수도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두 사람 다 불행의 극한을 경험하였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이로 인하여 그녀들의 음악생활에 지장이 있었음을 떠올리면 마음이 착잡하기만 합니다.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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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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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t (210.XXX.XXX.151)
혜은이 목소리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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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9 19:39:59
0 0
팔라스 (218.XXX.XXX.253)
좋은 글을 읽으면서 잠시 추억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60년대에 카니 프란시스가 등장한 영화가 있었지요.
라는 제목인데요.
스토리가 있는 극영화는 아니고요.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뮤직 비디오' 정도가 될까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프란시스의 빨간 입술이 클로즈업 됩니다.
그리고 풍부한 성량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 제목은 <하바 나길라>...
그 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 때문에 <하바 나길라>를 지금도 좋아하지요.
해리 벨라폰테도 그 곡을 썩 잘 불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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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8 15:32:20
0 0
김창식 (222.XXX.XXX.22)
제가 기억이 남달리 좋은 것은 아니고, 관심 있는 분야여서 마음속에서 수시로 떠올려 꺼내보며 돼새김질 해온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구구단은 주위의 강요로 어찌어찌 하여 외우게 되었지만만, 군대에서 '총검술 16개 동작'은 끝까지 외우지 못 하였다니까요.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존경스러운 '할리우드의 양심'입니다. 광막한 서부를 불태우고('무법자 시리즈'), 잿빛 도시를 접수하더니('더티 해리'), 거인 중의 거인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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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6 13:36:38
0 0
samchung ph. (211.XXX.XXX.160)
우와! 타고난 기억력이 좋으신건지?????
MM(movie,music..)의 해박함에 다시 한 번 놀랍니다.
2009년은 작가님의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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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6 01:32:51
0 0
다비 (69.XXX.XXX.111)
그녀의 노래는 처음 듣고 참 묘한 음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들어보니 애수가 있는 고과 음색의 조화가 아름다웠습니다. 가슴에 닿는 글을 계속 올려주셔서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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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4 03:09:51
0 0
KBSung from New York (71.XXX.XXX.203)
팝에 대한 해박한 이해력이 놀랍습니다.
덕분에 요즘 희미해지는 추억을 찾아 새롭게 음미하는 맛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님의 추억의 보물창고 속에 켜켜이 쌓여있는 주옥같은 보물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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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4 01:05:2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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