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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분 잊은 머슴들
고영회 2009년 01월 15일 (목) 00:51:05
국민은 자기를 섬기겠다는 사람을 뽑아 국회로 보냈으니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으로 머슴입니다. 헌법에서도 국회의원은 여야 이전에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머슴은 머슴으로서 지켜야 할 본분이 있습니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입법전쟁이란 것을 치렀습니다. 제출된 법안이 제대로 된 것인지 살필 심의시간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심의도 제대로 못한 의안이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소화기와 소방용수까지 동원하며 애쓰는 모습을 세계에 널리 자랑했습니다. 심의시간이 부족해서 시작된 전쟁이었다면 전쟁이 끝난 뒤에는 법안을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밤샘도 하고 주말까지 할애해도 후유증은 쉽게 없어지기 어려운 상처였습니다. 그런데 쉬어야 할 주말에 해외로 골프 치러 간 게 뭐가 잘못이냐는 변명은 어이가 없습니다. 남 일할 때는 놀고, 남이 놀 때도 놀자는 심보이지요.

공무원은 공복입니다. 공복은 국민의 머슴일 테니 머슴은 주인을 위해서 일하는 게 본분이겠지요.

잠실에 112층 555미터나 되는 초고층건물의 건설을 허용하겠다고 합니다. 수년 전부터 이 건물의 허가를 신청했지만 성남공군기지의 안전성 때문에 군당국이 반대하여 반려되다가 최근에 활주로 각도를 약간 조정하고 이에 따른 변경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허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안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굳이 규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인데, 활주로 각도를 조정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요? 군에서는 건물과 충돌위험을 막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에 첨단장치를 추가로 달기로 했고, 일부 비행시설 등은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등이 보도된 것으로 보아 안전성문제는 해결되지도 않았나 봅니다.

복잡한 도심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섬으로써 국민이 얻는 편익은 무엇일까요? 초고층이기 때문에 생길 편익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군 시설의 안전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낮게 넓게 지으면 초고층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 편익이 생기겠지요. 그렇지만 초고층 건물을 고집하는 바람에 군 시설의 안전도가 떨어지고, 국민은 그에 따른 잠재 비용을 잔뜩 짊어지게 생겼습니다. 누구를 위한 초고층 건물 허용일까요.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면 안보상 중요한 시설을 건드리지 않고 지을 수 있는 곳이 많을 것입니다. 두바이를 배우는 것이라면 바닷가로 가는 등 제대로 배워야 했습니다. 이것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부가 내릴 결정인가요?

‘주인과 대리인 이론’이 있습니다. 위임자가 대리인에게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행위를 재량으로 해결해 줄 것을 위임하는 대리인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대리인 관계에서는 대리인의 선호 혹은 관심사항과 주인의 그것이 일치하지 않거나 주인이 대리인에 비해 전문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확보하지 못하여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 무임승차, 역선택 등 본본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국민은 주인이고,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은 대리인입니다. 대리인의 행위는 곧 주인인 국민의 이해로 돌아오기 때문에 대리인은 머슴으로서 충실히 주인을 모셔야 합니다. 그런데 머슴이 주인보다 더 정보를 많이 갖고, 주인은 감시할 수단도 별로 없는 것을 빌미로 머슴이 주인 말도 안 듣고, 주인에게 불리한 짓을 하고, 주인을 팔아먹는 일도 합니다. 본분을 잊은 머슴들을 중간에 자를 방법도 없다고 하니, 머슴 잘못 썼다가 완전 뒤집어쓰는 꼴이지요.

머슴들이 계속 저러하다면 이젠 주인이 방책을 마련할 차례입니다. 주인은 못된 머슴이 더 이상 발 붙이지 못하도록 이력 관리도 하고, 새로 머슴을 고를 때는 성실활동 서약도 받고, 제대로 활동하는지 감시할 국민감사제도도 마련하고, 그래도 머슴이 제대로 못할 때에는 중간에 무대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국민소환제도 같은 것을 제도적으로 마련하여야 하겠습니다.

‘아직도 나라걱정에 잠 못 이루는 공직자가 많다’는 책이 생각납니다. 당리당략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움직이는 선량과 공무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머슴들이 자기의 본분을 자각하고 주인을 위해 행동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허황된 꿈일는지요.

   




고영회(高永會) mymail@patinfo.com
1958년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변리사/대한기술사회 회장과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현재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 과학기술공동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www.patinfo.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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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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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8)
우리나라에 초고층건물을 건설할 경제력, 기술력, 필요성이야 말할 필요조차 없이 충분할 것입니다. 문제는 세울 곳이 꼭 잠실이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글에 적은 것처럼 군시설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면서, 군사시설의 안전은 비상시 국가와 국민의 안전문제인데 이를 훼손시키면서 잠실에, 꼭 그 규모의 초고층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초고층 건물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 곳이 아니라 상충되지 않는 제3의 장소를 찾을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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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09: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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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화 (211.XXX.XXX.129)
글 잘써 주시셨네요. 어쩌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주밀에 골프치러간것, 전세계가 망치현장 중계한 것, 그 분들은 모르나 봅니다. 얼마나 잘한 짓(?)인지. 국민들은 얘기 할 방법도 없잖아요. 또 몇일 지나면 언제 했냐 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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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08: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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