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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휴게소의 단상
김영환 2008년 12월 19일 (금) 13:13:18
얼마 전에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안성 휴게소 화장실을 보고 놀랐습니다. 화장실 내부에 휴지통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밖에는 로션 등 화장품과 모발 건조기까지 갖추어 휴게소에 들르는 고객들에게 정성을 들이는 모습이었죠. 고정관념을 깨는 깔끔한 환경이었습니다.

최근 어디서 불어온 나쁜 습관인지는 몰라도 수세식 화장실의 변기 옆에 휴지통이 놓는 것이 예삿일이 되었습니다. 역한 냄새를 풍기는데 뭐가 좋다고 등장한 것일까요. 휴지통이 없는 화장실이 생소한 느낌을 줄 정도로 확산일로입니다.

모든 것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한국 화장실의 휴지통을 어떻게 보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이런 글이 있었죠. “한국에는 오래 전에 건축된 건물들의 배수관이 좁아 녹지 않는 화장지를 넣으면 막혀 버리기 때문에 휴지통을 놓아두는 것이다”라면서 휴지통에 휴지가 담겨 있으면 그 풍습에 따르라고 각종 화장실 사진과 함께 설명해놓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는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불과 1세기 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참외는 길에서 무더기로 파는데 한국 사람은 수없이 먹어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설사를 합니다. 길 도처에서 설사하는 광경을 볼 때엔 식욕이 싹 가십니다. (중략) 변기의 내용물이 땅 속에 스며들어 악취의 근원이 되고 소변이 흘러가는 하수구가 뚜껑이 닫혀 있지 않아서 모든 쓰레기 저장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더운 계절에는 병균이 우글거리는 진창이 먼지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가서 호흡기관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에 들어갑니다.” 콜레라와 장티푸스의 창궐에 충격을 받으면서 고종임금의 시의, 독일인 리하르트 분쉬 박사가 1902년에 쓴 글입니다.

화장실은 화장을 하는 ‘toilette’(프랑스어)이고 쉴 수 있는 ‘rest room’입니다. 화장실 문화를 고양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민간단체는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가 경이롭게 발전해왔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위상에 걸맞게 작년에는 우리나라에서 화장실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자만에 겨운 나머지 일부에서 화장실 문화가 정점을 지나 하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화장실 휴지통은 강남의 내노라하는 특급호텔 화장실까지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으리으리한 호텔의 사주는 외국 관광객들이 휴지통을 보고 얼굴을 찌푸릴 것을 인식하지 못하시는가 봅니다. 지금 공립도서관에까지 비데 설치 화장실이 있지만 그 곁엔 역겨운 휴지통이 비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관광공사 같은 조직들은 관광객 유치캠페인을 하는 것도 좋지만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이런 화장실의 퇴보에 대해 어떤 제동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계단을 밟으면 센서가 있어 피아노의 음계를 들려줍니다. 소변기 앞에는 길이 92미터의 웅장한 인공폭포가 보입니다. 밥을 먹어도 괜찮을 정도의 화장실 내부에 벤치도 있습니다. 스위스 레망 호반에서 들렀던 보 리바주(beau rivage)라는 거실과 같은 호텔 화장실을 본 이후에 가장 깨끗한 화장실이었습니다.

물에 녹지않는 휴지가 어디 있어 화장실이 막힌다고 너스레를 떠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분뇨가 달라붙은 휴지의 냄새를 고객들이 맡아도 좋은지, 업주들은 자기 집 화장실도 막히지 말라고 별도의 휴지통을 마련해 놓았는지 묻고 싶은 대목입니다. 45번 국도변 남양주시 화도하수처리장의 ‘피아노 화장실’을 한번 방문해서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소비자들도 스스로의 보건위생을 위해 화장실에 휴지통이 있는 업소는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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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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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fseoul (210.XXX.XXX.249)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 일본 유명 온천지인 아타미(熱海)에 갔을 때
교포 친구가 이곳에서 가장 경치 좋은 곳이라고 안내한 게 산언덕 전망대에 있는 화장실에서 내다 본 바다와 소나무가 어울린 풍경이었습니다.서울타워에 이에 못지않게 화장실도 내다보는 풍경도 절경인 곳이 있습니다.외국친구들에게 볼일 없다해도 끌고 갑니다. 벌써 두 번 보인 친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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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1 07: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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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아연 (123.XXX.XXX.28)
한국 공중 화장실을 가면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가 그래서 였군요. 꼭 그거 써야 하는건가요?? 다비 님 말씀이 정말 맞습니다. 바닥에 흥건하게 물을 흘리는 청소를 하니까 바깥에서 밟고 온 흙으로 또 지저분해지고, 그러면 아주머니들이 또 마포걸레질하고.. 느낌이 불결해지지요. 고속도로 휴게소를 비롯해서 공중 화장실 시설 자체는 정말 잘 되어 있는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시설 수준을 못 지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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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0 07: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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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69.XXX.XXX.111)
아직도 공중화장실은 외국의 것처럼 깨끗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문제는 사용자의 예의문제가 있는데 특히 어떤 여성들은 자신의 생리대를 그냥 변기에 버리거나 묻도 내리고 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먼저 선진국 수준의 화장실 문화를 지향한다면 모든 공중화장실의 그 지독한 나프탈린 소독제 부터 제거하고 좋은 방향제를 사용, 그리고 물을 질퍽하게 청소한다며 뿌려서 언제든지 습하여 기분나쁜 청소 습관부터 고쳐야 할 것입니다.
언제나 좋은 글을 올려주시는 김영환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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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0 0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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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211.XXX.XXX.29)
우리나라의 공중 화장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세계에서 최고의 시설에 최고로 깨끗하며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고속도 휴게소 화장실의 반 만큼이라도 다른 분야에서도 앞서 가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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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9 23: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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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환 (211.XXX.XXX.29)
선생님과 같은 좋은 글은 다른 웹사이트에 옮길수 있도록 복사 할 수 있도록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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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9 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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