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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생선가게를 맡고 있다면
고영회 2008년 12월 04일 (목) 01:48:48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고양이는 주인을 위해 생선가게를 잘 지킬까요? 우리 사회에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엇비슷한 일이 보입니다.

불합리한 제도는 대개 법 개정을 통하여 개선됩니다. 제도 개선에 관련 되는 법은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발의하여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고,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모든 법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겨져 '법령의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국회법 86조). 법사위를 경유해야 하는 규정은, 법 체계와 자구에 대해 잘못이 생기지 않도록 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곳에서 검토하는 장치라는 것에는 수긍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법령은 이에 해당이 되어 별다른 의견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18대 국회 법사위원은 모두 16명이고 대부분 변호사 출신이어서 법에 관한 전문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심사할 법안이 변호사 직역(職域)과 관련된 법률안의 경우에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들 법안들을 법사위에서 심사할 경우 과연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는 체계인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국회법에는 법사위는 법 체계와 자구에 관한 것을 심사토록 되어 있으므로, 법사위에서 법령의 실체적 내용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몇 년 전 세무사법 개정안에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법안은 재경위를 통과하였고, 법사위에서 심사하는 과정에서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내용을 삭제 수정하여 국회 본회의에 넘겨 세무사들을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법사위가 변호사 밥그릇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하여 세간의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변호사에게 불리한 내용이 들어 있는 법은 절대 법사위를 통과할 수 없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떠돕니다.

싸움이 붙어 있을 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은 싸우는 본인들과 관련 있는 사람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을 아는 사람들의 기초상식입니다. 민사소송법 등에서는 법관의 제척이나 기피제도를 두어 제도적으로 이를 막고 있고, 설령 명시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이를 지켜야 하는 것은 기본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법사위는 법에 대해 전문가라고 하면서 가장 기초 상식에 해당하는 것을 지키지 않고 있고, 지킬 생각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법안이 공정하게 심사되려면 변호사 관련 법안이 오면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법안의 이해에 관련된 국회의원은 심사에서 빠져야 합니다. 그런 분들이 버젓이 법안 심사에 참여하여 ‘이 법이 통과되면 변호사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라는 말을 해 가면서까지 법안을 변질시켜서야 되겠습니까?

변호사에게 변리사와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법안,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에 관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법무사에게 소액소송대리권 부여 등 변호사의 직역에 관련되는 법들은 곧 법사위로 넘어 가겠지요. 변호사의 직역과 관련 있는 법안들을 변호사 출신이 절대 다수인 법사위에서 심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회의록에 보면 발언마다 ‘존경하는 ...의원님’으로 시작하는 회의 성격상 단 한 분이라도 이유가 무엇이든 막무가내로 반대할 경우 그 법은 통과되기 어려운 상황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법안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곳에서 심의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하긴 이런 법안도 법사위에서 심사할 테니 통과되기 어렵겠군요. 이래 저래 갑갑합니다.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의원은 자기 직역에 관련된 법안의 심사에서 스스로 빠져야 합니다. 배 밭에서 갓끈을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라는 것이 조상들의 가르침입니다. 설령 자기에게 힘이 주어져 있더라도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면 그 힘을 쓰지 않는 것이 품격이 아닐까요. 그런 품격을 법사위에서 기대해도 될지요.
   




고영회(高永會) : 1958년 진주 출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 건설기술자로 근무 후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기술사회 회장,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 과학기술자를 푸대접하는 사회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행정개혁시민연합 과학기술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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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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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균 (211.XXX.XXX.129)
아주 적절한 지적입니다. 이런 글을 국회의장이나 법사위원장 앞으로 보내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 지도록 해 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가급적 공격성 표현은 삼가하고 합리성의 관점을 강조- 특히 법사위의 성격-법의 실체적 내용이 아니라 주로 형식적부문을 실사한다는 국회법의 규정 같은 것--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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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0 15: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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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우 (211.XXX.XXX.129)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맡고 있다면 운영이 제대로 될까요. 생선 맛을 모르는 염소나 말, 소들로 하여금 가계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지당하겠지요. 그들은 conflict of Interest 로부터 자유로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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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8 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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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58)
그래요, 모든 언론이 다 부패한 건 아니라는 것, 저도 인정하고 나대로님도 잘 아시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그 부패한 언론이 저지른 사회악, 또한 너무 심각합니다.
배웠기에,가졌기에,누렸기에 거기 합당한 책임을 다해야 마땅한데 그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 조차 없이 쉽게 권력에 아부하고 권력을 남용했던 사람들 편에 선 언론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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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8 0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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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로 (211.XXX.XXX.129)
글쎄요, 언론이 정말로 가장 부패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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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5 15: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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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68)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우리 시회가 너무 부패합니다. 품격을 갖춘 사회지도층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가 제일 먼저해야 할 개혁, 도덕 재무장운동을제안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향력있는 언론이 깨어있어야 하는데 이 언론이 가장 부패하니 어디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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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5 00: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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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주 (211.XXX.XXX.129)
너무나 상식적이고 옳은 의견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네들 스스로 행하기란 이룰 수 없는 꿈이라 생각됩니다. 결국은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지 더디더라도 차분히 냉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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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4 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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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수 (211.XXX.XXX.129)
공정한 심사를 위하여 제3자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하여 법률안 심사를 하여야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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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4 17: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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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211.XXX.XXX.129)
보건복지부에 약사면허를 가진 분들이 많이 근무하다 보니까 자연히 의사나 다른 의료종사자들에 비해서 약사에게 유리한 법들이 많지만 좀처럼 개정이 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유사한 사례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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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4 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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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창 (211.XXX.XXX.129)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지 말도록하자는 법안도 얘기한 대로 결국 고양이들이 결정해야 되니 고양이들의 양심적 품격을 기대할 밖엔 없는 것이 현실인 까닭에 이런 부조리한 정황 곧, 변호사직역문제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법안의 심사를 변호사자격을 지닌 법사위원들이 하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인식의 확산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해야 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구체적인 방안이 뭐가 돼야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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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4 17: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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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선 (211.XXX.XXX.129)
많은 사람들이 꼭하고 싶었을 말을 너무나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이런 좋은 글을 보게되어 그래도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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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4 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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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장춘 (211.XXX.XXX.129)
법사위가 법사위 본연의 임무를 넘어 법조전체의 이익을 지켜내는 위원회 역활을 한다면 그것은 무엇에 생선 맡겨 놓은 격이 되지요.그런데 그런일이 지난 국회 때로 지나간 것인 줄 아는데요,지금도 그런 가능성이 보인다는 말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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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4 17: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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