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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띄우는 편지
방석순 2008년 12월 01일 (월) 02:02:41
형님 어느덧 12월입니다. 겨울 초입이건만 서울의 일기는 오늘따라 만만치 않았습니다. 곧 더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치겠지요.

북방의 추위야 생전 어머니가 골백번 되뇌던 것처럼 여기보다 한결 더 하겠지요. “말도 말아. 자리끼가 얼어붙는 건 다반사고 문을 나서면 코에 성에가 끼어 숨쉬기도 힘들었지. 문고리는 손에 쩍쩍 들어붙고, 여물 먹는 소 입에선 불 땐 굴뚝에 연기나듯 허연 김이 뿜어져 나오곤 했단다.”

사실 겨울은 몸보다 마음이 더 추워지는 계절입니다. 오래전 평양에서 개성까지 달리는 열차 차창으로 보이던 북녘의 아파트인지 공장인지 분간키도 어려웠던 집단 주택의 을씨년스러운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닥칠 텐데 겨울나기가 어떠할까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그해 평양에선 남북통일축구라는 행사가 벌어졌었지요. 북쪽에서 보여준 모란봉경기장은 참 장관이었습니다. 기예단이나 매스게임의 규모나 재주도 대단했고요. 그러나 제겐 순안공항에서부터 평양 고려호텔에 이르기까지 길 양편에 조화를 들고 늘어섰던 환영 군중들이 잊히지 않습니다. 우단과 나일론으로 보이는 두 가지 복색의 여성들과 검정 양복의 남성들이 지르던 함성이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전면개방’, ‘자유래왕’이라는 피켓을 든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날 밤 환영행사에선 남과 북의 선수와 관계자, 아니 모든 참석자가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소리 높여 합창했었지요. 그러나 저는 그날 그 노래를 끝내 따라 부르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때뿐이 아닙니다. 철이 들고 나서, 어머니의 눈물을 안 이후로는 한 번도 그 노래를 끝까지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둘째 소절쯤에서 벌써 가슴이 울렁거리고 목이 메어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전에도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이야기하며 목청을 높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들이 정말 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의 소망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지, 진정한 통일의 의미나 가치를 알고 있는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마흔하나에 홀로 어린아이들을 이끌고 전화(戰禍)를 피해 고향을 떠났던 어머니는 아흔이 넘어 돌아가실 때까지 두고 온 고향, 형제자매를 그리며 눈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타향살이에 지쳤을 때, 어린 것들이 병에 신음할 때 어머니는 “병식아-!” 하고 작은 오라비, 그러니까 형님의 작은 아버지를 부르며 통곡하시기도 했습니다. 하필이면 광복의 하늘을 보지도 못하고 옥중에서 먼저 간 막내의 이름을 불렀던지. 시집으로 떠나보낸 후에도 마치 수호천사처럼 당신을 돌보아주던 동기(同氣)들의 정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게지요.

평양에 머무는 동안 제 방을 숨어들듯 찾아와 부둥켜안고는 “우리 인민을 욕하지 말라”며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울먹이던 북쪽 기자가 생각납니다. 남북회담이 열리던 판문점에서는 유별나게 빡빡하게 기를 세워 미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남쪽에선 요즈음 북녘으로 띄우는 삐라에 대한 시비로 시끄럽습니다. 북한 당국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남북열차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개성공단을 통한 경제협력의 폐쇄까지도 불사하는 대남 강경방침을 고집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것 모두가 북한 경제의 지원을 위한 것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북쪽의 그러한 극단적인 조처가 이명박 정부를 옥죄는 건 둘째 치고 당장 북녘 주민들의 겨우살이를 더 힘들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따지고 보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볼모로 잡아놓고 체제유지의 벽만 높이 쌓겠다는 심산이 아닌가요. 주민을 굶어죽게 하는 체제와 정권이라면 도와주고 보호할 가치조차 없는 게 아닌가요. 도대체 북녘을 향한 삐라 살포를 중지하고 북한 주민들의 눈만 감긴다고 살아남을 체제인지도 의문입니다.

삐라가 꼭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민중이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체제를 지키는 데도 오히려 그쪽이 안전할 겁니다. 세상 일에 눈을 감고 지내다가 몇 차례나 수난을 겪고 굴욕을 당한 우리의 옛 역사가 말해 주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북쪽 체제가 무너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남과 북이 충분한 준비 없이 함께 짊어지게 될 혼란과 부담과 고통을 생각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은 그 혼란을 틈탄 외세의 지나친 간섭이나 개입일 것입니다.

의가 상하면 형제끼리의 분쟁이 더 무서워집니다. 자존심을 다치면 이성적으로는 할 수 없는 행위도 마다 않는 게 사람입니다. 남과 북이 서로 미워하지 않고 돕는 일은, 그래서 언젠가 이룰 통일의 기반을 닦는 일은 정당한 교역의 확대, 벌써 오래전 평양 거리에 등장했던 피켓처럼 자유로운 왕래의 실천, 이런 일들을 통한 조급하지 않은 신뢰의 구축으로 시작돼야 하는 게 아닐까요. 남북이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 정치적인 쇼는 더 이상 필요도 없습니다.

형님. 바람이 차갑습니다. 부디 건강하게 살아남아 아우들과 재회하는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비록 어른들은 소망을 이루지도 못한 채 먼저 떠난 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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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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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24.XXX.XXX.49)
이 말이 맞는 표현인지는 모릅니다만, 우리말 속담에 (굼뱅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라는 말을 기억합니다.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위는 하여선 아니됩니다. 반세기를 사고가 다르게 굳어진 북한이므로 외교적인 차원에서 순리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분별한 삐라 뿌리기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무작정 북한에 퍼주기도 고려해 보아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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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1 23: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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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산 (118.XXX.XXX.170)
남북간 경색의 원인이 금강산관광객의 총기사망에서 부터 시작되었는데도 적반하장격으로
억지주장과 그동안 수없이써온 벼랑끝 전술을 반복하고있는데도 우리의 정치지도자 님들의 일부는 우리가 모든것을 잘못하였으므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기막힌 논쟁을 하고있슴니다.
굼주리는 북한동포 그들의 인권에 대한 단 한번의 성토라도 할수는 없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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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1 1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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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몬 (60.XXX.XXX.190)
과연 독재자 김정일 황제 개인과 북한 우리 민족이 하나인가여 ?
자존심은 누구의 자존심인가요 ?
김정일과 "조급하지 않은 신뢰 구축"이란 게 도대체 가능하다고 보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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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1 16: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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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210.XXX.XXX.253)
체제가 무너지게 당하고 있느니 문을 막아야겠다는 그들에게 현정부는 너무나 자만하고 서툴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충언과 질타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1998 년과 2002 년 금강산 여행 중 관광객의 휴대 전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그들(대부분 고위층 내지 출신이 확실한 공산당 집안 자식이라고들 우리 언론에도 보도됨) 안내인들의 태도를 보고 "이것이야 말로 얼어 붙은 얼음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되겠구나!'하고 속으로 놀란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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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1 15: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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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35)
의가 상하면 형제끼리의 분쟁이 더 무서워집니다. 자존심을 다치면 이성적으로는 할 수 없는 행위도 마다 않는 게 사람입니다. ..........지적하신대로 바로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서로 미워하지않고 돕는일은 불가능하기에 삐라띄우기의 무모함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민주세계를 어렴풋이나마 알아가게 된 계기도 삐라가 아닌 상호왕래였다고 생각합니다.꾸준히 서로 교역하고 왕래하는 중에 북한체제가 더 이상 북한주민을 속일 수 없는 날이 올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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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1 13: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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