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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지금 비준해야 하나
고영회 2008년 11월 20일 (목) 08:16:3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 비준을 둘러싸고 시끄럽습니다. 당장 비준절차를 밟겠다던 여당이 연말까지로 목표를 바꾼 덕분에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지적재산권분야를 중심으로 협상과정에 관심을 가져온 사람으로 비준을 둘러싼 논쟁에 대하여 제 생각을 정리합니다.

국가 사이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 방식에는 다자간 협상과 양자 협상 2가지가 있습니다. 다자간 협상은 협상에 참여하는 국가에 다 같이 적용될 것으로, 협약에 참여하는 각국이 요구사항을 내고 이들을 조율하여 타결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시작되어 타결된 국제무역기구(WTO) 설립에 관한 협정이고, 최근 진행되다 난관에 부딪힌 도하개발아젠다(DDA)도 다자간 협상입니다. 다자간 협상은 협상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타결이 쉽지 않지만 국력이 약한 국가가 자기 목소리를 반영하기 쉬운 협상방식입니다. 한편, 양자간 협상은 2개국 사이에 현안을 조율하는 것으로 협상 진행이 빠르지만 강자의 목소리가 작용하기 쉽습니다. 한미FTA 협상은 양자간 협상입니다.

정부 사이에 협상이 타결되었을 때 자기 나라에서 국회비준 등 후속처리를 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한미FTA협상이 타결된 후 비준되기 이전에 한미 양국정부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도 정권이 바뀌었고, 미국에서도 공화당에서 민주당 정부로 바뀌는 시점에 있는 것이지요.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가와 국가 사이의 일은 함부로 없었던 일로 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미사회에서 전임 행정부에서 타결한 협상을 없었던 일로 돌린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신뢰추락을 감수해야 할 일로 봅니다. 오마바 행정부가 그런 위험부담을 기꺼이 감수하려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협상결과를 내팽개치기에는 미국의 위험부담이 아주 클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우리의 이해관계도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협상이야 양자가 서로 합의에 이르러 타결된 것인데 협상 결과가 과연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만 되어 있는 것인지, 재협상할 경우 우리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내 주는 쪽으로 진행될 것인지도 검토해 봐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한미협상에서 사전에 협상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고, 따라서 우리가 공격적으로 미국 쪽에서 얻어내려는 것보다 미국의 요구를 방어하기에 바빴다는 정황을 고려하면, 현재의 협상 결과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재협상은 일부분만 빼서 협상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다시 협상한다면, 이제는 충분히 준비하여 협상에 나선다면 반드시 불리하다고 볼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또, 지금 우리가 서둘러 비준해 두고 미국이 비준하도록 압박한다면 오바마 정부를 자극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긴 정부를 이끌 사람이 바뀔 텐데 전임자가 해놓은 일이니 후임자는 그냥 따라야 한다고 압박을 넣는 형태가 되어 좋은 모양새로 보이지 않습니다.

국가 사이의 협상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한미협상의 경우에는 양자간 협상이고, 갑자기 협상에 착수했고, 협상 시한도 짧았습니다. 미국에는 협상 전문가들이, 압력단체들이 숱하게 포진했지만, 우리는 자료와 노하우가 축적된 전문협상가도 키워두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한 협상이었으니 협상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되기도 합니다. 주로 상대방의 요구에 대해 방어하는 데 급급했던 것은 아니었는지요.

이런 사항들이 비준절차를 밟아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요소들 같습니다. 미국이 현 부시 행정부에서 비준하면 논란거리가 될 이유도 없지만, 다음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가야 한다면, 후임자의 태도를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후임정부가 연속성을 유지한다면 그때 우리도 움직이고,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우리도 원점에서 전반적으로 재협상을 추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신뢰도 추락을 무릅쓰고라도 원점에서 다시 협상을 요구하는데 우린들 어쩔 도리가 없겠지요. 재협상에 들어갈 때 최종 결과는 누가 더 유리할지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히 협상을 준비해 두고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협상에 임한다면 지금 협상결과보다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협상이란 양자의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은 것인데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다면 필경 다른 부작용을 가져 올 것입니다.

후임 정부에 대한 모양새, 재협상 요구를 선언할 경우 미국의 위험부담, 실질적인 협상의 유불리 등 제반 사항들을 고려할 때 한미FTA협정 비준은 지금 밀어붙일 때가 아니란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는 무역비중이 높기 때문에 자유무역에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저도 이 점에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비준절차를 지금 서두르는 것만이 자유무역체제를 지키는 오직 한 길만은 아닐 것입니다.

   




고영회(高永會) : 1958년 진주 출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 건설기술자로 근무 후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기술사회 회장,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 과학기술자를 푸대접하는 사회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행정개혁시민연합 과학기술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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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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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58)
600년 우리 문화를 3년에 재건 할 수 있다는 경솔한 생각이 도처에 졸속을 연출했습니다.
이 번 쇠고기 협상도 그런 경솔함이 부른 재앙이었습니다.
각분야의 전문가가 토론의 토론을 거듭하고 점검해서 실수 없는 협상을 해야함에도 무엇이 그리 급한지 전문가는 배제된채 대통령 혼자의 생각으로 일을 밀어부치는 이 참담함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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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30 23:29:35
0 0
고영회 (119.XXX.XXX.232)
우리나라는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태로 맞서는 때가 많죠. 모자라면 갖추려해야 하는데...
갓늦게 답글 답니다. 트럼프 씨가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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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0 17:59:17
0 0
다비 (24.XXX.XXX.49)
절대 자유무역에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서는 아니됩니다.
많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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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0 09:14:19
0 0
고영회 (119.XXX.XXX.232)
자유무역을 거스러서는 안 되지만,
불평등한 상태의 자유무역은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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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0 18:01:17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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