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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아이들, 서울 아이들
오마리 2008년 11월 13일 (목) 00:15:51
파리에 와서 며칠 간 출장 업무를 마치고 드디어 뮤지엄을 순례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퐁피두 미술관을 가 본 지도 너무 오래된 것 같아 이번엔 마음 먹고 퐁피두를 돌아보기 위해 카메라 두 대까지 끙끙대며 들고 갔습니다.

미술작품을 관람하러 돌아다니던 중 기분 좋은 일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어린 학생 20여 명이 두 남녀 선생님과 그림 관람을 하며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남자 선생님은 아이들을 몇몇 그림 앞에 앉힌 후 미술 공부를 열심히 지도하고 있었습니다.

   
잘하지도 못하는 불어실력으로 선생님의 동작까지 훔쳐보며 짐작하건대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자 한 의도에서부터 어떻게 구성을 시도했는지, 작가가 쓴 색상이 어떤 조화를 가져 오는지까지 그림에 대하여 아주 세세한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게 하고 그 질문에 대하여 아주 진지한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그 아이들과 함께 한참 서서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어린아이들이 성실하고 진지하게 현장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에 감동하였고, 강의가 끝나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조용한 자세에서 문화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자존심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 때의 답답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되는 남자아이들은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락 내리락 위험하게 건너뛰기도 하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실습용으로 찍어 보라고 준비해 놓은 일종의 조선조 판화도장을 몇몇 아이들이 쾅쾅 계속 찍어대는 소음이 문화재를 감상하는 내 기분을 짜증나게 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몇 개 정도 실험해 보라고 놓아둔 종이를 두 아이가 몇 십 장도 넘게 30분 이상 찍어대고 있었습니다.

부여박물관에 갔을 때는 초등학생들이 여기저리 우르르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만지지 말라는 문화재에 손을 대는 것은 보통이었습니다. 박물관 외부에 있는 석조 문화재에 올라 앉은 아이들, 뛰어넘기를 하는 아이들, 그들은 박물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놀이터쯤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교사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나 부여박물관에서나 어떤 교사도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웬일인지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떠들고 있으니 박물관은 왜 오는 것인지, 그 목적을 알고 있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물론 요즘 한국의 학부모들이 무서워서 아이들 야단도 칠 수 없을 만큼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 같습니다만 이래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문화적 수준이 높은 것을 긍지로 삼는 서울 모 백화점의 명품관에서 겪은 상황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명품관 맨 위층에 자리잡은 커피숍은 차 값이 비쌌지만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그 백화점 오너의 취향대로 헨리 무어의 조각 작품까지 진열해 놓은 옥상의 정원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보낸 시간은 도심의 답답함을 덜어 주어 차 값이 비싸다는 느낌을 잊게 해 주었습니다. 훌륭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갔을 때 그 상쾌한 기분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대략 나이가 30세 미만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이 작고 세련된 화장실을 차지하고 잡담을 하고 있었는데, 3명이 똑같이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운 채 내가 들어가도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작은 공간에 유모차 3대, 3명의 여성, 3명의 아기들…

화장실을 쓰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이용조차 고려하지 않고, 입구까지 막아선 채 잡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커피 한 잔에 1만원인 그곳에 대낮에 찾아와 수다를 떠는 품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층으로 보였습니다. 과연 이 여성들은 어떤 어머니에게서 교육을 받고 결혼하여 아기 엄마가 되었으며, 또 이 여성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은 이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자랄 수 있을까요?

극단적 이기주의에다 안하무인 격이며 예의란 것은 실종된 곳에서 우리는 현재 한국이 어디에 서 있는지 더 절감하게 됩니다. 어린 학생들만을 나무랄 수 없습니다. 유아기부터 청소년 시기까지 문화의식, 예절의식을 바르게 가르치지 않은 어른들, 부모의 책임이 더 큽니다. 모두가 사회 탓으로 돌려 버리지만 나는 모두 가정의 어머니와 학교 교사, 그리고 나쁜 것을 너무 많이 보여주는 매스미디어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문화공간, 공공장소에 다니며 체험하게 하고 몸으로 보여주며 예절을 가르치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무례함을 당연한 듯 방관 내지는 동조하고 있는 교사들의 자질도 높여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문화가 훌륭한 국가라 할지라도 거기에 어울리는 예절문화, 국가의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들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 국가는 삼류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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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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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211.XXX.XXX.129)
오마리님의 글에 적극 동감입니다. 그리고 저도 거의 같은 일을 자주 경험합니다.공공예절이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는 국민들은 아직 선진국민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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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7 07: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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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재 (211.XXX.XXX.129)
모름지기 그사회의 장래나, 그나라의 장래를 보려면 아이들 모습에서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우리들의 어머님, 모름지기 자신과 자녀들의 자질 향상에 시간을 항애하십시요. 저도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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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4 10: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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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 (211.XXX.XXX.129)
정말 잘 지적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난동판을 싹 씻어낼 수 있는가 하는 성찰을 참 정곡을 찔러 말씀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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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4 10: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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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211.XXX.XXX.129)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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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3 15: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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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세 (211.XXX.XXX.129)
님의 글을 읽고 참으로 오랫만에 스트레스를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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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3 1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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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이 (211.XXX.XXX.29)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공과 사를 구별못하는 공직자들이 생겨나는 것도 일찍부터 부모들이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구분방법에 대한 교육을 등한시함으로써 유발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에는 시끄러운 소음으로 그치겠지만 자라나서는 뇌물을 받거나 영향력을 팔거나 하는 부정부패 범죄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은 아이나 어른에게 모두 절실한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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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3 0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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