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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대담] 김종인 박사에게 듣는다
자유칼럼그룹 2007년 01월 15일 (월) 09:28:58
   
   
“과거 40년 가까이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경제적으로 완전히 분할이 되어 있는 상태는 처음 보는 상황입니다. 나라가 경제적으로 가진 자와 없는 자로 완전히 분단이 되어버렸어요.” 김종인 박사, 경제전문가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그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합니다.

그는 역대 대통령선거 중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를 내걸었던 50년 전 신익희후보 이래 올해 선거가 경제이슈가 부각될 두 번째 선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차기 리더십은 투명한 경제해법을 제시해야 하며, 부동산정책도 그런 해법 안에서 풀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지금 절박한 리더십요건으로 “동북아에서 우리의 위치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하는 데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중국과 미국을 제대로 상대할 줄 모른다”고 정부의 외교정책을 신랄히 비판했습니다.

자유칼럼그룹은 대통령선거의 해를 맞아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해 보기 위해 지난 연말 김종인 박사와 대담을 가졌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 8년 동안 서강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다가 1980년대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4선 국회의원으로 국정논의에 참여했고 노태우 정부시절 보사부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경제정책 입안에 핵심적 역할을 한 바 있어, 나라 경제를 넓은 시야로 전망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판단하여 대담자로 선정했습니다.

김박사는 대담에서 경제문제 해결이 단순한 경제정책적 시각이 아니라, 우리 주위를 둘러싼 국제관계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정치리더십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차기 대통령선거에 대한 전망, 부동산문제, 노무현 리더십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한미FTA협상 및 한미관계의 문제점, 북핵문제 등에 대해 거침없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다음은 대담 내용입니다. <자유칼럼그룹>

YS정부 이래 경제 정상궤도 이탈
Q : 자유칼럼그룹
2007년은 대단히 복잡한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선거전이 연초부터 연말까지 온 나라를 흔들어 댈 것입니다. 또한 북핵문제와 자유무역협상을 둘러싼 한미 관계의 정립이 국가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사님은 학계 정계 및 정부에서 일해 온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으로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을 보아 오셨습니다. 김 박사님의 눈에 2007년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A : 김종인 박사
내가 경제학하면서 학교에서 8년 있어봤고 국회에도 있어봤고, 정부에도 있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 구조가 거의 완전히 바뀐 상황 아니겠습니까.

한 30년간 군사정권이 지속되다가 그 다음에 민주화를 위해서 많이 애썼다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거쳐서, 소위 새로운 인물이라고 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 정권이 수립된 지 4년을 거의 다 채워가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화의 과정이 잘 못 진행된 것 같아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이 무슨 ‘문민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하는 이상한 타이틀을 걸고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을 폈습니다만 사실 우리나라 경제는 김영삼 대통령 출현 이후부터 정상 궤도를 가지 못했습니다. 집권초기부터 우리의 여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경제정책을 시행 했고 그런 과정에서 국제경제 상황의 변화 등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에 IMF사태를 맞았습니다. 이 와중에서 김대중 정부가 탄생했고 김대중 정부가 결국 IMF사태를 극복했다고 말하고 있어요.

박정희 경제에 성공, 정치에 실패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60년대부터 70년대 말까지 굉장히 압축 성장을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배태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에서는 상당히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그 성공 자체가 정치적 실패를 가져오게 된 하나의 본보기 입니다.

여기서 박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만 잘 이끌어 가면, 소위 경제가 커지고 산업이 발달하면 그것으로서 국민들이 다들 고맙게 생각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에서 국민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절대 빈곤 시대의 국민의 욕구와 절대 빈곤이 해소된 후의 욕구는 달라지는 법입니다. 당연히 우리 국민들도 먹고 사는 것이 극복이 되니까 다른 생각을 하게 됐던 거죠. 소위 정치 시스템의 정통성(legitimacy)문제에 대해서도 회의를 갖게 되고 자신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시, 즉 정치적 민주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경제만 잘되면 모든 것이 잘된다는 식으로 밀어 붙이다 결국에는 박 대통령이 자기 운명을 마치게 된 셈이지요.

그러다 새롭게 등장한 당시 신군부세력이라고 흔히들 얘기하는 전두환 제5공화국 정부가 박대통령 이후에 나타난 사회적인 여러 가지 혼란을 극복하고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안정을 이룩하고 임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6공 노태우 정부부터는 직선제에 의해서 정권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런 흐름에서 보자면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가 결국 그 때 그 때 대한민국의 정치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는데, 예컨대 5공화국에 들어와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고 더 이상 힘으로 유지할 수 없게 되자 결국은 직선제 개헌 같은 것도 한 것 아니겠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전두환 대통령도 시대의 흐름을 그나마 잘 읽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6공화국에 들어와서는 민주화가 완전히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각종 이익집단들이 등장하게 되고 노사관계 등이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도 주변 여건의 여러 가지 변화가 긍정적으로 일어나 비교적 경제에는 큰 문제를 노정하지 않고 6공 정부도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소위 민주화 세력이 당시의 여권에 편입 되면서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이 되는데, 당선이 되자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한다면서 신한국, 신경제 건설 등 당시 여건과 거의 상치되는 새로운 정책을 쓰다가 결국에는 그것이 단초가 되어 IMF사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의 압축 성장으로 인해서 발생한 모순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 IMF사태인데 역설적으로 보자면 이것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개혁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 호기를 근사하게 처리를 못해서 오늘날의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IMF사태 구조조정 호기였으나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라는 기치를 내세우면서 처음부터 부동산 투기라는 문제점을 안고 시작했어요. 4년이 지나도록 이거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를 더 키운 셈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평통모임에 가서 남 보기에 석연치 않은 모습으로 연설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요? 그것을 보면 민주주의를 내걸고 정권을 잡았다는 사람이 과연 민주주의를 제대로 알고 나라를 다스리는 것인지 의심이 듭니다. 참여정부라면 국민들의 의사를 정책에 많이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데, 노정권은 국민들이 선거에서 계속해서 의사표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지를 못해요.

특히 지난 5월 31일에 실시됐던 지방자치제 선거를 보면 여당이 완전히 참패를 했는데 왜 그런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선거에 한두 번 지는 게 무슨 대수냐 하는 식의 반응을 보여요. 그러니까 국민들과의 괴리감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죠.

선거라는 것이 국민들이 평소에 표시하지 못한 의사표시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인데 그 자체를 부인하기 때문에 저는 이 정권이 결국 실패하리라고 봐요.

국민의사 무시하는 정부 실패하기 마련
과거의 박정희 대통령 정권 때 경험했던 일인데, 1978년 총선에서 1.3% 차로 공화당이 야당에게 지지 않았습니까. 그 여파로 결국 박대통령도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국민의 의사를 따르지 않는 정부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사실을 민주주의 제도하의 정권은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현재 나타난 여러 여론 조사를 보면 열린우리당이나 정권 모두 존재 불능상태까지 오지 않았나 하는 느낌입니다.


경제적인 요인들이 나빠서 투자 활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치적인 불안정하면 경제인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활동을 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우리나라의 현재 형편은 기본적으로 기업인들이 투자를 했을 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모형이 보이질 않는 거예요.

이런 과정에서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40년 가까이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이렇게 경제적으로 완전히 분할이 되어 있는 상태는 처음 보는 상황입니다. 나라가 경제적으로 가진 자와 없는 자로 완전히 분단이 되어버렸어요.

정부의 북핵인식 한심한 지경
그것을 어느 정도 느꼈는지 2006년 초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기 마지막 임기 동안에 양극화 문제 해소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은 했는데 그에 상응하는 어떠한 조치도 나온 것이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가 하나도 제대로 안정이 되지 못한 채 2007년을 맞고 있습니다.

Q : 자유칼럼그룹
북한핵문제도 경제불안의 요인으로 보입니다만.

A : 김종인 박사
북한의 핵문제가 터져 나왔지만 일반인들이 크게 불안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핵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식 자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정부는 마치 북한이 미국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는 혼돈에 빠져 있어요. 북한은 미국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자신들의 위치 정립과 주도권 행사를 위해서 핵을 개발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저 “미국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 이것은 남한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이건 우리 정부로서 할 소리가 아닌 거죠.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을 겨냥해 핵을 개발했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됩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과연 이 정권이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정부인지에 대해 상당히 회의를 갖게 됩니다.

최근 6자회담의 양상을 보면 마치 한국 정부는 열외의 비켜나고, 북한이 주도해서 중국, 미국과 상대해서 한반도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여기서 우리는 과거의 동서독이 통일이 되기 전의 상황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서독을 분단시킨 당사자는 소련과 미국이었기 때문에 서독은 수 십 년 동안 미국과 소련의 관계에서 균형을 잘 유지하여 결국 통일을 이루어냈습니다.

미국과 중국 잘 상대할 줄 몰라
우리도 중국과 미국을 잘 상대해서 북한을 압도하는 통일이라는 근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미국과의 관계도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요. 최근 6자회담 태도나 진행 상태를 보면 미국이 한국에게는 정보도 주지 않는 것 같아요. 주객이 전도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앞으로 남한이 동북아의 세력 균형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위치를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염려스럽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정치, 경제, 외교 등 모든 분야가 한꺼번에 조화를 이루어야 모든 분야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어느 하나가 잘 된다고 해서 다른 것도 저절로 잘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정치적인 안정이 안 되면 장기적으로 경제도 안정이 될 수가 없어요.

Q : 자유칼럼그룹
그러면 새해 경제는 비관적으로 봐야 합니까, 그래도 희망을 찾는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A : 김종인 박사
새해에는 미국 경기가 현재보다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 국제 경제가 굉장히 좋습니다. 유럽경기도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인도, 중국 등 브릭스 4개국도 성장률이 높고 일본도 한동안 애를 먹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그 덕에 우리도 수출이 잘 돼서 작년에 3,000억 달러를 돌파하고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새해 미국 경기를 좋게 안 봐요. 그러나 미국 경기가 나빠진다고 해서 예전처럼 세계 경기가 모두 나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소 영향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쪽이 워낙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제 경제 환경은 그렇게 나쁠 것 같지 않아요. 유가도 한동안 80달러대 가까이 갔지만 지금은 50달러대로 내려갔기 때문에 대외적인 여건도 크게 나빠질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이 국제 교역에서의 불균형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미국의 환율이 영향을 줄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환율의 평가절상은 불가피해 지겠지요. 그러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제대로 되겠느냐 라고 얘기하지만,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도 원화 저평가를 통한 가격 경쟁력만으로 수출하는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품의 고도화를 통해 평가 절상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수출하는 그런 경제구조로 조정해나가야 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4%대 성장이 우리 능력
전반적으로는 금년보다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경제 성장의 잠재력이 4%수준이면 우리나라 능력껏 성장하는 것 아니냐 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 고성장을 하던 습관이 남아 있어서 왜 고성장이 안 되느냐 하는데 실질적으로 우리 능력에 맞게 성장하고 있다고 봐요. 새해에는 이보다 좀 더 쳐질지도 모르지만 금년과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4.2%, 4.4% 그게 우리 능력이지요.

Q : 자유칼럼그룹
소위 도하 협상이 정체된 상태에서 세계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한미자유무역협상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한미자유무역협상이 여러 차례 열리면서 농민의 불안감을 배경에 업은 반대운동이 대단히 거셉니다. 농민들은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노무현 정부나 부시 정부가 레임덕에 들어가면서 협상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되지 않을까요.

A : 김종인 박사
다자간 무역 협상이라는 것이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에서부터 시작된 것인데 한 17년 정도 협상을 하다가 타결을 봤어요. 그래서 오늘날 세계무역기구, 즉 WTO가 생겨나게 됐는데 그때 제대로 조정이 되지 않은 농산물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하라운드가 시작된 지 6년 정도 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개발도상국은 개발도상국대로, 이머징 컨트리는 또 그들 나름대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다자간의 공통부분을 찾아낸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번 마지막 협상도 실패해 버리고 말았는데, 그런 글로벌 체제로 세계 경제가 개편되는 과정 속에서 미국이 워낙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나라들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미국과의 협정을 위해 애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가 몇 개 되지 않아요.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90년대 성립됐고 남미 몇 나라 호주 등 작은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는데 그 핵심은 결국 관세를 없애는 겁니다.

한미FTA, 대통령 마음 언제 바뀔지 몰라
지금 자유무역협정이 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에서 당장 큰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글로벌 체제로 시스템을 바꿔가는 과정에서 특히 우리가 해외의존적인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큰 시장에 보다 많이 진출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측면은 있지요. 그러나 협정을 체결하고 난 후에도 크게 변화된 모습을 찾기가 힘들 거로 봅니다.

과거 유럽의 EFTA처럼 여러 나라가 모여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지만 그 자체가 각국에 영향을 많이 줬다는 입증적인 사례가 없어요. 상품 교역이 다소 원활해졌다는 증거들은 있지만 크게 영향을 준다고 볼 순 없지요.

저는 본질적으로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가 협상을 하면 큰 나라가 득을 많이 보지, 작은 나라가 득을 많이 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자와 약자를 합치면 강자 나름대로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서 협상을 끌고 가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선전하는 것처럼 큰 기대효과가 나타나기는 힘듭니다. 다만 글로벌 체제에 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이 여러 나라와 체결되면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농민들입니다. 이제 농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올 겁니다. 지난번 시위에서 부상자들도 나오고 했지만, 걱정스러운 것이 새해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농민들이 강한 이익집단으로서 행동에 들어가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또 대통령은 마음이 항상 변하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는 아파트 원가 공개를 안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국민이 바라니까 원가 공개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던 식으로 변할 수도 있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까지 정권을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이 과연 관철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Q : 자유칼럼그룹
한미 간에 갈등관계는 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어 왔습니다. 특히 북핵문제를 놓고는 첨예한 걸로 얘기됩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한미관계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상태가 대통령이 원하는 정상적인 관계라는 건지, 아니면 한미갈등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정치적 갈등과 경제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을까요.

A : 김종인 박사
제가 보기에 한미 관계는 초장에서부터 그리 원활하게 보이지는 않았을 거예요. 미국에서도 사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 과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확실한 정보가 없었던 것 같아요.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 있었지 않습니까? 촛불시위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그게 소위 말하는 일종의 반미시위를 촉발했는데 그것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흐름을 보면서 기득권 세력에 상당히 반감을 가졌던 노무현 대통령은 새로운 세대, 소위 젊은 20대,30대의 호감을 사야겠다고 궁리한 거예요. 20대 30대는 자주성이 강하고, 386세대들을 포함해서 전부 다 6.25사변 이후의 세대들이지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어떻게 건국이 됐고 건국 후 어떤 식으로 오늘날의 위치를 확보했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이예요.

왜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느냐, 왜 미국에 의존을 해야 하느냐 하는 이런 분위기에 영합한 사람이 바로 노대통령이라고 생각해요. 비교적 자주적인 의식을 표방하면 자기를 지지하는 계층이 많을 것이라는 계산이 몸에 밴 사람이라고 느껴져요. 그러다보니 노대통령이 선뜻 선뜻 내뱉는 얘기가 미국 사람들이 들었을 때 기분이 언짢을 수 있는 것이죠.

미국, 속으로 ‘의리없다’ 할 것
나는 국제 관계, 특히 외교에서는 신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오늘날까지 발전하는 과정에서 6.25사변이 일어나 북한이 남침했을 때 UN안보리 의결을 거쳐서 미국을 위시한 16개국이 구출을 안했으면 오늘날 존재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때 실질적으로 미국에서 원조를 해주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부의 예산을 편성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력이었는데 그래도 그들이 50년대 무상원조로 대한민국 백성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고 60년대에는 미국이 우리에게 수출시장도 제공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수출 지향적인 경제를 이룩하게 됐어요. 그런 과정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 경제가 이룩될 수 있었고 압축성장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재정이 완전 독립된 해는 1973년으로 불과 3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 부정하니 미국 사람들이 겉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의리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한국이 과거에 군사정권 때 미국 사람들이 군사정권을 지원해 민주화가 늦어졌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젊은 층에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표를 얻어서 대통령이 되니까 그런 사람들의 숫자가 다수라고 생각해서 대통령도 그런 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나타난 결과를 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느냐 이거죠. 불쑥 불쑥 반미적인 얘기, 처음 얘기가 ‘나는 사진 찍으러 미국에 안 간다’ 이렇게 얘기 했던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최근 보면 역대 대통령 중에서 밖으로 가장 많이 나돌아 다니는 것 같더군요.

결국 지금의 지지도를 보면 한 자릿수로 떨어졌는데 이제는 반미의식 그런 것만 가지고서는 국가의 실익을 챙기지 못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번에 6자회담 하는 과정 속에서 북한이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6자회담을 하고 우리는 구경하는 식의 외교밖에 못한 거예요. 한심한 상황이지요.

대한민국 분단이 어떻게 됐느냐? 대한민국은 우리 스스로 독립을 쟁취한 것이 아니라 2차 대전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란 말이죠. 그 과정에 얄타회담에서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그어서 분단이 돼서 위에는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여기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그 다음 6.25사변을 거치는 과정에서 소련보다는 중국의 영향이 북한에 더 커졌단 말이예요. 그러다가 90년대 들어와서 소련은 연방체제가 붕괴되어버린 취약한 상태에 빠졌고 중국은 오히려 크게 부상하는 나라가 됐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이지요.

경제보다 중요한 건 동북아 내 위상
   
   
분단된 한반도가 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분단에 책임이 있는 두 당사자를 잘 활용해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그럴 역량이 없어졌어요, 자꾸 반미 반미 하다보니까.

이건 좀 역설인지 모르지만, 미국 쪽에서 생각하기에는 당신들이 우리가 싫어서 협의를 안 한다면 우리는 북한하고 직접 해도 좋다 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런 식으로 갔을 때 한국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해 봐야 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외교를 담당하는 책임자나 외교의 최종 결정자인 대통령이나 그 점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전 앞으로 대한민국이 경제보다도 동북아의 세력 형성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위치를 확보할 것이냐, 외교 관계 등등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이냐가 앞으로 한반도가 변화하는데 중요한 요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를 봤을 때 외교, 경제, 정치 할 것 없이 엉망이 되었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집권 여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제대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인 나라가 유일하게 대한민국일 거예요. 그게 이 정부가 저지른 모든 일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경제, 부동산투기 등 정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워낙 낮으니까 여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지를 못해서 허덕거리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세 부담 늘리는 이상한 국회
이 정부의 집권당이라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운 게 물의를 자아냈던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종합부동산세 있잖아요? 그게 열린우리당의 의원입법입니다. 의회의 탄생이라는 것이 국민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인데 의회가 의원입법으로 세금을 채택한 유일한 국회가 아마 대한민국 국회일 겁니다.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국민들의 모든 계층에게 지지를 받을 수가 없지요. 열린우리당은 지역기반과 계층 기반을 다 잃어버린 정당입니다.

Q : 자유칼럼그룹
두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경제도약이 눈부십니다. 특히 중국을 보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이 한국을 열심히 따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마는 지금은 중국 곁에 있는 한국의 존재가 무엇인지 회의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은 변화의 전기를 보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중국이 한국에 끼칠 경제적 정치적 영향은 어떨까요.

A : 김종인 박사
1979년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서 중국 특집을 별책으로 낸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당시에 중국 사람이 과거의 죽의 장막에서 나와서 나라를 개방하고 같은 유교권에 있는 나라이니까 70년대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일한다면 중국이 21세기에 거대한 경제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도 등소평이 78년에 개방을 하고 79년에 시장경제를 도입을 했을 때 과연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중국이 우리와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시차가 벌어져 있을까 하는 것을 예측했었는데 예상보다 시차가 굉장히 좁아진 거예요.

왜냐하면 기술이라는 것이 습득하기 참 어려웠었는데 최근에는 국제 환경이 자꾸 변하다 보니까 과거의 고급 기술이라는 것이 거의 다 보편적 기술로 되어버렸단 말이지요. 사실 일본의 산업화 과정을 모방한 것이 대한민국 경제예요. 그리고 최근 중국 역시 이것을 모방했어요. 결국 일본, 한국, 중국이 비슷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국은 중국에는 인건비나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부품 산업 등에서는 일본에 뒤처지는 샌드위치가 된 나라입니다. 중국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규모로 가고 있는 거예요.

90년대 초반에는 중국이 외국 자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외자도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완전히 터버렸어요. 그러니까 전 세계 선진국들이 봤을 때는 앞으로 중국을 상대 하지 않고서는 경제적으로 이득을 얻기 힘들 거라 보고 전부 중국으로 집중을 하다시피 했고 최근에는 다시 인도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결국 인구가 많은 나라가 커지기 시작하니까 이게 보통 동력을 갖는 게 아니란 얘기죠.

중국은 天子자본주의
우리나라는 그동안 너무 큰 소리를 많이 친 나라예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1990년에 한중수교를 위해서 중국에 간 적이 있는데 당시 대장정에 참여했던 등소평 시대의 원로 한분을 만났더니, 그 사람이 뭐라고 하냐면 “당신들 외교 하는 걸 보니까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천둥번개는 치는데 비는 한 방울도 안 내리는 외교를 한다” 이거예요. 그때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큰 소리만 뻥뻥 치고 다니면서 결과는 아무 것도 가져오질 못한다는 소리로 받아들였는데 최근에 와서 보면 그 영감님 말씀이 딱 맞아요.

요새는 중국 사람들이 한국은 매사를 머리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가슴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감상적으로만 자꾸 얘기를 한다 이거예요. 이게 요새 대북관계, 6자회담, 북한 핵문제에 대한 것이 다 함축되어 있는 표현입니다.

자본주의 체제라는 것은 각 나라의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적 배경 등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다 다릅니다. 중국의 자본주의는 天子 자본주의라고 합니다. 예전 중국의 왕을 천자라고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거기에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처럼 지금 중국 경제의 모습이 그래요. 자기들에게 집중하는 모든 것들이 자기들 것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최근 해외 투자도 엄청나고 2006년 11월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1조 달러가 넘어섰어요. 앞으로 4년 안에 2조 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 돈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경제가 종전에 중국이 없을 때는 그래도 동양에서는 일본 다음은 한국, 이렇게 해서 국제 사회에서 관심도 받고 하나의 모형으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최근에 와선 그런 얘기가 없어졌어요. 중국이 하도 커지다 보니까 결국은 중국, 인도, 일본 얘기들을 하다보면 아세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 얘기를 들어볼 수가 없게 되어버린 거지요.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나라인데 올림픽을 거치면서 중국의 내부가 그동안 어떻게 변해왔는데 전 세계에 소개할 것 아닙니까. 그런 과정을 거쳐서 중국의 상품 등이 세계 시장에서 자기 기반을 확고하게 굳혀가는 거죠.

헌팅턴, 한국경제 중국 편입론 주장
   
   
지금 실질적으로 국제 금융 시장에 엄청나게 많은 유휴자본이 돌아다니지만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이 없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중국의 싼 노동력에 의해서 공급되는 소비재들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중국이라는 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무시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과거에는 중국을 돈이나 벌어오는 나라라고 생각을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거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자주를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냐, 우리가 중국의 경제에 편입되지 않을 것인가?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에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중국에 편입된다고 쓰여 있어요. 잘못하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여기에서 대한민국이 자주를 유지하고 제대로 살아가려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가 하나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생존을 위한 다른 힘이 필요한데 이런 것을 외교적으로 어떻게 잘 달성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미국을 잘 활용하는 외교 필요
그래서 좋고 나쁘고 간에 미국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고, 중국이나 일본처럼 역사적 과거나 묘한 인연이 없는 나라예요. 그래서 그런 나라를 어떻게 활용해서 이 두 거대한 나라 사이에서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느냐, 그리고 미국도 동북아의 세력 균형을 잡는데 있어 중국이 위협적 존재이고 일본도 경제적으로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어디에 발판을 둘 것인가 찾다가 한국이 적절하다고 과거에 생각을 했었어요. 최근에는 한국이 등을 돌리니까 일본과 밀착을 했지만.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새로운 노력을 해야 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합니다.

Q : 자유칼럼그룹
90년대초 미국의 학자나 언론인들이 중국의 경제 고도성장이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 예측이 전혀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A : 김종인 박사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국도 경제 성장을 하다 보니 민주화가 됐다. 대만도 경제성장을 하다 보니 민주화가 됐다. 그럼 중국도 경제 성장을 하다보면 민주화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논리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중국이 경제적으로 계속 발전하면 정치적으로 혼란이 와서 더 이상 발전을 못할 것이다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쓰는데 그런 것들이 이제는 다 의미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모택동이 문화혁명으로 중국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가 문화혁명을 통해서 나라를 하나로 만들고 국민들을 굉장히 강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발판이 돼서 경제적으로 더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문제 못 풀어
Q : 자유칼럼그룹
2007년 대선에서도 뜨거운 이슈가 되겠습니다마는 부동산, 특히 수도권 주택문제는 폭발적인 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집집마다 자가용을 갖고 있고, 웬만한 전자제품을 구비해놓고 사는 한국사회가 미래에 대해 절망적으로 느끼는 것이 천정을 모르는 부동산폭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선거와 선거이후까지 어떤 전망을 하고 있습니까.

A : 김종인 박사
단적으로 얘기해서 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합니다. 지금 여러 가지로 대책을 세워서 아파트 반값 공급이다, 건설 후 분양이다 이런 말들을 하지만 이런 것들은 장기적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입니다.

한나라당에서 홍준표 의원이 갑자기 아파트 반값 공급 얘기를 하니까 거기에 질세라 정부와 여당이 그것을 받아치고 있는 상황인데, 이것은 현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가 경제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계속되어 왔고 부동산 값의 상승으로 인한 재산 형성이 습성화 되었습니다.

1988년 직선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다음 화두가 된 것이 학계, 언론, 정치권 할 것 없이 우리나라 의식주 중에서 ‘주‘만 해결하면 된다, 그래서 주택 문제가 이슈가 돼서 모두가 주택 공급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때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때였습니다.

1987년 대통령 선거 기간부터 부동산이 꿈틀거리기 시작해서 88년 89년 내내 아파트 땅 값이 올라갔습니다. 우리가 1985년에 프라자 협정에 의해서 환율이 변경되는 바람에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86년부터 89년까지 4년 동안 국제수지 흑자를 330억불 쯤 봤어요. 이중에 130억불 정도가 땅 매입으로 들어간 겁니다. 기업들이 유동성이 좋아지니까 땅을 구입한 거지요. 그런 과정에서 아파트 값은 계속 올라가니까 주택 200만호 건설 등의 얘기가 나오게 된 겁니다.

정부는 정책을 펼 때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가 정책적 우선순위로 4년 동안에 200만호를 짓겠다고 하면 1년에 50만 채 짓는 것 아닙니까. 아파트를 지으려면 땅, 사회간접시설, 건축 자재, 노동력 등 모든 것을 생각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을 배려를 해서 아파트를 연간 50만 채를 공급을 하려면 노동 시장에서 임금이 어떻게 변화할 거고 자재 값은 어떻게 변할 거라는 것을 다 생각하고 해야 될 것 아닙니까.

부동산정책은 종합성 가져야
그런데 그런 것도 없이 무조건 어느 한 부분의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하다보니까 노동 시장에서 임금이 오르고 시멘트 파동이 나고 모래 파동 나고 그러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는 경제 정책을 펴는 사람들이 각 분야에 대한 사전조사를 해서 조화를 이루지 않고 어느 한 현상에 상응하는 조치만 하다보니까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제가 90년에 경제 정책에 대한 책임을 맡았을 때가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니까 자살하는 사람도 계속 나오던 때였습니다.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은 땅값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땅을 국가가 갖고 아파트만 지어서 반값에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방식으로는 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경제 질서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되는데 땅을 정부가 소유한다고 치면, 정부는 땅을 사들일 할 수 있는 재정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수도권에 그런 토지가 있느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 환매 조건부로 한다고 하는데 그럼 자기가 사는 집이 살다가 원가 그대로 팔고 가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 국민의 정서상 그런 집은 안삽니다. 그리고 수요가 없으니까 그런 아파트 공급을 잘 안합니다.

당연히 그런 식으로 아파트 공급을 하려는 업자가 없을 겁니다. 그럼 결국에는 새해에 기존 아파트 값만 올라가게 되는 겁니다. 거래가 불가능한 아파트는 절대 안 살 테니 거래 가능한 아파트 값이 올라가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새해에 경기가 불투명해서 성장이 4% 초반밖에 안 된다는데 경제 정책을 다루는 사람은 그게 더 답답해요. 건설 경기가 꺼지면 경제 성장이 더 내려가니까. 그러다보면 새해에는 부동산 투기를 잡는 게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새해에도 토지 수용에 대한 보상을 다 해야 되지 않습니까. 혁신도시다 뭐다 해서 잔뜩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나오는 돈은 부동산으로 가게 되어 있어요. 그 돈으로 강남이나 수도권에 수요를 일으키면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2009년 부동산 거품 꺼질 것
그리고 요즘은 소비자들이 영악해서 더 잘 알아요. 대통령 선거 앞두고 강력한 조치는 취할 수 없을 테고 경기가 꺼질 것 같으니까 강력한 조치를 못 취한다는 것을 아는 겁니다.
2007년에는 부동산 가격 안정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고, 2008년에는 새로운 정부가 나와서 어물어물 하다보면 한 해가 다 지나가게 되어있어요. 그러다가 2009년 하반기에 부동산 버블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Q : 자유칼럼그룹
박사님은 과거 경제수석 시절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문제에 매스를 들이댄 적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재벌로부터는 기피인물로 분류되고 덩달아 관료집단으로부터도 경원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 : 김종인 박사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다는 것이 자꾸 세제를 움직이려고 해서... 그 당시에 토지 공개념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왔어요. 그래서 내각에서 토지 공개념의 정의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정의를 못 내려요.

재화에는 공공재 사유재가 있는 거지, 공적 성격을 가진 재화가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거거든요. 그리고 세금으로 잡는다고 하는데 제가 세금을 전문으로 했습니다. 세계 경제사를 쭉 봐도 세금을 가지고 부동산을 잡은 예가 없어요.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고 처음 시도한 나라가 영국의 1920년대 노동당 정부인 조지 론스 내각입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세금으로 땅 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땅 값이 내려가기는커녕 땅의 소유 구조만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땅 주인들은 세금을 낼 수 없으니까 땅을 자꾸 팔고 전부 산업 자본가와 금융 자본가들이 사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영국이 토지 정책을 바꿔버린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토지를 소유해도 괜찮다는 말 아니냐, 그렇게 해서 어떻게 부동산 투기를 잡느냐, 기업이 사들이는 토지는 아무리 세금을 물려도 부담이 안 되니까요.

세금으로 부동산 못 잡는 데도
부동산 공개념이 뭐냐고 물어보니까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토지 종합세, 택지상한제세, 토지초과이윤세를 도입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국무회의에서 이게 성공도 못하고 위헌 소지도 있어서 하지 말자고 했는데 당시 추진하던 사람이 하도 막강해서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이 됐다가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해서 없어져버렸습니다.

세금을 올리면 그 만큼 가격은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세금의 전가 매카니즘을 모르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충격파로 잠시 멈칫하지만 그것에 적응하는 기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지금 이미 세금을 가지고서는 가격 안정이 안 된다는 것이 입증이 되지 않았습니까?

땅을 대량으로 사는 데를 잡아야지 아줌마들이 100평 200평 사는 것 잡아야 소용이 없다는 게 평소 제 생각인데, 하다가 안 되니까 나한테 경제 수석을 하라고 합디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들어가서 2주 만에 재벌 부동산 매각을 하게 한 거예요. 땅을 제일 많이 사는 사람들이 땅을 내 놔야지 가격이 안 올라가지요.

그래서 30대 재벌의 4천8백만 평을 팔았는데 이 사람들 생각에 결국 살 사람들이 자기들 아니면 누가 있겠느냐고 생각하고 한번 해봐라 그런 거예요. 그래서 나라가 땅을 다 팔아먹어서 땅도 없는데 국가가 공시 가격으로 사 들일 것이고, 현금은 없으니 채권주고 산다, 그렇게 해서 부동산 가격을 잡은 겁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가다가 2001년 9.11사태가 나지 않았습니까. IMF 사태 이후에 구조 조정 정책한다고 하다가 약삭빠른 당시 부총리가 경제 정책의 방향을 바꿔서 세계 경제가 당장 무너질 것처럼 허풍을 떨어서 결국은 경기 부양으로 가고 제일 쉬운 방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거예요. 그래서 성장률은 좀 올라갔죠.

9.11사태 틈타 부동산투기 조장
그것을 노무현 정부가 이어받은 겁니다. 그럼 초기에 이 문제를 해결을 했으면 되는데 부총리라는 사람이 그 전 부총리 밑에서 차관하던 사람인데 자기가 한 일을 어떻게 해결 합니까.

그래서 어물어물 끌고 가다가 2003년 10월 29일에 부동산 대책이라고 전매 금지 등등 하다가 2004년에 가서 봄에 경기가 나빠지니까 이헌재 부총리가 8월에 다시 풀었단 말이지요. 그랬더니 다시 올라간 겁니다. 그래서 2005년 8월 31일에 또 조치를 취하고, 그래도 계속해서 올라가니까 2006년에 3월 30일에 재건축 아파트 조치 취하고, 그때만 잠깐 주춤했다가 최근에 또 오르고, 오르고. 이제는 더 이상 취할 방법도 없어요.

Q : 자유칼럼그룹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정확히 예측했다고 소문이 나 있던데요?

A : 김종인 박사
   
   
그건 사실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은 우리나라 정치의 전반적인 흐름, 권력자의 생리를 봤을 때 당연한 일이었어요.

나는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이 3당 합당으로 김영삼 씨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다고 했을 때 반대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과 소위 저항세력은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노 대통령에게 퇴임하면서 당신과 갈등관계에 있는 사람은 모두 함께 물러나게 해야 나라가 순조롭게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또 김영삼 씨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다음에는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될 것이고, 김영삼 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정권의 승계가 아니라 정권의 교체일 뿐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노대통령은 내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후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9마리 용’이 나왔는데 전직 총리들이 있었어요. 이때 이회창씨가 총리를 지내면서 김영삼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것으로 되어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자 1996년 총선을 위해 영입하여 당 대표로 만들고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그러자 97년 봄에 정치학 하는 친구가 찾아와서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끌어가야 될지 묻더군요. 그때 나는 이회창씨가 아니라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삼 씨의 정치적인 감각이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되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같은 곳에서 태어난 사람은 전임자를 물리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나는 후보가 된 다음 이회창씨가 말하는 투를 보고 김영삼 씨의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47~48% 지지도를 만들었을 때였어요. 나는 7월에 다시 확실하게 말했었습니다.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러자 다들 나보고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이인제 씨가 출마를 선언했어요. 김대중 씨의 당선은 더욱 확실해 보였어요. 나는 김영삼 씨가 김대중 씨라면 비록 과거에 갈등관계에 있었지만 서로가 너무 잘 아는데다, 적한테는 용서를 받을 수 있지만 뿌리가 같은 사람에게는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97년 선거 날 아침 월스트리트저널 동경지국장과 함께 아침을 먹는데 그 사람이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고 묻기에 당연히 김대중 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가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되면 큰일 나는 것 아니냐, 김대중 씨 주변에는 경제 전문가가 없는 것 같은데 그럼 IMF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한국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오늘 밤 12시에 김대중 씨가 당선된다는 결과가 나오자마자 한국 경제 전문가 200명은 가서 줄을 설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당선자 자신이 경제를 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지요.

노무현씨 되면 새로워질 것이라 생각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는,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 출마를 하겠다고 해서 그럼 내일 당장 장관직을 사퇴하라고 했더니 계획했던 것이 있어 몇 달은 더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장관은 자기가 계획한 대로 자리에 있을 수가 없고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둬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지요. 결국 두 달 후 장관직을 그만두기 직전에 나에게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나는 노무현씨를 보고 특이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당시에 대부분 사람들이 이인제 씨가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학벌도 별로 없는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나온다고 해서 내 나름대로 체크를 해 봤는데 독학으로 사시를 합격하고 판사 잠깐 하고 변호사 초기에는 민주화와 별로 관련 없는 일을 하다 80년대 중반 무렵 ‘부림 사건’인가를 다루다가 자기가 변호를 했던 사람의 영향을 받았더라고요.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새로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회창씨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소리만 하고 있었습니다. 보궐선거에서 자꾸 이기니까 거기에 도취된 것이죠. 저는 당시 대통령 후보가 야당인지 여당인지 구분을 못하게 야당의 역할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흐름과 후보 보면 당선예측 가능
대체로 나라의 흐름과 정치적 발전의 흐름. 그리고 사람 자체를 보면 누가 될 것인가가 보입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가지고 말들이 많은데, 내가 85년부터 87년까지 여론조사를 했었어요. 당시 노태우 씨가 후보로 나왔을 때 6월 항쟁이 시작되자 급하니까 매주 여론조사를 했는데 정당으로서 존립도 불가능해 보였고 정부도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때 집권 여당이었던 민정당의 여론조사 수치가 지금의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수치와 같습니다.

결국 그것을 극복한 것이 6.29선언이었습니다. 그 후 다시 여론조사를 통해 나는 노태우 씨가 대통령이 될 것을 알았어요. 3김 후보와 함께 조사를 해도 노태우 씨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37%가 넘질 않더군요. 그래서 나는 노태우 씨에게 대통령이 되더라도 37%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결국 그는 36.7%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는 70년대 선거했던 사람들은 이미 나이가 많이 들었고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87년 대선 때부터 투표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노태우 씨 같은 군인도 뽑아봤고 대한민국의 민주투사 두 사람도 뽑아봤고 새로운 세대인 노무현 씨도 뽑아봤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는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또 한 번 잘못 뽑으면 자신들의 생활 자체가 잘못될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이지요.

경제 이슈화, 현 선거운동 패턴 안 먹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 문제가 이슈가 된 것이 지금까지 두 번째입니다. 처음은 1956년도 신익희 씨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 라는 경제 구호를 내세울 때였습니다.

시대가 변하긴 했지만 지금은 나라가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갈라져 있습니다. 다음 대선 후보들에게는 이 둘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후보들과 얘기를 해보면 여전히 과거와 같은 패턴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어요. 아마도 그런 방식으로는 3월 이후에는 성공하기 어려울 겁니다.

Q : 자유칼럼그룹
그렇다면 차기 대통령이 가져야 할 리더십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 김종인 박사
차기 대통령은 최소한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인 동북아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를 어떻게 정립하고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비전을 가지고 준비가 되어있고 경제 정책에 대해서 투명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대책은 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고요.

인간승리 타입 지도자 곤란
그런데 지금 보면 대통령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떠들고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러기 보다는 집에 앉아서 냉정하게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 이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는 인간승리한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나 인간승리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은 대통령으로서 맞지 않아요. 이런 사람들은 아집이 너무 강합니다. 자신이 하는 방식이 무조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지도자로서는 곤란합니다.

Q : 자유칼럼그룹
지금 거명되는 사람 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 김종인 박사
지금 거명되고 있는 사람들은 본질을 파고들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옛날 대통령 후보들이 쓰던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대통령 후보 자체가 없으니 차치하고라도, 한나라당이 앞으로 또 실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 나름대로 그동안의 행태를 봤을 때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구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Q : 자유칼럼그룹
노동운동이 사철운동이 될 지경입니다. 우리의 노사관계, 어떻게 정립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A : 김종인 박사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노사관계 때문이라고 하는데 노사관계는 다시 한 번 정리해 줄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사실 노사문제도 경제 정책 속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입니다. 노사문제도 분배에 대한 투쟁이기 때문에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경제적 사안이지요.

노사문제, 올바른 지도자의 단호한 조치 필요
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비교적 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과격한 사람들이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행동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일반적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조직을 놓고 봤을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문제는 올바른 지도자가 나와 여론을 바탕으로 단호한 조치를 취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 자유칼럼그룹
재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김종인 박사
우리가 IMF사태를 겪고 시장이 글로벌화 되고 자본 시장이 완전 개방되어 외국 자본이 왔다 갔다 함에 따라 재벌이 예전과 같은 형태로 이익을 취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양적 팽창으로 내실이 없는 경영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거죠. 또한 글로벌 체제가 되어 완전 경쟁 상태로 돌입했기 때문에 내버려두어도 다른 짓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나 문제는 몇몇 특정 재벌들이 표면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면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언론에는 광고로 영향을 미치는 등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이 룰을 철저히 지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재벌 총수들은 헛소리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농담 비슷하게 하는 말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현재 상황을 구출해 내야 할 사람은 이건희 회장인지도 모릅니다. 이회장은 집권 초기에 21세기 대한민국의 희망이요 비전은 오직 노무현이라고 그랬다고요. 그러니 그 사람이 잘못되면 희망과 비전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이제 재벌들이 그런 건방진 소리를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Q : 자유칼럼그룹
우리가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다고 하는데, 그것을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A : 김종인 박사
성장 동력이 뭡니까? 기본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얘기하는 건데, 잠재 성장률이 늘어나지는 않고 자꾸 내려가고 있어요. 왜냐하면 노령화 사회로 가고 출산율이 저하되고 신기술이 빨리 빨리 개발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신기술, 신상품이 나와야 성장 동력이 생기는 것인데 교육이 제대로 안되니까 신기술이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기업의 책임도 있어요. 기업들이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그게 우리나라 재벌의 병폐기도 합니다. 손쉽게 외국에서 나오는 부품을 사다가 맞춰서 팔아버리니까 그렇게 되는 거죠.

그런데 요즘에는 수직적 결합이라는 것, 예전에 계열사를 먹여 살리는 방식도 힘들어 지기 시작했어요. 중국에서 부품이 워낙 싸게 나오니까 자기 계열사 부품을 비싸게 사다 쓰면 국제 시장에서 경쟁을 할 수가 없어요. 이제는 세상이 변했습니다. 바뀐 세상을 보고 일을 해야 되니까 과거의 방식으로는 할 수가 없는 거지요.
Q : 자유칼럼그룹
10만원권 발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김종인 박사
나는 반대합니다. 미국의 제일 큰돈이 100달러인데 우리는 돈 10,000원 짜리가 10달러 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도 10,000원이 100달러라고 생각하고 만든 것이었어요. 그런데 환율이 자꾸 나빠져서 1/10로 줄어버린 거지요.

그런데 지금 수표 10만원권을 만들면 1년에 경비가 4천억 정도 든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이 반으로 쪼개졌어요. 그런데 거기에다 10만원권 화폐가 나오면 소득이 많은 사람들끼리 편하게 이용하라고 하는 것이지 일반인들에게는 큰 관련이 없어요. 10만원짜리로 택시 요금 낼 수 있겠어요?

정치인들이 국민의 정서를 너무 몰라요. 그리고 새해가 대통령 선거인데 정서를 몰라서 한나라당과 일부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동조를 해서 결의안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대한민국의 사회 현실을 인식 못하는 정치를 하니까 잘 될 수 있겠어요?

서민에게 10만원권 필요한가요
내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이유는 대한민국에는 없는 사람의 표가 있는 사람보다 더 많아요. 그런데 당시 이회창씨는 계속 있는 사람 편만 드니까 중간 소득 이하의 사람들은 노무현의 자라 온 과정이나 여러 가지를 봤을 때 우리 편을 들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노무현 씨가 당선된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불행하게도 자기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계층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하질 않았어요. 그래서 그 계층마저도 다 떨어져 나가버린 겁니다.

이제는 선거가 예전처럼 구호만으로는 되지 못해요. 실질적으로 내 몸에 와서 닿는 것이 무엇이냐는 이런 상품을 내 놓아야 되는 거예요. 이제 그런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내가 사실 국회에서 입법도 해보고 다 해봤어요. 내가 민정당의 비례대표로 들어갔었는데 그때 부가가치세 때문에 정치를 하게 된 사람입니다.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려고 할 때 내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반대를 했어요. 부가가치세를 도입해가지고 박정희 대통령이 죽은 것 아닙니까. 그래서 국보위 사람들이 부가가치세를 없애려고 나를 찾아와서 도와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부가가치세를 도입한지 4년이 됐는데 이번에 다시 뒤엎으면 또 혼란이 일 것 같아서 이번에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일을 막고 민정당 창당하는 과정에서 전국구까지 들어가게 됐어요.

내가 그때 재무 위원을 했어요. 그런데 초기서부터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까 관료들이 공명심에 사로 잡혀서 세제를 이상하게 바꾸려고 하는 겁니다. 게다가 실명제 한다고 난리치고. 그래서 내가 하나도 못하게 했어요. 그러면서 전두환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면서 다투기도 했는데, 그 시절에는 전두환 대통령한테 잘 못 보이면 죽을 수도 있던 시대였어요.

그래도 나는 당신들이 나를 전문가라고 데려왔는데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 이렇게 하면 당신은 정치적으로 반드시 손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관철을 했어요. 전두환 대통령의 한 가지 장점은 자기가 설득을 당하면 수용을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세제를 안정 시켜놨는데, 지금 국회의원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여당 의원이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다들 관료와 비슷해져서 지시하는 것만 따르고 있고. 그러니까 일반 국민에게 정당이 외면을 당하는 거지요.

우리나라에는 소신 있는 지식인이 필요한데, 그런 지식인이 없어요. 다들 적당히 생존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 같아요.

Q : 자유칼럼그룹
386의원들은 그런 역할을 못하나요?

A : 김종인 박사
소신은 고사하고 떼를 지어서 전경련을 찾아가서 ‘저희들은 좌파가 아닙니다’ 이런 소리만 하고 다녀요.

2000년 총선 전에 386세대들이 ‘제3의 힘’이라는 것을 만들었죠? 내가 초기에 그 사람들에게 자문도 좀 해주면서 ‘당신네들이 확고한 신념이 있어서 이런 것을 만든 거라면 차라리 정당을 만들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들이 각 당에 나눠서 들어갔어요. 나중에 다시 모이면 된다고.

그런데 거기에 들어가서 다들 적응해서 더 보수가 된 경우도 있고, 아직 정신 못 차린 경우도 있고 그렇게 유야무야되어 버렸어요.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2008년 총선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그것만 걱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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