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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서 실행으로
홍승철 2023년 10월 27일 (금) 04:19:06

에드가 알란 포우의 단편소설은 학생 시절에 유달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풍뎅이’(‘황금충’이란 번역도 있었다고 기억함)에서는 암호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이야기는 통계 지식을 바탕에 둔 것입니다.

‘모르그 가의 살인’에서는 살인 사건의 신문 기사를 탐독하던 두 친구가 길을 걷던 중 한 친구가 보여준 추리에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한참을 둘이서 말없이 걸어갔는데 한 친구는 다른 친구의 행동이나 몸짓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친구의 생각을 정확히 읽어낸 발언을 하여 상대방 친구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같이 걷던 친구의 생각을 알아낸 이야기가 내게 가끔 있는 생각 과정과 비슷하다고 여겼습니다. 같은 건 아니지만요. 때로 어떤 상황을 겪다가 ‘왜 이런 일까지 벌어졌지?’ 하는 작은 의문을 품곤 했습니다. 어떤 때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지?’라고 혼자 되묻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상황이나 생각의 원인을 하나씩 역으로 확인해 나가서 시작점을 찾아내면 무슨 답을 생각해 낸 듯이 좋아했습니다.

소설 속 이야기와 나의 생각이 같은 건 아니지만 그때는 작품 속의 통찰력 있는 인물과 같은 생각을 한다고 여기며 기뻐했습니다.

그렇지만 ‘검은 고양이’는 재미없었습니다. 우선 이야기 내용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해가 지난 뒤에 한 번 더 읽어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머릿속에 이야기 내용의 일부라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잃어버린 편지’는 재미있기만 한 게 아니라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남에게 비밀로 간직할 편지를 비밀스런 장소에 두지 않고 누구에게나 쉽게 눈에 띄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곳에 둡니다. 누군가 집을 뒤지지만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이지요. 허허실실(虛虛實實)이라고 할까요. 친근하게 여긴 이유는 나 자신이 그런 방식을 가끔 이용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나와 통하는 데가 있다고 느낄 때 흥미와 더불어 기쁨이 컸습니다. 요즘 들어 소설이 아닌 책을 흥미롭게 읽은 것 중 실생활에서 실행한 것이 있는가 하는 자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읽은 글을 반드시 실행해야 하지는 않지만 창의성에 관한 내용은 좀 다르지 않은가 여깁니다. 2000년대에 창의성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 창의성을 다룬 글은 재미있었습니다. 때로는 작가들의 생각에 탄복해 가면서, 또는 ‘그렇지’ 하면서 읽었습니다.

요즘 생각은 창의성에 관한 책은 재미로만 끝낼 게 아니라 생활에서 일부라도 실행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입니다. 재미나 흥미 있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작은 일이라도 배운 창의를 발휘하는 일을 하자고 마음을 굳혀 오게 되었습니다. 

행동에 옮기기 전에 정말로 ‘아무 아이디어도 실행에 옮긴 것이 없는가?’ 하고 되짚어 보았습니다. 한 가지 비슷한 일은 찾아내었습니다. 이곳에 글을 올려오는 중 두세 번은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항들에서 한 주제로 꿰어지는 발견(?)을 하여 쓴 것이 있습니다. 그런 일도 창의성 응용의 예라고 여길 만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크게 위안이 되고 힘도 됩니다. 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위안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앤드루 하거돈은 그의 책에서 혁신을 이루는 데는 한 집단에 속한 사람, 사물, 아이디어 들이 외부의 그것과 접촉하여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서로 관계없는 사항들을 엮어 한 가지 주제의 글을 쓴 일은 하거돈의 말을 응용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한 가지 더 생각했습니다. 내게 전혀 창의성의 ‘소질’이 없는가 질문을 해 보게 됩니다.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이벤트가 있을 때 남들과는 다르게, 때로는 통과 의례가 아니라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려고 애써 왔고 실현해냈습니다. 여기에는 미미하더라도 창의가 반영되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런 생각은 창의를 실행하자는 뜻에 얼마간의 용기를 더해 주는 일입니다.

실행하려는 안은 이렇습니다. 이때까지 읽은 여러 창의성 발휘의 아이디어 중 한 가지라도 실행해내자. 그러기 위해 읽었던 내용을 대략 정리하자. 그중 실행할 것을 정하자. 창의적 아이디어만으로는 실행하기 막연할 테니까 실천 대상도 찾아보자. 그래서 여섯 달 이내에 작은 성취를 이뤄내자. 혹시 일 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리더라도 실망하지는 말자. 오래 걸리면 반년 후에 중간성과 지표라도 나올 테니까.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에 시작하여 지속하고 있는 고등학교 동기생들과의 한 모임에서 6개월 후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엉뚱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생각이 성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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