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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문제, 대응이 가볍다
고영회 2023년 10월 20일 (금) 00:01:01

보건복지부(보복부)가 느닷없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흘렸고, 발표를 앞두고 의사단체와 날카롭게 부딪혔습니다. 의사가 모자라 국민의 목숨이 위협을 받을 형편이라면 당연히 늘려야 합니다. 당연한 일에 왜 서로 대립하는 걸까요?

<의사가 실제 모자라는가?>

“응급환자를 받을 곳이 없어 병원을 찾아 돌다가 끝내 숨졌다. 심장혈관흉부, 뇌혈관,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찾기 어렵다.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와서 줄 서 기다린다.” 이런 현상은 의사 수가 모자라서 생긴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분야에 가길 꺼려 생긴 문제가 아닙니까? 의사 수가 아니라 의사 배치의 균형 문제일 겁니다. 필수의료분야 기피는 의료수가가 적절하지 않아 생겼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의사가 모자란다는 보복부 주장은 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가 근거인 듯합니다. 통계는 기준과 환경이 엇비슷할 때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통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의료만족도를 기준으로 삼는 게 합리적이겠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질이 이렇게 낮아 국민이 불안하게 산다.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어느 수준에 가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시작해야 정상입니다. 보복부는 이런 목표에서 출발했겠지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질 수준은 어떻습니까?

<의대 증원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나?>

어느 언론사가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관련 여론’을 온라인으로 조사했더니 71.1%가 증원해야 한다고 하면서 국민적 지지라고 할 수준으로 나타나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보복부도 여론조사 결과로 증원을 밀어붙이나 봅니다.
일반인을 상대로 '의대 증원'을 조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일반인을 상대로 한다면 '의료서비스 질이 어떤지'를 묻는 것이 정상일 텐데, 일반인에게 의대 증원을 묻는다? 의료라는 전문 분야의 알기 어려운 일반인에게 묻는 것이 이상합니다. 의사가 모자랄지의 여론을 조사한다면 의료서비스 경험자 또는 현재 의료소비자인 사람에게 물어야 하겠지요. 그렇게 조사한 것도 증원을 검토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해야 맞겠고요. 설마 저런 조사 결과를 증원을 밀어붙일 근거로 삼는 것은 아니겠지요?

<지금 증원하면 10년 ~ 15년 뒤에 효과가 나오는데>

2025년부터 학생 수를 늘리더라도 예과, 본과, 수련 과정을 거쳐 10년 이상 지난 뒤에 현업에 들어갑니다. 10년 이후 우리 의료계에 예상되는 상황을 두고 현재 판을 짜야 합니다. 소아청소년과 찾기 어렵고,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현재 상황이 증원해야 할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현재 닥쳐있는 필수의료분야 의사가 모자라 희생되는 사람을 줄이려면 보복부는, 의료계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지요. 지금 목이 타는 것을 젖혀두고, 지금 목이 타니 우물을 몇 개 팔까로 정신을 쏟는 격입니다. 10년 뒤에 인구(신생아와 노년층) 추계, 의료수요량 등 제반 요소를 평가할 때 지금 몇 명 늘려야겠다는 답을 내야지요. 보복부가 맡은 일을 볼 때 이 정도는 검토했겠지요?

<보복부는 보건의료기본법을 지키고 있나?>

의료보건법 15, 16조에 ’보복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의료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추진 방향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 계획에는 ‘1. 보건의료 발전의 기본 목표 및 그 추진 방향 2. 주요 보건의료사업계획 및 그 추진 방법 3. 보건의료자원의 조달 및 관리 방안 4. 지역별 병상 총량의 관리에 관한 시책...’을 포함한다고 규정합니다. 위 보건의료자원의 조달과 관리방안에는 의대 정원 적절한지 문제도 포함되겠지요? 위 법대로 한다면 보복부는 발전계획에 의대 증원안을 다루고 있었어야 합니다. 갑자기 지금 증원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보복부는 법에 따라 제대로 일한 것입니까?

행정학책을 보니, 국가 정책은 ①정책의제 설정(사회에서 등장하는 많은 문제 가운데 공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정부에서 해결하기로 공식적으로 채택되는 과정), ②정책의 결정(정부 기관이 장래의 활동 지침을 결정하는 것. 활동 지침은 공익을 추구하는데 그 목표를 두어야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은 문제의 파악, 정책목표의 설정, 정책대안의 개발과 결과 예측, 정책대안의 비교평가와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③정책의 집행(정책의 내용을 실현하는 과정), ④정책의 평가, ⑤정책의 종결(역효과가 나거나 중복되고 잘못 만들어진 불필요한 정책을 의도적으로 중지하는 것. 정책은 정당성의 상실, 환경엔트로피 저하, 조직의 위축 등의 원인으로 종결된다)이란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의료정책도 위 원리를 따르겠지요?

예전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삼성병원을 자기가 세워놓고, 정작 스스로는 미국 병원으로 치료하러 갔습니다. 의아했습니다. 자기가 세운 병원에, 아니 우리나라 병원에 이건희 회장을 치료할 의사가 없었다는 뜻입니까? 우리나라 의료체계나 제도는 세계적인 명의를 길러낼 생태계가 아니었습니까? 지금은 어려운 병을 치료할 의사를 길러낼 환경, 어려운 길을 가려고 나설 학생이 생길 환경입니까?

의사가 모자라면 더 양성해야 합니다. 모자란 정도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논의하고 방향을 정하십시오. 의사 늘리는 문제를 설마 일반인 여론조사나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판단기준으로 삼진 않겠지요?

어제 대통령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조건'이라고 말함으로써 방향을 정해 버린 모양새입니다. 짚고 고민하고 논의하여 정할 것이 무척 많을 텐데 논의할 한계를 그어버린 듯해서 걱정입니다.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의료복지, 국익을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 해결하길 기대합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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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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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218.XXX.XXX.10)
고회장님
다른 측면에서 문제 제기 식견 대단하십니다.
좋은글 퍼감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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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0 16: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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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4.XXX.XXX.154)
세상에... 이 글도 보셨군요.
제가 의료 분야를 깊이 알 수 없죠.전문 분야로서 의료 문제를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관심으로 읽어주시고,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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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0 22: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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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220.XXX.XXX.179)
의사도 아니신데 이처럼 전문적인 분야에서 보통 의사들보다 더 상황을 정확히 알고 계신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의사 증원을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한다는 것은 넌센스입니다.현재 우리나라 의료문제의 본질은 국민과 의료인 사이에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국민들은 의사를 믿지 못해 의료쇼핑을 하고 서울로 서울로 가고, 의사들은 국민을 믿지 못하니 분쟁이 생길 소지가 많은 과나 힘든 과는 기피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요와 공급은 대부분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정부의 주도로(물론 형식은 소요자와 공급자의 협상에 의해 이뤄지는 형태이지만 공급자인 의사는 치과와 한의사를 포함해도 30% 미만이고 정부 측이 1/3 그리고 시민단체를 포함한 공익단체가 1/3이어서 수가를 논의하면 일방적으로 정부안대로 가결이 되는 모양세입니다. 그러니 의료현장을 모르는 관료들에 의해 수가가 결정되어 위험부담이나 노력에 대한 개념이 포함되지 않아 소위 기피과들이 생기며, 요즘 교육의 문제가 학부형들의 과잉행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측의 과잉 요구와 기대로 분쟁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의료의 현실을 모르는 법관들에 의해 어처구니없는 판결들이 많이 내려지다보니 요즘의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것입니다. 소아과 지원기피 문제가 이대목동병원의 소아 사망사고에 대한 지방법원의 유죄판결과 법정구속이 소아과 기피사태를 유발하였으며(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났지만 그동안 담당교수의 정신적, 경제적 손실이 너무나 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분만 중 양수흡입으로 인한 정신지체장애의 발생에 12억 원을 보상하라는 판결에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기피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입니다.응급실에서는 언제라도 예기치 않은 사고가 생길 수 있는데 그걸 의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상황에서 누가 응급실 근무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우리나라보다 의료에서 뒤쳐진 영국에서 6명의 의사가 형사처벌 받는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는 600명이 넘는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에서 위험한 환자를 보았을 때 몸사리는 의사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을 많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의사들이 이런 상황을 얘기해도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ㄱ선생님과 같은 비의료인들께서 나서주셔야 국민들께서 이해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의사가 배로 불어나면 국민 의료비는 4배가 된다는 사실과, 의대정원이 늘어났은 경우 정작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초과학이나 자연과학, 공학으로 진출하는 우수한 인재들의 의대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국가적인 문제라는 것을 국민들께서 아신 다음에 의대정원을 논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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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0 11:57:58
0 0
고영회 (14.XXX.XXX.154)
의료수가 문제가 왜 고쳐지지 않나 했더니, 결정구조에 저런 사정이 있었군요. 건설공사에서도 품셈과 현실 투입비가 크게 차이나는 것은 꾸준히 바로잡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의사들이 더 적극 나서야겠습니다.

이공계 인력 문제는, 이공계 처우와 사회 위상을 올려야 해결될 텐데,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이런 판에 연구개발 예산을 마구 잘라 어이없어 합니다.

원칙과 본질에 맞게 잘 풀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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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0 15:18:47
0 0
장영채 (175.XXX.XXX.140)
너무나 지당합니다. 당국은 현황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답변달기
2023-10-20 07:49:19
0 0
고영회 (14.XXX.XXX.154)
원인은 저건데, 엉뚱하게 이거라고 우기는 당국.
맞습니다.본질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공감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23-10-20 11:08:27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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