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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이불산 樂而不産
정숭호 2023년 10월 12일 (목) 00:00:14

걱정거리 중에 ‘인구절벽’ 혹은 ‘대한민국 소멸’이 있나요? 젊은이들이 아이를 안 낳아 한국의 인구가 미구에 완전 소멸한다는 경고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서서히 위축되다가 마지막에는 완전히 가라앉고, 나라 온 구석은 노인들로 가득해 활력은 찾아볼 수 없는 우중충한 풍경을 이룰 거라는 종말론 비슷한 이야기도 나돈 지 오래됐지요. 나는 며칠 전 막 내린 아시안 게임을 보다가 ‘이제 곧 대한민국은 이런 국제행사에서도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둘 뿐 국력을 뽐내기는 갈수록 힘들겠다’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올 5월 서울에서 열린 인구 관련 심포지엄에 참석한 데이비드 콜먼이라는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에 소멸할 위험이 있다”고 대한민국이 사라질 연도까지 꼭 집어 말해 이런 우울한 전망을 뒷받침했습니다. 

2006년 유엔 인구 포럼에서는 “한국이 1호 인구소멸 국가가 될 거”라며 우리를 겁줬던 인구학 전문가인 이 양반이 이번에는 눈에 훤히 보인다는 듯이 소멸 연도까지 예측한 것은 그때만 해도 1.13명이었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숫자)이 작년에는 0.78명으로, 깎인 절벽 내려앉듯 푹 떨어진 데서 자신을 얻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인구소멸이 아니라 인구과잉이라고 정반대로 생각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아직 그다지 저명하지는 않은 이분 생각을 옮기기 전에 비슷한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세계적 석학 한 분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은 인구가 주는 것을 기뻐해야 한다는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EBS캡처
 

1976년에 태어난 유발 하라리가 학생일 때 이 사람에게서 영감을 받아 ‘호모 사피엔스’를 쓰게 됐다고 밝힌 미국 UCLA 교수 재러드 다이아몬드(1937~ )입니다. 1997년에 낸 ‘총, 균, 쇠’로 하라리를 포함, 세계의 독자들을 사로잡더니 이후에도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된 그는 대표적 인구소멸 국가인 한국과 일본은 인구가 줄어드는 걸 축복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걱정하고 있더군요.

한국에 대해서는 2021년 EBS와의 대담에서, 일본에 대해서는 2018년 오노 가즈모토라는 저널리스트와의 대담에서 다이아몬드가 한 말을 정리하면 “자원도 없는 한국과 일본이 왜 인구 줄어드는 걸 걱정하나. 인구가 적으면 없는 자원을 해외에서 사들여 올 필요가 없게 되는데 기뻐해야 할 일 아니냐. 자원 들여오려고 여태까지 해 온 죽기 살기, 아등바등을 더 하고 싶냐?”라는 겁니다. 

이 글 제목 ‘낙이불산(樂而不産)’은 “즐기되 낳지는 말라”라는 뜻입니다. 섹스는 하되 출산은 줄이라는 거지요. 인구소멸 걱정할 것 없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이 말을 만든 이는 '유미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송만호 씨입니다. 그의 남다른 이력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아당길 만합니다. 올해 75세인 그는 철학이 학문의 왕이라는 말에 솔깃, 철학자가 되기 위해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으나 일찌감치 그 꿈을 접고는 졸업 후 항공회사와 건설회사 등등에서 일하다가 돈 있는 사람들의 교만하고 우스운 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사표를 내던집니다. 그리고는 늦은 나이에 그 어렵다는 변리사 시험에 통과, 특허사무실을 내고는 제법 큰 돈을 벌더니 한 번 더 변신합니다. 

생업에서 손을 떼고 ‘유미과학문화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사재를 턴 거지요. ‘유미’-너와 나-라는 이름은 특허법인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재단의 목적은 한국인을 ‘과학 아는 국민’으로 이끄는 겁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성주 사드 괴담,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보듯 과학에 무지하고, 과학적인 사고에 눈을 감은 듯할 때가 대부분인 한국인들을 과학적 사고의 흐름에서 더는 처지지 않도록 도움 되려고 재단을 세웠습니다. 올해 9년째인 이 재단에서는 매년 1억 원을 들여 우수한 과학 도서를 출판한 저자와 출판사 및 과학 교육에 헌신한 교사를 격려,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귀포 한 호텔 커피숍에서 낙이불산을 나에게 알려준 송만호 이사장은 일본의 한 대학 도서관 기념품 가게에서 누가 사서 보낸 이 티셔츠를 애착한다. 그는 셔츠에 인쇄된 위대한 과학자 여섯 명 이름 중 맨 위의 히파르코스와 맨 아래 허셀은 그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돈 있고 뜻있는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변신입니다. 하지만 그는 한 번 더 변신합니다. 과학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본인 스스로 과학 공부에 뛰어들어 ‘사피엔스의 깊은 역사’라는 과학책을 진짜 과학자 한 분과 저술했습니다. 지난해 출간된 이 책은 “사람들이 세상 현상의 근본 이치를 알게 해줌으로써 윤리적 딜레마나 가치관의 혼돈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이 되기 위해” 쓴 것인데, 서울시교육위원회가 고교 교과서로 채택하고 몇 대학에서도 교양도서로 지정해 그에게 강연도 맡기려 한다니 흔해빠진 호사가나 아마추어 연구자가 자기 안목에 스스로 도취해 일필휘지, 일사천리로 써낸 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봐야 할 겁니다.

이제 그가 ‘낙이불산’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그에게서 들은 대로 전하겠습니다. 그도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처럼 우리나라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영원히 떨어질 거로 보면 바보라고까지 말합니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취업난, 주택난, ‘워라벨’에 대한 불만 같은 문제가 영원히 계속된다고 보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그는 옥스퍼드 명예교수 콜먼도 한국은 2750년에 인구가 소멸한다면서 “이대로 간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절대 이대로 가지는 않는다는 거지요. 줄어드는 노동력은 AI가 해결할 것이니 생산성은 지금보다 높아지고, 인간의 일은 지금보다 줄어들어 일이 많아죽겠다는 의미에서의 ‘헬 조선’은 사라지고 오히려 남는 시간을 '인간답게' 쓸 수 없어, 심심해서 미쳐 버리는 ‘헬 조선’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이 새로운 헬 조선에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진짜 걱정거리가 된다는 겁니다. 퇴직 후 받을 연금은 AI, 로봇의 도움으로 인건비를 줄인 덕에 이익이 늘어난 기업이 부담하게 될 것이므로 지금 젊은이들이 늙어서 연금 못 받을까 봐 지레 걱정할 것 없다고 못을 박습니다. 

인구 감소로 수요가 줄어듦으로 경제가 위축된다는 예측은 덜 생산하면 자원이 덜 필요하다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분석 앞에서 이미 힘을 잃었습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가 수요가 줄면 소위 선진국-우리나라를 포함-도처에서 목도되는 과잉생산도 줄어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봅니다. 옷이며 식품이며 팔리지 않아 공장에서, 마트에서 곧바로 쓰레기 매립장으로, 소각장으로 직행하는 물량을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그는 자기 주장의 논거를 이밖에도 많이 제시했지만 다 쓰면 이 글이 한없이 길어질 것이기에 더 옮기지 않겠습니다. 다만 인구소멸에 대한 걱정은 탐욕을 감추지 않는 기업인들과 기득권을 절대 내놓지 않으려는 정치인들 탓이라는 지적은 전해야겠습니다. 

기업가는 이윤만 보고 달리므로 과잉인 걸 알면서도 생산을 계속하고, 정치인들은 인구가 줄면 자신의 지역구, 자신의 지자체가 사라지므로 인구소멸을 눈앞에 닥친 위기로 포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거기다가 그들과 이익을 같이하는 언론은 앞장설 때는 나팔을 불고 뒤따라갈 때는 북을 친다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인류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지구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직도 아프리카와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는 인구가 엄청 늘고 있는데, 이 추세가 계속되면 자원은 여전히 많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도 더 오래 지속돼 이런 것들을 막으려는 선진국들의 뒤늦은 각성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태 다양성 붕괴 속도는 빨라지고 결국 인류 문명의 붕괴로 귀결된다는 겁니다. 

그는 이 비극을 막으려면 이들 지역에 ‘낙이불산’의 사조가 뿌리내려야 하고, 이들의 희생으로 잘살게 된 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도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피임기구를 무상으로 원조하고, 아이는 제 먹을 것을 하늘에서 가지고 태어났다는 종교적 믿음을 계몽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들 나라 사람들도 편하고 쾌적하고 풍요로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인구소멸 문제를 좀 생각하셨던 분들에게는 별로 새롭지 않은 이야기를 뒤늦게 알게 된 내가 한국인이 정말 알아야 할 새로운 지식이 막 쏟아진 양 호들갑을 떠는지는 모르겠으나 차제에 한 번 더 이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게 전혀 생산성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인구소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두 번째 책에 담으려 많은 자료를 준비했는데 갑자기 몸이 크게 불편해져 일단은 중단했습니다. 나왔으면 그 책 제목 영어 부제는 'Just Enjoy, but No Birth'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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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근 (220.XXX.XXX.179)
순혈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출생율 감소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미국의 인구증가가 미국인들의 촐산율 덕분만은 아니고 이민해 들어오는 인구가 많아서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한 노동력은 외국의 근로자들로 채우면 됩니다. 월남전쟁 당시 부족한 의사를 미국은 외국의 의사로 충당했으며, 그 때에 수많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미국을 향했고, 그들 대부분이 미국 시민이 되었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자기 자식들이 자기들보다 더 고생하리라 걱정하여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는 당시에 인기가 없던 방사선과(지금의 영상의학과)를 선택한 덕으로 지금까지 현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일거리는 남아도는데 인력이 모자라는 시대가 곧 온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다만 아이들을 키우는데 힘들어하는 것은 국가에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그러니 아이를 많이 낳도록 하는데에 돈을 쓸 것이 아니라 태어난 아이들을 쓸모있는 인간으로 키우는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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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10: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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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t (116.XXX.XXX.121)
나도 아직 10대가 안 된 외손녀 셋 중 외국계-아랍계 이슬람 포함-머스마를 자기 짝이라고 데려올 수도 있겠다고, 대비하고 있습니다.어떡하겠어요. 그러려니 해야지요. 긴 글 읽어주시고 귀한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우리 친구 사이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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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11:04:27
0 0
심의섭 (59.XXX.XXX.51)
정숭호 선생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혼자 읽이 아쉬워서 제 카페에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좋은글 많이 기대합니다

https://cafe.daum.net/dalstan/BgeO/27?q=%EC%9D%B8%EA%B5%AC%EC%A0%88%EB%B2%BD%2C%20%EA%B5%AD%EA%B0%80%EC%86%8C%EB%A9%B8%2C%20%EB%82%99%EC%9D%B4%EB%B6%88%EC%82%B0%28%E6%A8%82%E8%80%8C%E4%B8%8D%E7%94%A3%29&r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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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09:57:43
0 0
trout (116.XXX.XXX.121)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페 이름을 알려주시면 들어가볼 텐데 위의 정보로는 좀 어려울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23-10-12 11:06:17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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