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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서스트(Bathurst)에서 한국을 생각한다
오마리 2023년 10월 06일 (금) 00:02:33
 
  대서양 바다가 흘러드는
네피시기트 베이(Nepisiguit Bay)

뉴 브룬스윅(New BrunswicK)주 동남단 몽튼(Monton)에서 북쪽으로 3시간가량 달리면 아담한 시골동네가 나타납니다. 주의 북동부 대서양 연안, 네피시기트 베이(Nepisiguit Bay) 안쪽으로 살포시 자리잡은 인구 2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타운, 이름은 배서스트(Bathurst)입니다. 타운으로 불리게 된 시기는 1912년이며 시티로 명명된 것은 1966년이지만 초기 유럽인(프랑스인)들이 정착한 때는 1600년경으로 캐나다의 역사에서 의미가 큰 고장이지요.

2022년 캐나다 공영방송 CBC 정보에 의하면 이 타운은 캐나다에서 항상 가장 살기 좋은 곳 10위 안에 들며 인구대비 병원의 입원실과 진료가 캐나다 주요 병원 66곳 중 A+을 받은 곳이어서 항상 궁금했습니다. 특히 범죄율이 낮다는 내용은 호감을 불러일으켰지요. 그래서 드라이브와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 집을 나섰던 것입니다. 

 
베이(Bay) 옆 남북을 이어주는 다리 근처  

그 고장에 들어서면서부터 긍정적인 평을 듣고 있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비록 작은 올드타운은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타운을 감싸고 있는 네피시기트 베이(Nepisiguit Bay(Chaleur Bay 일부)와 남북 양안에 걸친 다리, 보드웍(Boardwalk)은 참 서민적이지만 낭만이 있었습니다. 내 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일 것처럼, 바다이면서도 바다 같지 않은 푸른색의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며 보드웍을 따라 걷거나 서늘한 바람이 부는 현대적인 팝(PUB) 패티오에서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비싸지도 않은 와인 한 잔의 행복은 유럽의 그 어느 강변이나 호숫가에서 즐기던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베이(Bay) 앞 보드웍 정면
팝(PUB)의 패티오

발이 시린 대서양의 수온이라고는 할 수 없는 따스한 영홀 비치에서 아이들을 동반한 많은 가족들의 평화도 부러웠지요. 떠나기 전날 석양 무렵 지인과 함께 수면이 잔잔한 베이 위의 다리를 산책하다보니 어린 소년 두 명이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도 낚시를 좋아하는지라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들의 낚시 광경을, 낚이는 씨배스(Sea Bass)를 보며 함께 환호를 하기도 했는데 난간에 몸을 기댄 아이들이 해거름까지 물고기를 잡던 풍경과 해맑은 그들의 모습은 한 장의 사진처럼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일그러진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는 이런 정서적인 마을은 물질적인 욕망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요.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들의 친절함이었고 작은 기차역(Via Rail Canada)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바 스코시아(Nova Scotia)주의 할리팩스(Halifax) 행 노선과 퀘벡(Quebec)주의 몬트리올(Montreal)을 거쳐 2,000km 거리인 토론토(Toronto)까지 갈 수 있다니 말입니다.     

 
배서스트(Bathurst) 기차 역 앞에서 필자  

그런데 나는 베이와 보드웍 앞의 패티오에 앉았을 때나 아이들의 낚시질을 바라보면서도 잠깐씩 상념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요. 어디를 돌아다니든 내가 서있는 그곳과 모국의 현실을 생각하고 비교하는 습관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니 마음이 무거워지고 말았지요.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교사들의 자살사건은 충격이었으니까요. 존경받고 감사함을 받아야 할 교사들이 삶을 포기한 이유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전부라면 북미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무서운 일입니다. 

우리가 출생 후 집을 떠나 처음 받는 사회적 소속감과 교육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지요. 세대 차이를 의식하지 못하는 무슨 헛소리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의 기억 속의 아름다운 추억은 거의 모두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까지입니다. 물론 그 시절 나도 학폭을 경험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각목 같은 큰 나뭇가지에 이마를 맞아 피를 줄줄 흘린 적이 있었으니까요. 가정이 어려웠던지 영양실조로 항상 얼굴이 누렇게 뜬 수재형 미소년인 동급 남학생으로 나와 전 학년 수석을 다투던 남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같은 반에서 공부한 적도 대화를 해본 적도 없었으나 우리는 물론 서로가 누군지는 알고 있었지요. 지금도 그때를 영화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하교길에 교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그 아이와 그를 따르는 조무래기 급우들이 우우 몰려들더니 그 아이가 갑자기 나뭇가지로 정면에서 내 이마를 친 것입니다. 폭행을 당한 후 친구들과 함께 피가 흐르는 이마를 손으로 감싼 채 울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놀라신 부모님이나 나는 학교와 담임 선생님에게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이마의 상처가 나을 때까지 결석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아이가 왜 나를 때렸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데, 등록금이 어려웠던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명문 '경기중고등학교'를 장학생으로 무사히 마치고 '서울대학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는 소식은 반가웠지요. 서로 대화 한 번 나누어 본 적도 없이 일방적으로 맞았지만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참 잘 되었구나, 하며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던 것도 생각납니다. 

수억의 사람들이 제각각이듯 교사들의 인격과 개성, 교육철학 또한 모두 다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교사가 학부모 자신들의 바람대로, 그것이 정상적이든 비정상적이든 어떤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교육적인 교사도 있고 학폭도 커다란 문제이지만,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폭력과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은 근본적인 것으로 심각한 사회적 병폐일 것입니다. 나는 교권보호 4법과 1호 법안(교원 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이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러나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보여줘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인성 교육이 아닌가 합니다. 가장 중요한 유아 시기와 초등학생 시절에 어쩌면 내 자식만이 소중하다는 집착으로 경쟁심과 무례함만을 가르치고 있는 학부모는 없는지요? 

혈연을 끔찍하게 여기는 유교문화의 영향과 잔재는 몇 세기를 흘러도 변함없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한국에서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건과 아이를 나무라기보다는 선생님을 자살로 몰아갈 정도로 괴롭히는 일부 학부모들의 행태는 이해가 어렵습니다. 또한 아무리 옳지 않은 행동을 한 학부모일지라도 네티즌들이 미디어 매체나 SNS에 퍼붓는 집단 언어폭력과 신상 털기 또한 큰일입니다.   

이런 세상 저런 세상을 구경하고 살다보면 더 많은 삶의 유형을 보고 느끼고 이해하게 됩니다. 무혈연 관계도 혈연처럼 살 수 있고 혈연보다 더한 관계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아시아인(특히 한국인 중국인 동남 아시아인)들이 혈연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덜어내야 할 시대가 아닌가 싶은데요.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것, 내 자식이 소중한 만큼 남의 자식도 소중하다는 걸 가르친다면 절로 급우에 대한 배려와 이웃에 대한 배려도 생기지 않을까요. 물론 자신을 교육하는 선생님께도 감사하게 되고 존경을 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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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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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156.XXX.XXX.20)
저도 항상 걱정인데
또 중동 전쟁이 얼마나 모든이들의 삶을 힘들게 할지 걱정이죠.
더욱이 한국은 분단이고 거짓이 일상인 북한과 정치인들의 행태도 문제죠.
힘이 없는 나라 거짓평화 선동은 중동처럼 일순 쌓아올린 한국의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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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18:39:26
1 0
오마리 (156.XXX.XXX.20)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우선 건강한자 궁금했는데 댓글 읽고 미소가 나옵니다.
세상이 어수선해서 어쩌나 합니다.
만사 기쁜일만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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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18:34:07
0 0
bioj56 (219.XXX.XXX.61)
오마리 선생님
지금 한국은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꽤 차거워 지는데
그곳 캐나다는 더 춥겠지요
요즘 K-팝 붐으로 한국이 살기 좋다고는 하지만
이번 하마스 사건을 볼 때 우리도 항상 경계해야 하고
휴전 중인 나라 라는 것을 생각해야겠더라고요
평온하고 안정적인 캐나다에서 삶을 지내시는 마리님
보기도 좋고 부럽기도해요
더욱 건강하시고 해피한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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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3 17:14:18
1 0
bioj 56 (219.XXX.XXX.61)
어릴적 정말 대단히 위험한 폭력을 당하셨네요
그럼에도 그 사건을 더 확대 시키지 않은 부모님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여겨 집니다 아마도 그 시대 부모님들은 담임 선생님을 존중하고 학교폭력으로 인해 여러가지로 사건이 커지는 것이 오히려 자녀 교육에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하셔서 그랬던 것 같으네요
요즘 시대의 젊은 엄마들은 이해 할수 없는 일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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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3 17:09:21
1 0
Helen (207.XXX.XXX.201)
선생님의 글은 항상 지적이고 미적이며 서정적인 느낌과 맛과 멋이 깃들어 있는 아주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이번 글도 아주 훌륭하고 아름다운, 아크릴처럼 강하지 않은 파스텔톤의 풍경화 한 점이 제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저도 사랑하는 조국의 저런 슬픈소식을 들을때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연장자에게 존댓말을 쓰며 공손하게 대접해드리는것이 우리나라의 미덕중의 하나였는데 어떻게 가장 중요한 교권이 무너졌는지 법을 개정해서라도 다시 올바르게 바로 잡아야 된다고 봅니다. 저도 엄마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자녀교육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되었습니다. 좋은 글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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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7 07:15:37
1 0
오마리 (156.XXX.XXX.20)
아름다운 댓글 힘이 됩니다 써야할 의욕도 생깁니다.
가을 단풍 행복한 계절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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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7 10:02:06
1 0
박경수 (125.XXX.XXX.230)
힐링이 되는 이국의 정경과 모국 사회를 걱정하시는 마음이 교차된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은 마치 정물풍경화처럼 느껴집니다. 북미의 자연과 도시, 사람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어린 시절 충격적인 일을 당하신 것을 읽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아마도 자존심이 강한 가난한집 수재의 삐뚤어진 폭력기제가 발현되며 '기집애가 잘 나면 얼마나 잘 났다고...'하며 '어디 한 번 맛 좀 봐라'는 욱하는 마음에 폭력을 휘두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과했다는 내용이 없는 걸로 봐 과연 그 일을 반성했을까, 혹 당시는 아니더라도 성인이 되어서는 반성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네요.. 만일 단 한 번도 반성하지 않았다면 그 똑똑한 머리로 '자기보다 열등한 개돼지'를 못 살게 하지 않았을까하는 우려도 듭니다.
관계에 대한 마지막 구절을 곱씹어 보며 금요일 아침을 생각합니다. 한국도 가을날씨가 캐나다처럼 청명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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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08:27:56
1 0
오마리 (174.XXX.XXX.83)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간결한 선과 명쾌한 색상과 구성으로 이해가 쉽게 그러나 강렬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힘이 있지요. 그 어느 장소에도 어울리는 작품이지요.
감사합니다.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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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09:36:32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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