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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는 대만의 방패가 될 수 있을까
김수종 2023년 10월 05일 (목) 00:56:27

오늘의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볼 때 세계의 화약고입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장기집권 체제를 갖추고 대만 통일을 강조하면서 유럽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중국이 어느 날 대만 침공을 감행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높습니다.  

그런가 하면 산업적으로 대만에는 경이로운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 제조회사 'TSMC'*입니다. 시장가치로 평가할 때 TSMC는 아시아 최대 기업이며 세계를 통틀어서도  10위권 글로벌 기업입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삼성전자를 크게 능가합니다.   

TSMC가 이끄는 대만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세계 메모리칩의 11%,  로직 칩(logic chip)의 37%를 차지합니다. 삼성전자가 주로 만드는 메모리 칩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데 비해 로직 칩은 컴퓨터나 AI의 연산능력, 즉 두뇌역할을 합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서 TSMC가 가동을 멈추면 "세계경제에 재앙을 불러온다."고 2022년 '칩 전쟁'(chip war)을 쓴 크리스 밀러는 예측합니다. 반도체 생산능력이 대만의 안보를 지키는 방패라는 뜻을 함축하는 것입니다.  

대만이 반도체 제조의 강자가 된 배경에는 두 사람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중국계 미국 엔지니어 모리스 창(張忠謀,92)과 시대를 꿰뚫어 볼 줄 알았던 대만 정부의 경제 전략가 리궈딩(李國鼎,1910~2001)의 절묘한 의기투합입니다.   

1931년 중국 본토에서 태어난 모리스 창은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갔습니다. 1949년 문학가를 희망하며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하여 셰익스피어를 전공했으나 당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보며 먹고 살 일이 걱정되어 MIT에 편입하여 기계공학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에 입사하여 당시 갓 피어오르던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는 TI의 반도체 시설 아시아 진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일본에 자주 머물렀고 대만도 방문했습니다. 그의 꿈은 TI의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이었으나 여의치 않자 1980년 회사를 나왔습니다.  

모리스 창을 유심히 지켜보던 리궈딩은 1985년 그를 집무실로 초대했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댈 테니 대만에 반도체 기업을 세워 운영해 줄 수 없느냐고 제안했습니다. 경제 전략가인 리궈딩은 농업에 기반을 둔 대만 경제의 혁신을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을 꼭 유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반도체 회사 직원들이 이룩한 작업효율에 감명을 받았던 모리스 창은 이 제안을 수락하고 1987년 TSMC를 설립하고 CEO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꿰뚫고 있던 모리스 창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습니다. 반도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창의력을 발휘하여 반도체를 설계하는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을 보며 모리스 창은 반도체 산업은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와 팹리스의 설계를 위탁받아 반도체를 만들어 주는 파운드리(foundry)로 분화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모리스 창은 TSMC는 파운드리에 전념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지원 아래 제조설비 확충과 기술 발전에 투자를 거듭했습니다.  

모리스 창의 전략이 빛을 발휘했습니다. 수백만 달러만 들이면 창업할 수 있는 반도체 설계 기업은 수백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공장을 짓지 않고도 TSMC와 같은 파운드리에 맡겨 반도체를 생산하면 됩니다. 

애플의 스마트폰(아이폰) 출현은 TSMC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한때 반도체를 석권했던 인텔은 PC 시대 중앙처리장치(CPU)를 설계 생산해서 반도체의 왕좌를 차지했지만, 시각과 음성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스마트폰과 AI기업들은 자체 설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TSMC에 맡겨 생산하게 된 것입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기업 애플과 AI용 칩 설계회사 엔비디아(NVIDIA)를 고객으로 확보한 TSMC의 지위를 넘볼 반도체 기업은 당분간 없다는 게 '칩 전쟁'의 저자 크리스 밀러의 분석입니다.  

반도체는 21세기 4차산업혁명 시대의 총아입니다. 반도체가 없으면  현대인의 생활은 올스톱하고 말 것입니다. 컴퓨터나 인공지능(AI)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교통수단과 스마트폰 등 이 세상 문명의 이기는 반도체가 들어가야 작동합니다.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도 반도체에 의해 성능이 결정됩니다. 문명 자체가 반도체 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패권의 향배를 좌우하는 것이 경제력이고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습니다. 반도체 기술과 공급망이 국가의 경제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반도체의 원천 기술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협조 없이는 어떤 나라도 반도체를 순조롭게 만들 수 없습니다.  

중국은 21세기 들어 '세계의 공장'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제조업 대국이 되었는데 그 바탕에는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만든 반도체를  수입해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석유 수입액보다 반도체 수입에 더 많은 돈을 씁니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라는 정책을 세우고 반도체를 국내에서 제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습니다. 방대한 시장을 미끼로 해서 미국 한국 대만 등 반도체 선진국으로 하여금 제조공장을 중국에 짓게 해서 기술을 습득했습니다.  

뒤늦게 시진핑 주석의 영구독재체제 구축과 중국경제의 팽창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견제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은 대만 일본 한국 네덜란드 등 반도체 강국을 한데 묶어 중국에 반도체 기술을 주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20년 미국 기술의 해외 이전을 규제하기 위한 수출통제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그 핵심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이용한 고성능 컴퓨터 칩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막아 버린 것입니다.  

반도체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은 아직 막강합니다. 크리스 밀러는 '미국이 화웨이의 발목을 부러뜨리고 있지만 중국은 보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화웨이가 미국에 당해서 망하는 것보다 2등 기술 기업이 되더라도 살아남아 있는 편이 낫다는 게 중국의 계산이라는 겁니다.  

미국은 중국이 새로운 첨단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중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술을 가져가려 하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만은 죽이고 싶지만 TSMC와의 거래는 끊고 싶지 않은 게 중국의 속마음일지도 모릅니다.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Limited; 台灣積體電路製造股份有限公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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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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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늘 (222.XXX.XXX.55)
재미있고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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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7:06:42
0 0
제주에서 (119.XXX.XXX.79)
글로벌 이슈에 대하여 그렇구나 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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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22:14:26
1 0
JDS (220.XXX.XXX.100)
해박하고 알기쉬운 정치 및 경제설명 너무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의 칼럼은 항상 읽어도 유쾌하고 즐겁습니다^^
답변달기
2023-10-05 10: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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