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영환 사에라
     
애와 개? 개와 애?
김영환 2023년 09월 21일 (목) 00:00:14

폭염도 계절에 밀려, 해가 지면 서늘해지는 공원으로 발길을 옮기면 아기차(유모차)가 꽤 보입니다.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보면 강아지 혹은 작은 개 한두 마리가 있습니다. 행복한 반려견이지만 씁쓸하기도 하죠.

   
  ◇지하철에 탄 아기차 속의
얌전한 강아지. 
 

남녀노소가 개 운동을 시키고 있는데 아기차에 태우면 운동이 될지 의문입니다. 걸리기도 하나요? 유행하는 ‘동물 복지’ 차원에서 개 운동을 위해 아기차에 개를 태울 수 없다는 법을 만들어야 할까요? 물론 양손에  줄을 잡고 서너 마리씩 운동시키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작년 8월 아파트 단지 길에 흑갈색 포인터 같은 큰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나온 중년 부인에게 “개가 재밌어 좋으시겠어요.”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특이하게 잔디밭의 풀을 뜯어 먹고 있었죠. "개 풀 뜯어 먹는다"라는 말은 말도 안 되는 억지소리를 지적하는 건데 정말 개가 풀을 먹는 거죠. 부인은 개가 장난으로 먹는 것이고 소화를 못 시켜 그대로 변으로 나온다면서 “개를 기르는 기쁨이 하나라면 먹이고 씻기고 운동시키고 병원에 데리고 다니는 치다꺼리가 아홉”이라고 털어놨습니다.

2020 농림수산식품부의 패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양육 중인 개는 602만 마리로 평균 가구원 수를 곱하면 견주는 1,300만 명이 넘는 거죠. 강화도 마니산 등산로 입구의 대형 주차장에도 밤저녁에 개를 데리고 나와 운동시키는 개 주인들을 봅니다. 
 나는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주인에 이끌리다가 뇨의(尿意)가 생겨 뒷다리 하나 들고 오줌 누는 개를 보면 귀여워집니다. 대변이면 견주는 비닐봉지에 담고 밑을 물티슈로 씻어주죠. 개를 보면 나는 손가락을 튕기거나 소리를 내서 친근감의 신호를 보냅니다. 대개 작은 개들이 꼬리를 치며 반가운 나머지 바짓가랑이로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아, 모르는 인간이 나를 좋아하네’, 뭐 그러는 거겠죠. 인공지능으로 동물과 대화한다면 얼마나 재밌겠어요.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는 매스컴의 이론과 달리, 가끔 사람 무는 개 사고가 보도되지만 사람 따르는 동물은 개가 으뜸이죠. 몸보신한다는 풍속은 이제 사라져 줬으면 합니다. 고유문화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싫어한다면 그건 문화가 아니고 야만이라서 비판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죠.

식육 습관으로 위생이 엉망인 변두리 축사에서 몰래 기르는 개를 적발했더니 상당수가 영양부족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개 기르기가 얼마나 정성이 들어가고 힘든지는 잘 압니다. 네 마리를 몇 달간 키워봤죠. 강아지를 태우고 다니는 정성으로, 아기를 길러 아기차에서 곱게 잠자거나 빙긋 웃거나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에 빠져 봅니다. 아기차를 미는 엄마나 아빠를 보면 존경심이 생깁니다. 내 옆집 아이들은 3남매라 더욱 친근감이 듭니다.

   
  ◇아기가 동생을 태운 아기차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끌고 가다가 힘들었는지 “이젠 엄마가 밀어” 하고 귀엽게 말하던 2013년 1월의 풍경. (안양 부근에서 필자 촬영)  

아이를 왜 안 낳는 걸까요. 저출산 고령화에는 비혼(非婚)과 만혼의 문제도 크죠. 일본 어떤 매체의 말을 빌리면 ‘가족은 가성비가 낮다’는 겁니다. 그러니 결혼을 안 하는 거죠. 가정주부의 기회비용도 몇억 엔이 된다고 합니다. 반려견, 반려묘가 대타인가요? 인구가 줄지 않으려면 부부가 두 명의 자녀를 낳는 게 인구 대체 출산율인데 그 매직넘버가 2.1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0.7대죠. 아프리카 니제르는 합계 출산율이 7.2명이랍니다. 

어느 야당 유력자가 노인은 투표권도 불필요하다고 들리는 망언을 했죠. 그럼 인구 문제도 똑똑한 아들 세대가 맡으면 해결책이 있을까요. 그렇지 못하니까 고령층이 자기에게 무관할, 인구가 줄어들면 나라가 유지될지 걱정하는 겁니다. 이 나라는 어떻게 합계 출산율이 3년째 세계 최하위로 폭락했나요. 국가 존립 문제입니다.  군 복무 시절 강원도에서 작전 중에 곳곳의 화전민 폐가(廃家)를 보았습니다. 뭐가 사라질 차례인가요. 
생산과 소비가 줄어 세수도 줄면 첨단 국방, 수많은 교량과 도로, 철도, 지하철,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과 약자 부조는 무엇으로 꾸릴까요. 일본은 65세 이상이 29.1퍼센트로 3,000만 명이라고 합니다. 급증하는 노인들이 연금과 건강보험을 쓰면 결국 젊은 세대로 전가되니까 프랑스 같은 나라가 출산을 장려하고 노동자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정년을 연장하여 연금 등의 고갈을 막으려 하는 거죠. 

남자가 모자라면 여자가, 한국인이 모자라면 수입 외국인이 해야 합니다. 국가안보를 위한 여성 징병 주장도 나옵니다. 공식 통계로 약 84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중소기업에서 험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첨단 분야로 확장할 것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60년 1퍼센트의 잠재성장률 상승을 위해 1,700만 명의 외국인 이민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때 한국 인구가 4,200만 명 정도라고 추정하니 모든 분야에서 외국인을 만나게 될 날이 오겠습니다. 정말 “둘만 낳아 잘 키우자”던가, “하나도 많다”라던 인구감소 구호가 저주스럽죠. 

아이를 안 낳는 대신 세금을 낼 날이 올지 모릅니다. 얼마 전 유학생을 '애 보기'로 도입해 여성 취업을 돕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얼마나 다급하면 이런 대책이 나올까요. 매우 큰 틀에서 인구 증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여성가족부를 없애더라도 인구감소 대책부는 만들기 바랍니다. 일본은 2007년에 소자(少子:아이가 적은 것) 대책 특임장관을 설치했습니다. 그 특임장관은 여러 일을 담당하지만 영어명은 ‘Minister of State for Measures for Declining Birthrate’. ‘출생률 저하 대책을 위한 장관’입니다. 최근 개각에서 자민당 3선 국회의원인 44세의 카토우 아유코(加藤鮎子) 씨가 취임했습니다. 

출생 대책이라면 먼저 “임신에서 만 12살까지 모두 무료다!”를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의료비, 유치원비, 학비, 학원비, 옷, 운동화, 교통비, 용돈까지 주는 겁니다. 그리고 나이를 점점 높여가는 거죠. 주택 공급도 다둥이 가정은 획기적인 장기저리의 1순위로 하여 젊은이의 고민인 의식주의 ‘住’문제를 완전히 풀어줘야죠. 

나는 항상 허경영 전 대선 후보 말에 경탄합니다. "나라가 돈이 없는 게 아니다. 나라에 도둑놈이 많은 것이다." 
대장동도 그런 게 아닐까요. 땅을 헐값에 샀으면 집도 싸게 팔아야지 그렇게 안 하니까 듣보잡들에게 약 1조 원의 마진이 생기고 백현동은 100퍼센트 임대 아파트가 10퍼센트인 임대 아파트로 둔갑하는 특혜가 나온 거죠. 

아이를 안 낳는 것은 물론 경제 탓만은 아닙니다. 자신들의 인생을 즐기려는 자세와 아이가 이 세상을 좋아할지 안 할지도 모르니 책임지기 싫다는 세계관도 있겠지만 그런 부류들은 젖혀 놓고 우선 아이를 배고, 낳고, 기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부터 전폭 지원하자는 겁니다. 프랑스처럼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 위원회에 각부에서 차출된 인력들을 모아 각국의 성공 사례 연구에 매진하여 얻는 묘안을 빨리 실행해야 합니다. 

서울역 부근의 역사적인 국내 첫 아동병원도 의사 부족으로 주말 진료를 중단했습니다. 지방의 대형 종합병원도 산부인과를 닫아 아이를 낳으려면 수십 킬로미터를 떠돌아야 하는 판인데 동물병원들은 24시간 진료가 많죠. 애와 개의 격차가 드러나는 풍경입니다.

일 년에 낳는 아이 25만 명에게 연간 1,000만 원을 들이면 2.5조 원, 2,000만 원이면 5조 원, 3,000만 원이면 7.5조 원 들어갑니다.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수백조 원을 퍼부은 결과가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일본은 1.26)이라는 비극의 숫자라면 인구감소와 국가소멸 위기에 혁명적인 발상이 필요합니다. 애 잘 낳는 사회로 빨리 바꾸지 않으면 개와 ‘국개(일부 국회의원의 멸칭)’만 남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6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김영환 (222.XXX.XXX.149)
고견에 감사드립니다. 어린이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많이 달라지겠지요?
답변달기
2023-09-23 12:51:47
0 0
이주영 (221.XXX.XXX.2)
어린이보다 개가 더 존중받고 많아지는 나라, 모든 저출산대책비를 폐지하고 18세 미만 어린이들에게 아동수당을 월 100만원씩 지원하는게 좋겠지요. 또 어린이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달라질 거 같기도 하고요.
답변달기
2023-09-23 05:23:34
1 0
한운섭 (121.XXX.XXX.159)
김영환 선생께:

오늘 아침 자유칼럼의 글 잘 읽어 보았네. 우리나라의 큰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구먼.

커다란 사고의 혁신이 필요하겠군. 모두가 머리를 짜내어 좋은 방안이 도출 됐으면 하는데.

건강하고 즐겁게 살면서 좋은 방안을 생각해 보시게나.



인 천 에 서
답변달기
2023-09-22 01:23:57
0 0
김영환 (121.XXX.XXX.159)
한두 사람의 머리로 될 일은 아니고 급박한 문제라는 공동인식하에 집단지성이 발휘 되어야 한다고 보네. 격려에 감사를 드리며...
답변달기
2023-09-22 01:28:19
0 0
손환진 (121.XXX.XXX.159)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와 가까지 하면 개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개는 사람처럼 되겠지요?

한가위 명절 복되시길 기원합니다.
답변달기
2023-09-22 01:22:24
1 0
김영환 (121.XXX.XXX.159)
감사합니다. 개도 사람도 모두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답변달기
2023-09-22 01:26:31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