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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相思花) 꽃축제는 없다.
박대문 2023년 09월 19일 (화) 01:00:36
   
  석산(꽃무릇), 수선화과, 학명 Lycoris radiata   

아직 한더위가 가신 것은 아니지만 아침, 저녁 서늘한 기운에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합니다. 참으로 무덥고 물난리도 예사롭지 않게 전국을 요란스럽게 했던 계묘년 여름이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곳곳의 이상기후 증세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9월로 들어서니 계절이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나 봅니다. 그 요란스럽던 매미 울음소리 사그라들고 맑은 귀뚜라미 소리가 서늘한 밤공기를 타고 청아하게 울려 퍼집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한낮 땡볕 아래 쑥쑥 자라던 싱그러운 풀잎도 몸살을 하듯 축 늘어지고 다투어 피어나던 산과 들의 꽃도 주춤했습니다. 이제 계절이 바뀌니 서늘한 가을바람 타고 가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가을이 되면 봄철에도 그러했듯이 전국적으로 다양한 축제가 시작됩니다. 꽃축제, 단풍 축제, 억새 축제가 지역별로 열리기 시작합니다. 

가을을 알리는 꽃축제라면 누가 뭐라 해도 우선 손에 꼽히는 것이 상사화(相思花) 축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불갑사 상사화 축제’를 비롯하여 선운사, 용천사 꽃축제가 모두 상사화 축제로 홍보되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필자가 가진 의문점의 하나가 바로 상사화 축제라는 축제 명(名)입니다. 분명히 꽃은 꽃무릇인데 어디서나 상사화 축제라고들 호칭하니 그 연유가 어디에 있을까? 알려진 상사화 축제장의 꽃은 모두 다 꽃무릇입니다. 꽃무릇 역시 한국표준 식물명에 따르면 석산(石蒜)이라 해야 맞습니다만 널리 알려진 이름이 꽃무릇이므로 석산 축제라 하기가 약간은 대중성이 떨어진 듯싶다면 꽃무릇 축제라 해야 할 터인데도 언론 매체이건 지역 행정기관의 홍보 매체인 홈페이지이건 상사화 축제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행처럼 되어버린 요즈음 세상의 추세가, 옳고 그름의 구분 없이 서로 다름이라는 이유로 자의적 성향 따라 자신의 주장만을 막무가내로 우겨대고, 같은 상황과 사건을 두고 정반대의 용어로 호도하니 가관인데 꽃 이름마저 이러하니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물론 꽃무릇 축제를 상사화 축제라 부른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고 제법 오래된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세상 흐름이 온통 사실과 다른, 지어내거나 왜곡된 소식이나 가짜 소식이 진실을 밀쳐내고 사실인 양 판을 치는 것 같아서인지 유별나게도 올해 들어 꽃무릇 축제를 두고 상사화 축제라고 홍보하는 모양새가 영 마뜩잖습니다. 상사화와 꽃무릇은 전혀 다른 꽃인데 어찌하여 상사화 축제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을까? 요즈음처럼 혼란스러운 사회 흐름과 함께 탄생한 용어도 아닌, 꽤 오래전부터 내려온 것이라서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합니다. 국내에 상사화 축제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모두가 꽃무릇 축제를 상사화 축제라 부릅니다. 꽃무릇이 상사화라는 다른 이름으로 바뀐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 석산(꽃무릇)   /   상사화   

꽃이 무리 지어 핀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꽃무릇의 국가표준 식물명은 석산(石蒜)입니다.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을 닮았다 하여 중국에서는 석산화(石蒜花)라 부릅니다. 오산(烏蒜), 독산(獨蒜)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 꽃무릇입니다. 이에 반하여 상사화는,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되 그 실체의 모습과 참된 이름은 꽃무릇에 묻혀 거의 잊혀 가고 있는 듯합니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모양도 꽃의 크기도 다를 뿐만 아니라 식물의 계절적 생태 주기도 전혀 다른 종(種)입니다. 꽃무릇은 주로 남쪽의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식물로 원산지는 중국입니다. 주로 사찰 주변에 많이 심고 가꾸는데 산기슭이나 풀밭에서 무리 지어 자랍니다. 사찰 주변에 많이 심고 가꾸는 이유는 꽃무릇 비늘줄기인 알뿌리에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어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꽃무릇 알뿌리로부터 얻은 녹말로 풀을 쑤어 탱화의 틀 제작이나 그림 재료로 사용하면 탱화를 좀벌레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꽃은 9∼10월에 붉은색으로 피고 잎이 없는 비늘줄기에서 30∼50cm의 꽃줄기가 먼저 돋아나고 그 끝에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꽃이 달립니다. 꽃은 6개의 진한 붉은빛 꽃잎으로 이루어지는데 폭이 좁고 길며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주름이 있습니다. 수술은 6개이며 꽃 밖으로 길게 나오고 꽃은 하늘을 향하여 수평으로 펼쳐집니다. 

반면에 상사화는 꽃의 생김새가 백합꽃을 닮았고, 꽃송이도 백합처럼 꽃대 끝에 4~8송이가 달려 꽃이 뭉쳐 핍니다. 잎은 봄에 나와 자랐다가 여름에 사그라들고 이 꽃 역시 잎이 없이 꽃대가 오릅니다. 완전히 핀 꽃은 하늘을 향하여 핀 꽃무릇과 달리 모두 옆을 향합니다. 꽃잎은 꽃무릇처럼 6장인데 훨씬 넓고 크고 색깔도 약간의 보랏빛 기운이 감도는 연한 분홍빛입니다. 상사화는 꽃잎 색깔과 모양에 따라 비슷한 여러 종이 있습니다. 우선 꽃잎이 연분홍빛인 상사화가 있고, 엷은 노란빛에 가까운 위도상사화, 노란빛인 개상사화, 진노랑상사화가 있으며 붉노랑빛인 제주상사화, 백양상사화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꽃무릇은 비슷한 다른 종은 없고 오직 붉은빛의 한 종뿐입니다. 간혹 귀하게 흰 꽃이 있지만 이 종은 다른 종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결핍된 알비노(Albino) 현상일 뿐입니다. 

상사화와 꽃무릇은 계절적 생태 주기가 완전히 반대입니다. 꽃무릇은 9월 초, 중순경에 잎이 없는 상태에서 꽃대가 올라와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새싹이 10월경에 나와 추운 겨울을 나고 봄을 맞아 6월쯤 기온이 오르면 잎이 시들어 사라집니다. 따라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합니다.  반면에 상사화는 이른 봄, 3월 초에 새싹이 올라와 6월, 7월까지 무성하게 자라고 한 여름철에 접어들면 잎이 말라버린 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러다가 8월 중에 그 자리에서 꽃대만 단독으로 올라와 꽃대의 끝에 4~8송이의 연분홍 꽃이 뭉쳐 핍니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 것은 꽃무릇과 마찬가지입니다. 

꽃무릇과 상사화의 꽃말은 서로 같습니다. 꽃말은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 것에서 연유한 듯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한다는 뜻의 꽃말을 지닌 두 종의 꽃 이름을 상사화(相思花)로 통용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하지만 두 종은 서로 전혀 다른 종이므로 꽃무릇 축제라고 해야 맞는 표현입니다. 언론매체나 이 행사를 주관하는 지방행정기관에서조차 그릇된 이름을 붙여 홍보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정되어야 할 사항으로 보입니다. 

어수선한 세상사의 헷갈림, 사실이 왜곡되고 옳고 그름, 명칭이 뒤바뀌는 이상 현상이 현세의 이상기후처럼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상에 꽃 이름만이라도 제대로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2023. 9월 꽃무릇 축제 계절을 맞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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